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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독서

<싯다르타> 헤르만 헤세

2024.08.15. ~ 2024.08.16. (2)

 

싯다르타
Sidhartha

헤르만 헤세 저
최유경 역
올리버 출판
2024년 6월 14일 출간



『수레바퀴 아래서』와 『데미안』을 잇는 헤르만 헤세 성장소설의 완결판!

1922년에 발표된 『싯다르타』는 불교 사상에 바탕을 둔 성장소설로, 『수레바퀴 아래서』와 『데미안』을 잇는 헤르만 헤세 성장소설의 맥을 잇는 작품이다. 주인공의 이름인 싯다르타는 고타마 부처의 출가 전 이름으로, 인도 최고 계급 바라문(브라만)의 아들인 싯다르타가 깨달음을 얻기 위한 구도의 과정에서 겪게 되는 다양한 체험과 수행을 그리고 있다. 평생에 걸쳐 내면의 자아와 삶의 본질을 탐구해 가는 구도자 싯다르타의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헤르만 헤세의 삶과 철학을 엿볼 수 있다. 인도에서 선교 활동을 했던 아버지와 선교사이자 이름난 인도학자였던 외할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인도 문화를 접했던 헤르만 헤세는 자신이 불안정한 소년 시절 불교와 동양 사상에서 위로를 받았듯, 『싯다르타』를 통해 불안하고 위태로운 수많은 젊은 영혼에게 위로를 보내고 있다.


싯다르타는 그렇게 모든 사람의 사랑을 받았다. 그는 모두에게 기쁨의 원천이었고 환희였다.

싯다르타 앞에 놓인 목표는 단 하나, 비우는 것이 었다. 갈증도, 소망도, 꿈도, 기쁨도, 슬픔도 모두 비워 버리는 것. 이기심을 죽이고, 더 이상 자아에 집착하지 않으며 비워진 마음으로 평온을 찾는 것, 이타적인 생각들 속에 기적을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바로 그의 목표였다. 모든 이기심이 죽고 자아가 극복되면, 모든 욕망과 충동이 마음속에서 잠잠해지면, 존재의 가장 깊은 곳, 궁극적인 그 부분에서 위대한 비밀이 깨어날 것이라 믿었다.

가는 길에 고빈다가 말했다. "오 싯다르타, 자네는 내가 알고 있던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배웠더군. 늙은 사문 에게 주문을 거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잖나. 만약 자네가 그곳에 계속 머물렀다면 자네는 곧 물 위를 걷는 법도 배 웠을 것 같네."
"나는 물 위를 걷고 싶은 생각은 없다네." 싯다르타 가 말했다. "늙은 사문들이나 그런 재주에 실컷 만족하라지!"


독서모임 선정도서가 아니었다면 읽지 않았을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 나는 할머니를 따라 절에 다녔지만 불교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며, 주변엔 기독교인이 없어 성경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종교에 전혀 관심이 없으나 부처와 예수가 성인으로서 얼마나 훌륭한 사람인지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으며, 그들을 소개하는 이야기들이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매력적인 학문 혹은 진실로 받아들여지는지 또한 잘 알고 있다. 다만 나는 평생을 예수의 가르침이 적힌 성경을 품에 안고 살아온 백인이 불교 사상을 마주하고 그에 매력을 느끼고 써내려간 소설이 불교를 대표하는 소설 중 하나가 된 것에 대해 별로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싯다르타는 그저 나에게 헤르만 헤세가 불교라는 자신이 처음 마주한 전혀 다른 세계가 매력적으로 다가와 그것을 자신의 시각으로 최대한 종교적으로 풀어낸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실제로 불교나 기독교/천주교에서는 <싯다르타>를 어떻게 여기는지에 대해서는 나는 아는 바가 없으며, 굳이 그에 대해 찾아보지는 않았다. 어쩌면 이러한 접근이 불교를 가볍게 생각해서일지도 모르겠고, 아니라면 오히려 새로운 장소에 불교를 전파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으니 이것을 부정적 혹은 긍적적으로 보는 것 중 무엇이 더 이득일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싯다르타는 작중에서 다양한 방향으로 기독교/천주교적 해석을 하기도 하고, 종종 동양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듯 굴기도 하며, 또는 오히려 불교에 대한 이해가 불완전한 것 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런 부분을 세세하게 하나하나 찝어내지는 않았지만(그리고 읽은지가 좀 지났기에...), 어쨌든 읽으면서 그리 좋은 경험은 아니었다.

동양인들에게 불교와 관련된 책을 보라고 한다면 오히려 고사리박사의 <극락왕생>을 보는 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도 들기는 했다. 어쩌면 서양인이 가장 유명한 서양 작가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동양의 문화에 손대었기에 그 작품이 유명해져버린 것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모르겠는게 아니고 사실 불만이 있는게 맞다.).

기회가 된다면 헤르만 헤세의 작품을 오랫동안 연구하신 분이나 불교문학 관련 연구자분이 진행하는 <싯다르타>에 대한 강연 등을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이렇게 부정적인 결론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오래도록 사랑받는 문학이라면 당연히 내가 읽어내지 못한 부분들이 존재할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