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5.21. ~ 24.05.30. (10)
살롱 드 경성 - 한국 근대사를 수놓은 천재 화가들
김인혜 저
해냄 출판
2023년 08월 25일 출간
국내도서 > 예술 > 미술 > 미술일반/교양
예술이 삶이 되고 삶이 예술이 되다!
가장 헐벗고 참혹했던 순간에도 문학과 미술을 꽃피운
한국 근대 예술가들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오늘날 한국 미술계를 향한 전 세계의 관심이 뜨겁다. 프리즈 등 세계적 아트페어가 서울에서 열려 문전성시를 이루고, 김환기 등 한국 화가의 작품이 100억이 넘는 가격에 낙찰되기도 한다. 이처럼 불과 100여 년 만에 한국 미술이 안팎으로 급성장하기까지, 열악한 환경에서도 예술혼을 불태웠던 선구자들이 있었다. 바로 19세기 말부터 1950년대까지 과도기에 활약했던 근대 미술가들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근대기 한국 작가들이라고 하면 이중섭과 박수근 정도만 떠올릴 뿐, 아는 바가 많지 않다.
이에 국립현대미술관의『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이중섭 백년의 신화』『내가 사랑한 미술관』『윤형근』등 블록버스터 전시를 기획했던 큐레이터 김인혜가 한국 근대사를 수놓은 천재 화가들의 생애와 작품 세계를 정리한『살롱 드 경성』을 펴냈다. 2021년부터『조선일보』에 연재되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동명의 칼럼을 수정, 보완하여 책으로 엮은 것이다. 구본웅, 박수근, 이중섭, 김환기, 유영국, 나혜석, 이쾌대, 이인성, 이성자, 장욱진, 권진규, 문신 등 주요 미술가 30여 명과 문인들의 우정과 사랑, 작품 세계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낸다. 혼란의 개화기와 암흑의 일제강점기를 거쳐, 전쟁과 분단이라는 가혹한 시대를 뚫고 자기만의 예술 세계를 구축했던 그들의 생애는 슬프도록 찬란하다.
요즘 같은 ‘실리주의’ 시대에 이들의 ‘낭만’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덥수룩한 머리와 창백한 얼굴에 숱한 수염이 뻗친 이상’과 ‘꼽추인 데다가 땅에 끌리는 인버네스를 걸친 구본웅’이 함께 거리를 거닐면 곡마단이 온 줄 알고 어린아이들이 그 뒤를 졸졸 따랐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일제강점기 가장 큰 미술전람회였던 《조선미술전람회》에 유화 18점을 발표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지만, 6·25전쟁을 거치는 동안 정현웅의 작품은 거의 소실됐다. 전쟁 통에 궁정동 집을 빼앗기고 떠돌이 생활을 한 후 돌아와 보니, 모든 작품이 불쏘시개로 태워진 후였다. 포화가 눈발처럼 흩날리던 그 겨울은 유난히 추웠다고 한다. 이중섭을 비롯한 당시 유명 작가들의 수많은 작품이 전쟁 통에 불쏘시개로 쓰였다.
한편 최재덕은 자신의 서명으로 소를 즐겨 그렸다. ‘최재덕’이라는 한글 글씨를 분해해서 소 모양이 되게 했다. ‘덕’이라는 글자가 소의 다리 모양을 만드는 식이다. 이 ‘소 마크’를 그저 재밌는 요소로만 볼 것은 아니다. 일제강점기에 소는 조선인을 상징하는 것으로, 일본인들이 무지하게 싫어하던 은유의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왜 소를 그렸느냐고 따지고 들면, 이건 소가 아니라 내 이름이라고 말할 참으로, 최재덕은 자신의 사인을 아예 소로 만들어버린 것이었을까?
그가 프랑스 파리에서 1958년 10월 16일에 그린 작품의 화제(畵題)를 읽어보자. “시월 달 깊은 밤에 깊은 밤 시월 달에 괴롭고 또 괴롭고 오만가지 생각에 깊은 밤 시월 달에 시월 달 깊은 밤에 깊은 밤에 오만가지 생각에 괴롭고 또 괴롭고.” 이것은 시인가 노래인가 절규인가? 이때 김환기는 김향안과 함께 파리에 있고, 고국에는 어린 세 딸과 노모가 있었다. 10월이라 추석도 지났는데, 애들은 어찌 지내고 있는지. 장남으로 태어났으니 산소 돌보는 일도 마땅히 자신의 몫인데, 벌초는 누가 했는지. 이처럼 타향에서 온갖 걱정으로 괴롭고 또 괴로운데, 그림은 마치 소박한 제사라도 지내듯이 과일을 올린 소반을 그려놓았다. 그의 솔직한 심경을 담은 글, 특히 편지글은 대체로 그립고 괴로운 내용으로 가득하다. 그에 반해 그림은 어찌 이리도 서정적일까. 그에게서 그림은 어쩌면 작가 스스로에게 건네는 위로이자 위안이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미술에 대한 지식은 부족한 편인데, 미술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작가와 당시 시대상에 대해 이야기를 듣는건 좋아한다. 사람은 예술을 통해 자신을 드러낸다고 생각하고, 실제로도 그것이 맞는 말이기 때문에 더 이런걸 알고 싶어하는 것 같다. 게다가 내가 잘 모르는 장르이고 내가 그저 취미로만 모두를 알기에는 어렵기 때문에 이런 책이나 혹은 도슨트를 듣는게 너무 재미있고 흥미롭다.이런저런 다른 해외 미술관이나 박물관, 혹은 유명 작품들에 대한 미술사와 작가의 삶에 대해 소개하는 책들은 많았던 것 같은데, 이렇게 한국 작품들과 경성을 배경으로 하며 한국미술사에 어떤 이야기가 있는지 말해주는 책은 흔치 않은 것 같다. 물론 내가 잘 모르는 것일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조심스럽다(ㅎㅎ). 이 책은 독서모임에서 선정하여 읽은 책이었기 때문에, 이 책을 완독한 후에 관련된 다른 한국 미술사 책을 읽어볼 생각이었는데, 내가 4월과 5월 내내 책을 간신히 달에 한 권 읽어내는 바람에ㅠㅠ 더 읽어보고 더 찾아볼 수 없었다. 아쉬워라. 나중에 찾아봐야지....이 책은 여러 한국의 화가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데 부부들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친구들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어떤 작가가 어떤 일을 겪었고 어떤걸 좋아했으며 어떤 사상을 가지고 있었고,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어했으며 그의 작품이 어떻게 되었는지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한다. 이 책을 쓴 김인혜 님이 엄청 대단한 미술사학자이자 큐레이터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약 20년간 국립현대미술관에 재직중이라고 하시니 입이 떡 벌어질 수밖에... 이런 분에게 이런 이야기를 이 가격으로 들어도 되는건가요...이런 생각이 절로 들었다.가장 인상깊었던 문장은 일제강점기 가장 큰 미술전람회였던 《조선미술전람회》에 유화 18점을 발표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지만, 6·25전쟁을 거치는 동안 정현웅의 작품은 거의 소실됐다. 전쟁 통에 궁정동 집을 빼앗기고 떠돌이 생활을 한 후 돌아와 보니, 모든 작품이 불쏘시개로 태워진 후였다. 포화가 눈발처럼 흩날리던 그 겨울은 유난히 추웠다고 한다. 이중섭을 비롯한 당시 유명 작가들의 수많은 작품이 전쟁 통에 불쏘시개로 쓰였다. 였다. 한국은 너무 많은 문화가 타민족에 의해 제거되었고, 625전쟁으로 인해 또 많은 분열이 발생하며 너무나 많은 문화의 일부들이 잿더미가 되었다. 이런 것이 너무나 안타깝다. 최근 SNS에서 돌았던 이야기 중, "해외 예술은 너무나 아름답고 다채로운데 조선의 예술은 구리다. 색도 없고 음악을 들으면 귀가 아프다."는 식의 이야기가 많은 공유를 받으며 논란이 되었다. 고작 하루, 이틀 갔던 이야기였지만 이런 이야기들을 들으면 마음이 안좋다. 그저 조횟수를 올리기 위한 어그로일 수도 있었겠지만 말이다. 조선은 아주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에 의해 너무 많은 핍박을 받았고, 당시의 훌륭한 사람들과 작품들이 사라졌다. 의식과 사상이 억눌리고 억압되고, 많은걸 숨기고 억제하고 살아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으니 그런 마음가짐으로 사람들은 꾹꾹 눌러참고 살았겠지? 싶었다. 그런 후에는 민족분열을 일으키는 전쟁까지 있었으니 서로의 사상을 숨기고 저 사람이 나와 어떻게 다른지 구분해내고 분리해야만 했다. 이런 억압적이고 폭력적이니 역사가 100년 가까이 이어진데다가, 친일파를 제대로 분류해내지도 못하고 군벌정치를 겪고 민주화운동으로 또 다시 사람들이 서로의 눈치를 보고 너무 많은 것들을 잃었으니... 사람들은 평범함과 일반적인 삶을 추구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남들과 내가 다르지 않기를 바라고, 독특하고 다르게 구는 사람이 나오면 그 사람을 경계하는 성향은 당연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역사를 하찮게 여기고 무시하고 그래야 살아남았던 사람들, 그럼에도 아니라고 주장하며 우리의 역사의 훌륭함을 이야기하고 세상에 알리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공존한다. 힘들지만 나아갈만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정말 정말 의미있는 책이었고, 소장 가치가 너무 훌륭하단 생각이 들어서 읽는 내내 한국으로 돌아가면 종이책을 구매해서 책장에 꽂아놔야지~ 하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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