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18 ~ 2024.07.19 (2)
테라리움
이아람 저
북다 출판
2023년 7월 28일 출간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장르소설 > SF
삶과 죽음의 시간이 뒤엉킨 폐쇄된 세계
홀로 남겨진 소년이 내딛는 용기의 여정
제10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우수상 수상작
제10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우수상 수상작인 이아람의 장편소설 『테라리움』이 ‘북다’에서 출간되었다. 인류가 멸망한 미래, 사라진 어머니를 찾아 나선 소년의 여정을 다룬 작품은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 특유의 환상적이고 강렬한 모험 서사를 기반으로 세계의 멸망을 둘러싼 비밀을 파헤친다.
『테라리움』은 대범한 SF적 상상력으로 주술적 세계관을 구축한 세련된 우화이자 촘촘히 배치된 매력적인 단서들로 가득한 미스터리 소설이다. 오직 어머니를 찾는 것만이 목적이던 소년은 초월적인 존재들과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진실들을 알게 되며, 그 영향으로 여행의 목적을 점차 변화시키게 된다. ‘지구’라는 거대한 폐쇄 ‘테라리움’ 안에서, 삶과 죽음, 불멸과 필멸 사이 선택에 놓인 소년은 자신이 바라는 온전한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을까.
소년은 벙커에서 구세계의 인간들이 우주에서 지구 를 찍은 영상을 본 적 있었다. 다큐멘터리였다. 그 속 에서 지구는 푸른색과 흰색 그리고 녹색이었다. 식물 은 우주에서도 보였지만 인간은 보이지 않았다.
"지구의 전체 생물량의 80퍼센트는 식물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먼 은하에서 외계인이 날아와 지구를 관찰 한다면 그들은 행성의 주인이 인간이 아닌 식물이라 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학의 교수라는 내레이터는 영 상 속에서 그렇게 말했다.
‘사실 우리는 식물들의 행성에 잠시 얹혀살다가 소리 소문 없이 방을 뺀 것이 아닐까.’
“당신들은 나와 같습니다.”
“그럴리가.”
여자는 코웃음을 쳤다.
“당신은 진리때문에 모습이 드러났고 난 외계에서 왔죠. 우린 둘 다 여기에 있어서는 안될 변수가 아닌가요?”
“달라. 난 원래부터 있던 이곳의 죽음이야. 인간이라는 종의 죽음. 그 자체. 난 지금 이 순간에도 모든 인간의 유해와 그림자 속에 존재하지. 반면 당신은 이물질에 불과해. 당신을 막지 않은 이유는 그저 용납 가능한 이물질이기 때문이야. 막기 위해 내가 손을 쓰는게 오히려 질서를 망가뜨릴 테니까.”
“이물질?”
“당신은 이 행성의 존재가 아니잖아?”
헨리에타는 로봇을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리며 대답했다.
“당신은 정말 그들처럼 구는군요. 무척이나 인간적이에요.”여자는 어두운 길로 들어갔다.
한순간이지만 소년은 그것과 눈이 마주쳤다고 생각 했다. 그 작은 생물은 팔을 벌리고 소년을 끌어안았다. 진흙 이 부스러지고 소년의 잔해가 그 안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이것은 인간의 대체 신체로 설계된 생물이었다. 소 년은 웃고 싶었다. 울고 싶었고, 안도감에 한숨을 쉬고 싶었 다. 어머니는 소년을 버린 적 없었다. 다만 실패했을 뿐이 다. 그리고 자신이 그의 여로를 따라 여기에 왔다. 소년은 남은 팔 밑둥을 벌려 상대를 끌어안았다. 죽음은 어머니의 모습으로 말없이 그 행동을 바라보고 있었다. 소년의 육체 가 사라질수록 죽음 역시 조금씩 희미해졌다.
흡수되는 동안 소년은 상대의 세포 하나하나를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살아 있었다. 숨을 쉬고 잘게 진동하고 있었다. 소멸하고, 분열하고, 늘어나고 있었다. 세포질 속에 는 엽록체가, 글루타티온이 있었다. 바깥쪽의 세포 표면은 사람의 것보다 단단하고 딱딱했다.
소년은 그들이 마치 딱 들어맞는 조각을 반기듯, 자 신의 뇌와 신경계 세포들을 품어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수많은 것들이 속살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인간의 언어가 아니었지만, 소년 역시 더 이상 인간의 형체가 아니었다. 소 년은 손을 뻗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했다. 소년은 상상을 통 해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생명에 닿으려고 했다. 손끝에 얕 은 떨림이 느껴졌다. 소년은 생각했다.
소년의 머리와 가슴에서 언어로는 명명하기 힘든 갈 망이 솟아났다. 햇빛에 대한, 삶에 대한 갈망이었고, 태어나 고 싶은 욕망이었다. 손끝이 저릿저릿해질 때까지 몸의 세 포 하나하나가 그것을 원했다
몸속에 잠시 고요가 흐르다가 와글거리는 소리가 한 번에 터져 나왔다. 흐드러지는 웃음소리, 조잘거림, 간지러 움과 갈증에 경련하는 소리가 합쳐져 하나의 박동이 되었 다. 오직 생명체만이 낼 수 있는 거센 진동이었다. 그 순간 그것은 소년의 욕망을 이해했다. 그와 같은 바람을 가졌다.
깨어나고 싶다.
진심으로 바란 순간, 강렬한 파열음과 함께 세상이 생겨났다.
살짝 입을 벌리자 차가운 공기가 흘러들어왔다. 숨 을 쉬었다. 입으로뿐만 아니라 온몸으로 숨을 들이쉬고 내 쉬었다. 양 손가락 사이에서 바람의 흐름이 느껴졌다. 소년 의 신경계와 뇌세포들이 느리게 몸 안에 자리를 잡아갔다.
인간의 신체를 대체할 수 있는 세포들이 소년의 세포를 제 자리에 붙들고 그것과 결합했다.
아이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소년의 세포와 결합하며 손가락 끝에 새로이 피어난 시세포들이 앞을 보기 시작했 다. 인간의 죽음이 자그마한 진흙 덩어리를 품에 안은 채 아 이의 앞에 있었다. 죽음은 아이를 보고 희미하게 웃었다.
"그래, 그런 거였구나.”
그 말이 끝이었다. 이제 세상에 인간은 남아 있지 않 았고, 인간의 죽음은 모습이 흐려지며 조용히 소멸을 맞이 했다. 죽음이 매개체로 사용하던 유골이 흩어지고 그 위로 흙덩어리가 부스러졌다. 안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 다.
남은 것은 더 이상 인공신체도, 소년도 아닌 이제 막 눈을 뜬 작은 어린아이였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햇빛 을 따라 천장을 오르기 시작했다. 헨리에타의 로봇들은 쓸 모도, 관심도 없는 그것을 무심하게 지나쳤다. 로봇들은 오 로지 파괴된 지하만을 계속해서 수색했다. 그사이 아이는 지상에 도달했고 생전 처음으로 빛과 공기로 허파를 가득 채웠다. 아이는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오디오북으로 무슨 책을 들을까 고민하던 중에 <테라리움>을 접하게 되었다. 홍보 문구인 "네 어머니가 세상을 멸망시킨 사람이야."가 강렬해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읽으면서 대체 왜 저 문장을 오픈해놓은거야! 싶었다. 저걸 모르고 이야기를 시작했다면 더 재미있었을텐데... 여러모로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었다. 마치 소담출판사가 출판한 기 드 모파상의 <목걸이> 표지와 같은 최악의 선택과 비슷한 느낌이랄까... 물론 테라리움은 그 뒤로도 더 많은 이야기가 전개되고 그것만이 이야기의 전부라기보다는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는 지점이라는 차이가 있기는 하다.......그래두ㅠㅠ테라리움은 지구에 혼자 남은 인간 소년을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인데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나 흥미로웠다. 오디오북으로 듣다보니 BGM이나 성우들의 연기까지 섞이다보니 더 흥미롭게 들을 수 있었다.인간이 모두 사라진 미래라면 세상은 어떻게 변할까? 수많은 사람들은 떠올린다. 바이러스로 인해 사망한 사람들이 좀비가 되어 돌아다니거나, 짐승들이 사나워져 사람을 공격하거나, 거대한 곤충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세상이 곤충의 지배를 받는다거나, 외계에서 지구를 침략한다거나 하는 세계를 말이다. 하지만 이 <테라리움>은 조금은 특별한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주기적으로 햇빛을 받아야 하는 테라리움을 위해 세상을 돌아다니고, 사라진 엄마를 찾아다니기로 결심한 소년은 세상을 돌아다니며 개의 죽음, 고양이의 죽음 등을 만나게 된다. 그들이 어쩌면 환각일지 모른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그들이 자신에게 진실을 말해주지 않았다고 마음 상하기도 한다. 소년은 정말 순수한 소년답게 세상을 살아간다.아이가 마주하는 세상은 어른들이 무너뜨린 세계이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강제적으로 지배한 행성이기도 하다. 인간은 그저 지구를 떠났을 뿐이지만, 너무 많은 것들을 망쳐버리고 사라졌다. 이야기는 초반에 사실 우리는 식물들의 행성에 잠시 얹혀살다가 소리 소문 없이 방을 뺀 것이 아닐까.’라고 한다. 이 이야기는 생각보다 나에게 너무나도 큰 충격을 주어서... 오디오북으로는 다섯 번 정도 돌려 들었고, 이후에는 전자책을 열어 그 부분을 여러번 다시 읽었다. 나는 지구의 수많은 생명 중 동물의 하나일 뿐인 인간이 세상을 함부러 쓰고 있다고 생각 했다. 사실 나는 식물에 대해서는 전혀 아무런 생각도 하지않았다. 나는 그것들을 그저 자원으로만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세상을 가장 오래 버티고 있는 것은 식물이다. 이 지구를 가장 넓게 차지하고 있는 것들 역시 식물이고, 우리는 식물을 이 땅에서 밀어내고 우리의 자리를 차지하곤 한다. 그런데도 나는 동물이기 때문에 '동물들을 밀어내고 인간이 세상을 차지했다. 인간이 사라진다면 들개가 세상을 지배할지도 모르지.'라고 생각해왔다. 너무 우스운 생각이었다. 마치 왕좌를 내준다는 듯한 표현이 아닌가?테라리움은 재미있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여러모로 충격적이기도 하고, 그리고...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이야기의 결말이 굉장히 충격적이고 놀랍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어보고 다양한 감상을 풀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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