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08. ~ 2024.07.11. (4)
녹색의 장원
Green Mansions
윌리엄 허드슨 저
김선형 역
휴머니스트 출판
2022년 06월 20일 출간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어니스트 헤밍웨이와 D. H. 로런스가 숭모하고 사랑했던 작가 윌리엄 허드슨의 대표작이자 가장 뜨겁고 짙은 열대림의 로맨스. 권력 싸움에서 밀려나 베네수엘라 동부의 밀림으로 도피 중인 청년 ‘아벨’은 숲속에서 새소리를 내며 자유롭게 나무 위를 누비는 신비로운 소녀 ‘리마’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녹색의 장원》은 오드리 헵번이 리마를 연기한 동명의 영화로도 유명하며, 국내에서는 주로 문고판으로 각색되어 전해져왔다. 허드슨 사후 100주기를 맞아 새로운 번역으로 출간되는 이 책은, 문명의 손길이 닿지 않는 ‘녹색의 장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국적인 로맨스라는 분명한 전개를 넘어 환경과 인간, 자연과 문명에 대한 깊은 통찰과 함께 뛰어난 생태소설로서의 가능성까지 엿보게 한다.
윌리엄 허드슨은 영국으로 귀화하고 영어로 글을 쓴 영국 작가이지만 또한 아르헨티나에서 자국의 중요 문인으로 평가받는 아르헨티나 작가이기도 하다. 아르헨티나의 드넓은 평원에서 보낸 어린 시절은 그의 삶 곳곳에서 존재감을 드러낸다. 새를 사랑하는 박물학자로 성장하게 했으며, 남아메리카의 삶을 마술적 리얼리즘의 문체로 그려낸 회고록을 쓰는 등 작가로서의 그의 삶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휴머니스트의 세계문학 시리즈를 윌라 오디오북을 통해 듣다가 다음 작품으로 고른 것이 윌리엄 허드슨의 <녹색의 장원>이다. 표지가 흥미로워서 고르게 되었는데, 내용 자체도 흥미롭기는 했다. 흥미로운 소재일 수밖에 없었다. 오드리 헵번이 주인공으로 찍은 영화의 원작 소설이라고도 해서 더 흥미가 있었는데... 이런 작품들은 꼭 백인 남성들의 타 민족에 대한 선민의식이 노골적으로 드러나서 불쾌하다. 그럼에도 이 소설은 백인들의 진흙탕에 머리 처박기 그 자체이기 때문에 그럭저럭 ... 흥미롭게 읽었다.
원주민이나 다른 피부색의 여성은 싫지만, 매력적이고 아름답고 계몽된 이국의 여성에게는 흥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는 늬앙스가 드러나는 것은 불쾌하다. 이 이야기도 사실 그런 부분이 반복적으로 드러난다. 야만적인 원주민이라는 발언이 계속 언급된다. '야만인'이라는 말이 너무나 끔찍해서 끌까 하다가도 그냥 그대로 읽었다. 이야기의 초입은 마치 윌리 웡커가 움파룸파를 찾아갔을 때의 느낌이 들게끔 진행된다. 당연하다. 백인 남성이 미지의 야생에 들어가서 원주민들을 만나 그들에게는 당연스러운 일상이 백인에게는 신비로운 일이 된다는 이야기니까 말이다. 주인공은 야만적이고 미개한 원주민들이 접근하지 못하는 풀숲의 미신을 무시하고 들어갔다가 리마를 만나게 되며 사랑에 빠진다. 리마는 숲과 소통을 하는 신비로운 여성이지만 세례를 받았으며 원주민들을 혐오하는 여성이다. 이런 설정을 둔 것이 너무나 우습고 짜증났다...이야기는 사냥꾼, 원주민, 외부인들을 통해 이루어지며 그들의 관계로 인해 뿌리부터 얽혀온 것을 풀어나가고 결국은 주인공이 제 3자로서 그 무리들이 어떻게 이 일을 해결하는지를 결과까지 목격하고 다시 사회화된 백인 무리로 도망치는 것으로 끝맺는다. 미개하고 야만적인 이들은 서로를 죽이고 아름다운 것(리마)을 파괴하고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르고 그대로 싸우며 승리만을 외치고, 결국 리마의 유해도 찾지 못한 주인공 아벨은 조지타운(도시)으로 거지꼴을 하고 도망쳐나온다. 이런 모습이 마치 '그런 야만적인 이들의 삶은 멀리서 바라보는 것이 좋아. 걔네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미개한 것들이야. 우리는 사회화되고 규율화된 이 도시에서 문명화된 삶을 살아가자.' 이런 식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이 느껴진다. 언제나 그렇다. 모든 백인 남성들의 작품은 이런식이다(ㅋㅋㅋㅋㅋㅋ진짜로). 실제로 얼마나 많은 산림과 민족과 문명과 문화가 백인들 혹은 사회화되고 문명화되고 도시화된 이들에 의해 파괴되는가? 우리는 그런 것들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어쨌거나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사실 나는 리마가 대체 얼마나 신비로운 여성일까를 생각하며 가이아의 후손이거나 이런 식으로 판타지로 흘러가게 될 줄 알았다. 그런데 그러지 않았다는 점이 사실 조금은 아쉬웠다... (자꾸 모든 소설을 내 취향인 SF로 만들려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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