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9.29. ~ 2023.09.29. (1)
사뭇 강펀치
설재인 저
안전가옥 출판
2021년 2월 24일 출간
소설 > 추리/미스터리/스릴러
안전가옥 쇼-트 시리즈의 일곱 번째 책이자 설재인 작가의 단편집이다. 외고에서 수학 교사로 근무하다 사표를 낸 후 복싱 선수로 활약한 작가는 생명력이 펄떡이는 문장들을 통해 자신만의 링에 오른 여자들의 곁으로 독자를 데려간다. 그들은 관습도 관계도 관심도 자기를 망친다면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맞서 싸우는 것 외에 다른 길은 없다.
학생 스포츠계의 어두운 단면을 온몸으로 체험한 끝에 정면 돌파를 택한 열여섯 살 복싱 선수를 그린 「사뭇 강펀치」, 음모론자 단체 리더의 딸이 아버지가 빼앗은 삶의 주도권을 쟁취하는 과정을 본인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그녀가 말하기를」, 실종된 쌍둥이 여동생을 찾는 여정을 통해 가족이기에 주고받는 상처를 파헤치는 스릴러 「앙금」 등 세 작품을 담았다.
사실 화가 났다고만 쓴다면, 지나치게 순한 맛 표현이다. 정말 개빡쳤다.
왜 측은한 눈으로 바라보느냐고 소리를 지르고 싶었어요. 그토록 매번 보고 싶어 했던, 죽고 못 살던 박선우의 두 눈을 파내고 싶었어요. 어쩌면 나는 박선우라는 사람이 아니라 저를 바라보던 박선우 의 둥근 눈구멍을 사랑했던 걸지도 모르니까요.
종점인 잠실에서 내려선 파주로 가기 위해 전철 을 몇 번이나 갈아탔어요. 그건 좀 쉬웠죠. 화장실 드나들라고 만든 비상문을 통과하면 되거든요. 썩은 지하철 공사에 돈을 한 푼도 바칠 수 없다면서 김흥수가 연습시킨 방법이라 아주 익숙하죠.
미단의 존재는 내게 공포였다. 모든 일에 사사건 건 정의를 말하고, 타인의 선악을 멋대로 측정하고, 또래들을 선동하는 미단이 무서웠다. 그 애는 모두 에게 아주 친절했지만 언제나 타깃 하나를 잡아 두 었다. '사람' 이라 할 수 없을 정도로 한심하거나 악 하거나 둘 다인 사람. 그러니 사람 취급을 해줄 필요가 없는 사람. 미단은 그를 집요하게 괴롭혀 나가 떨어지게 만들었다. 미단 주위의 사람들은 그런 걸 좋아했다. 누군가에게 스트레스를 풀 명분을 걔가 주는 것. 그러면서 동시에, 누군가에게 마땅한 벌을 주었다는 정당성까지 부여받는 것.
...
전교 40등 안에 들어서 처음으로 특별 자습실을 배정받았던 날이었다. 아빠가 잘했다며 손뼉을 칠 때 미단은 김치를 씹으며 이렇게 말했다.
- 아빠도 결국 똑같구나. 그저 등수 가지고 좋아 하는 거? 남을 누르고 이겨 먹어야 행복한 거? 아 빠도 겨우 그런 사람이구나?
주변의 모든 사람이 스스로를 인간이 덜된 쓰레 기라고 느끼며 불안해하도록 만들어야만 미단은 행복해했다. 나는 미단이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자주 생각했고, 내가 쓰레기구나, 라고 깨달았으며, 그 역시 미단의 의도임을 알았다.
이 책은 2023 국제도서전에서 안전가옥 부스를 구경하는 중에 구매했다. 당시 안전가옥 부스는 인싸존이라는 소문이 SNS에 돌 정도로 즐거운 분위기였다. 부스를 관리하시는 직원분들이 먼저 선뜻 말을 걸며 책을 추천해주시기도 하고, 내가 들고있는 구매리스트(ㅋㅋ)에 흥미를 보여주시기도 했다. 나는 책을 읽기 시작한지 얼마 안되었을 때 도서전에 갔었기 때문에 유명 작가도, 유명 도서도 출판사별 성향도 몰랐었기 때문에 약간 어리벙벙 상태였는데, 그날 안전가옥에 대한 친밀감이 부쩍 올라 읽어본 책은 한 권(<전력질주> 강민영)밖에 없음에도 내가 좋아하는 출판사로 자리잡았다. 나는 당시 수영에 빠져있었는데, 강민영 작가의 <전력질주>를 보고 표지가 마음에 들어서 구매했다. "여긴 책이 귀엽군..." 하면서 들어갔다가 표지 일러스트에 홀린 것이다. 그 책을 구경하고 있자니, 직원분께서 "이런 내용 좋아하시면, 이 책(사뭇 강펀치)도 재밌으실거에요!" 하며 책을 추천해주셨다. 당시에 전력질주도 무슨 내용인지 몰랐던 터라, 머쓱한 마음에 두 책을 함께 구매했다. 어차피 책 사러 간거였으니까(ㅋㅋㅋㅋ)
지금 생각해보면 <전력질주>와 <사뭇 강펀치>는 여성들의 연대와 모험, 협동을 보여준다는데에 비슷한 성향을 띄지만, 당시의 내가 수영에 초점을 맞추고 책을 골랐던 것을 생각하면 잘못된 선택이었던 것 같기는 하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책은 좀 과격한 편이었다. 첫 페이지부터 주인공은 사실 화가 났다고만 쓴다면, 지나치게 순한 맛 표현이다. 정말 개빡쳤다. 라고 말한다. 주인공은 진짜 개빡친 상태였다. 이 책은 3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있는데, 첫번째 이야기가 책의 제목과 같은 사뭇 강펀치이다. 세개의 이야기 모두 이런 느낌으로 흘러간다. 어떠한 부조리를 겪은 여성들이 연대하고 협동하여 그것을 이겨내려고 한다. 혹은 여성들간의 이야기를 나타낸다.
요즘은 영화에서도 이러한 느낌의 독립영화가 많다. 여성 감독들이 여성 배우들과 함께 이러한 스토리로 영화를 많이 찍는 것 같다. 옛날에도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느끼기에는 근 10년 들어 이러한 작품들이 늘어났다고 생각이 든다. 그런데 출판산업 쪽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흘렀던 것 같다. 그래서 오래된 책이어도 골라서 읽다보면 마음이 동하고 나를 잡아 일으키는 듯한 내용들이 많다. 이 책도 그랬다.
내가 앞서 "이 책은 좀 과격한 편"이라고 언급했는데,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제목대로 이 책은 "펀치"와 관련되어 있다. 복싱을 하는 아이들이 주인공이다. 이야기가 재미있어서, 성묘에 가는 길 동안 멀미도 안하고 재미있게 읽었다. 나는 내 눈 앞에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이야기임에도 이 이야기에 분노했고 주인공을 응원했다. 복싱이기에 과격하고,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과격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나를 끌어올렸다. 주먹을 쥐고 앞으로 내지르며, 문제를 해결하고, 부조리를 없애고, 사과하고, 모두가 일어나자고 소리지르고 싶은... 그런 연대감을 느끼게 하는 미묘하고 재미있는 책이었다.
가장 흥미로웠던건 세번째 소설인 앙금이었는데, 이건 내가 말로 설명을 하는 것보다 책으로 읽는 것이 더 흥미를 유발할 것 같다. 나는 앙금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기록하였으니, 누군가 내 리뷰를 읽는다면 사뭇 강펀치의 연대와 앙금의 흥미를 기억하고 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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