2024.08.29. ~ 2024.08.29. (1)

아Q정전
루쉰 저
김태성 역
열린책들 출판
2011년 06월 15일 출간
이 책에는 루쉰의 소설집 『외침』과 『방황(彷徨)』에서 뽑은 「광인 일기」와 「아Q정전」을 비롯하여 중국 현대 문학의 출발점이 되는 루쉰의 주요 중단편소설 열다섯 편이 수록되어 있다. 주제와 서사, 수사 등이 가장 뛰어나고 진정으로 루쉰 정신을 대표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 작품들이다.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은 대부분 그의 삶의 경험을 소재로 한 것들이라 그의 인생 역정을 그대로 반영한다. 때문에 루쉰의 일생에 대한 일정한 지식을 가지고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는 모든 작품이 그의 평전의 일부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역자는 그간 루쉰의 작품 번역에서 흔히 보였던, 문화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야기되었던 오역과 오기를 바로잡기 위해 갖은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우리와 같은 한자를 쓰지만 뜻이 전혀 다른 중국 한자어에 대해 가급적 한글로 옮겨 보려 했고, 작품 이해는 물론 중국을 이해하는 밑거름이 되는 풍습과 용어들에 친절한 각주를 달아 이해를 도왔다.
내가 두려워하는 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책을 훔치는 건 도둑질이라고 할 수 없어……. 그냥 책을 훔치는 거지……! 독서인(讀書人)들이 하는 일을 어떻게 도둑질이라고 할 수 있겠나?」
몽롱한 상태에서 눈앞에 바닷가의 파란 모래사장이 떠올랐다. 위로는 짙은 쪽빛 하늘에 황금빛 보름달이 걸려 있었다. 나는 생각했다.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는 것이라고.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다. 사실 땅에는 원래 길이 없었다. 걷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곧 길이 된 것이다.
〈여자…….〉
그는 또 생각했다.
이것만으로도 우리는 여자가 사람을 해치는 존재임을 알 수 있다.
중국 남자들은 대부분 성현이 될 수가 있었으나 애석하게도 하나같이 여자 때문에 실패하고 말았다. 상나라는 달기라는 요부로 인해 망했고 주나라는 포사라는 악녀 때문에 무너졌다. 진(秦)나라 역시…… 역사에 정확히 기록된 바는 없지만 여자 때문에 망했다고 해도 전혀 잘못된 가설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한나라의 동탁 역시 초선으로 인해 죽음을 당한 것이 분명했다.
아Q는 원래 올바른 사람이었다. 그가 어떤 위대한 스승에게서 가르침을 받았는지 알 수 없지만, 그는 〈남녀유별〉에 대해 지금까지 매우 엄격한 태도를 보여 왔다. 또한 젊은 비구니나 가짜 양놈 같은 이단을 배척하는 등 매우 투철한 모습을 보였다. 그의 학설에 따르면 모든 비구니는 틀림없이 중놈과 오래 간통을 했을 것이고, 여자가 혼자서 밖으로 나다니는 것은 틀림없이 남자를 유혹하려는 의도가 있기 때문이며, 어디서든 남녀가 둘이 얘기를 주고받는 것은 틀림없이 뭔가 수작을 부리려는 것이었다. 때문에 그는 이들을 혼내 주려고 때로는 성난 눈으로 노려보기도 하고 또는 큰 소리로 몇 마디 〈잘못을 꾸짖는〉 말을 하기도 했으며 때로는 으슥한 곳에서 등 뒤로 돌을 던지기도 했던 것이다.
「혁명이라고? 혁명은 이미 지나갔어……. 우리를 또 어떻게 혁명하겠다는 거야?」
「자네가 어떻게 알겠나? 그때만 해도 자네들은 아직 코흘리개였다고. 엄마 젖이나 먹고 똥이나 쌀 때였지. 나는 그때만 해도 이렇지는 않았어. 그때는 정말이지 두 손이 아주 하얗고 윤기가 흐르는 게…….」
「아주머니는 지금도 야들야들하고 윤기가 흐르는걸요, 뭘…….」
네모 머리가 말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후이우 아줌마는 눈을 흘기는 척하고는 웃으며 말했다.
<아Q정전>과 <1984>와 <1Q84>를 헷갈리던 시절이 있었어요...(한...15년 전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 뱉어보는 웃긴썰
<아Q정전>은 엄청 긴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아는 중국 소설들은 대부분 벽돌이었어서... 아니 그런 이미지였어서. 그런데 정작 큰 마음을 먹고 <아Q정전>을 펼쳤더니 루쉰의 중단편이 모인 중단편집이었다. 괜히 쫄았네, 하고 생각했다. 읽는 내내 정말 쉽게 읽혔고, 루쉰이 어떤 생각으로 이런 글을 썼는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이런 이야기를 했는지가 느껴졌다. 쉽고 재미있게 글을 쓰는 것도 능력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종종 몇 소설들은 고전소설같은 느낌이 들어서 재미있게 읽었다. 16개의 중단편이 연도별로 구성되어있는데, 사실 나는 <광인 일기>를 가장 재미있게 읽었다.
짧게는 3p이고, 길게는 40~50p까지 되는 (내 전자책 기준) 중단편들인데 흡입력 있어서 빠르게 넘기면서 읽을 수 있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데이먼 러니언의 단편들을 모아놓은 현대문학의 <데이먼 러니언> 단편집을 읽을 때와 비슷한 기분이었다. 데이먼 러니언의 단편들과는 조금 느낌이 다르긴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옛날 사람 답게 남자의 일에 여자가 방해가 된다는 식의 말이 나오고, 남성중심적 이야기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크게 불편함 없이 읽었다. 사실 옛날 한국 소설, 조선 소설들을 보면 기분이 나빠져서 이걸 더 읽어야하나 싶은 생각이 드는 경우도 많은데, 루쉰의 <아Q정전>은 오히려 그런게 덜해서 신기했다.<아Q정전>을 통해서는 당대 중국인들의 자기합리화와 강약약강의 소영웅주의, 무지몽매함, 노예근성, 허세 그리고 높은 자존심을 담으며 당시의 중국과 정부를 풍자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고 한다. 아무 생각 없이 읽었다가 다른 사람들의 독후감을 읽어보고 다시 보니 정말 그러했다. 아Q는 그냥 김아무개 같은 호칭인데, 그렇게 전체적인 풍자를 담고 있었기 때문에 그랬던 것이다. 시대상을 잘 담아내고 있는 소설들이 오래오래 기억에 남고 여러번 회자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당시 시대상을 반영하며 그 시대를 보여주고, 그들을 비판하는 것은 어쩌면 <데이먼 러니언>의 단편들과 별 차이가 없기도 하겠단 생각이 들었다. 재미있게 읽었고 전혀 예상 못했지만 좋아하게 된 두 작가의 소설들이 나에게 비슷하게 느껴진다니 이런 부분을 찾아내는 것이 정말 재미있는 것 같다.
'2024 독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요의 바다에서> 에밀리 세인트존 맨델 (4) | 2024.09.26 |
---|---|
<파과>, <파쇄> 구병모 (6) | 2024.09.24 |
<등대로> 버지니아 울프 (3) | 2024.09.24 |
<다섯 번째 감각> 김보영 (3) | 2024.09.24 |
<싯다르타> 헤르만 헤세 (7) | 2024.09.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