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9.29 ~ 2023.09.29 (1)
그림들 - 모마 미술관 도슨트북
SUN 도슨트 저
나무의 마음 출판
2022년 03월 25일 출간
에세이 > 예술에세이 > 미술에세이
미국 현지의 그림해설가 SUN도슨트가 '이 작품만은 꼭 보고 가자'라는 마음으로 16편의 작품을 추려 소개한다. 5층에서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과 모네의 <수련>을 관람하고, 차차 아래층으로 내려와 2층의 바스키아, 키스 해링으로 이어지는 흐름으로 관람을 권한다. 미술애호가로 잘 알려진 BTS의 멤버 RM이 게티 센터에서 모네의 '건초더미'를 보던 순간을 목격한 도슨트의 이야기를 들으며 스스로에게 도슨트처럼 질문하는 날을 상상해보기도 한다. "그림 속의 빛이 어때요?" (74쪽에 그림을 관람하는 RM의 모습이 실려있기도 하다.) 현대카드는 무료입장, 미술관은 오전에, 같은 실용적인 팁을 알려주는 도슨트의 친절함에 기대 마음만은 벌써 강바람이 부는 봄의 뉴욕이다.
"그 어떤 것도 확실하지 않지만, 나는 별들을 꿈꾸며 내 꿈을 그릴 거야"
혹시 반 고흐는 어둠 속에서도 역동적으로 환하게 빛나는 별들을 보며 자신의 희망을 키웠던 것은 아닐까? 저 별들처럼 나도 내 인생을 환하게 빛내 볼 거야.' 이렇게 다짐하면서 말이다.
모자를 쓴 남자의 얼굴 앞에 사과가 붕 떠 있는 이 그림은 마그 리트의 <사람의 아들>이다. 모자를 쓴 사람은 마그리트의 자화 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작품명인 <사람의 아들>은 '예수' 또는 '우리'로 해석되기도 한다. 사과가 얼굴을 가리고 있지만 왼쪽 눈이 살짝 보인다. 딱 이 남자가 마그리트일 거라고 짐작할 수 있을 만큼만 보인다. 이에 대해 마그리트는 우리는 항상 눈에 보이는 것과 그와 동시에 가려진 것을 보기 위해 부단히 관심을 기울인다"라고 표현한 바 있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보기 위한 갈등 의 연속이라고나 할까. 문득 사과와 함께 사과 뒤쪽의 얼굴이 누구일까 보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 나의 모습에 흠칫 놀라 게 된다. 그러고 보면 마그리트는 자신의 철학적인 생각을 시각적으로 절묘하게 표현해 낸다. 조금은 어려워 보이는 이 작품에 마그리 트가 숨겨 놓은 또 다른 위트가 있다. 혹시 찾았는가? 툭 튀어 나온 왼쪽 팔꿈치를 보라. 어디가 앞인가?
“나는 아프지 않아, 부러졌을 뿐이야.”
"내 인생에서 두려운 한 가지는, 어느 날 검정이 빨강을 삼킬 거라는 점이다."
이 책은 모마 미술관에 전시된 몇 작품들과 그 작가들에 대한 소개를 써놓은 글이다보니, 글귀를 발췌하여도 이미지가 없이는 의미가 없는 것 같다. 나의 한가지 실수는 바로 이 것이다. 내가 메모한 이 문장들이 어떤 그림과 어떤 작가를 향해있는지 전혀 기록해놓지 않았다는 것이다!(ㅋㅋㅋ)
나는 미술에 완전히 문외한이지만 이쪽에 동경은 있는 터라 이런 책들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를 못한다. 그런데 미술 관련 서적들은 작품에 대한 설명보다는 이런 작품을 그린 작가의 이야기나 기법에 대한 설명 정도를 해주기 때문에 나는 만족을 하지 못하는 편이다. 이 책은 정말 미술관에서 도슨트와 함께 미술관을 돌아다니며 설명을 듣는 것처럼 설명을 해주니 읽으면서 재미있었다.
모마미술관은 '모마'라는 이름을 가진 것은 아니고, Museum of Modern Art의 줄임말로 뉴욕 현대미술관을 뜻한다. 유명 작품으로는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 살바도르 달리의 기억의 지속 등이 있다고 소개된다. 책에는 프리다 칼로와 앤디 워홀의 작품에 대한 소개도 있고, 모네의 수련에 대한 설명도 있었다.
나는 원래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들을 좋아하고, 이 화가의 인생상과 그 외로움이나 절박함들을 좋아해서 유럽에 여행을 갔을 때도 암스테르담의 반 고흐 미술관과 프랑스의 오르셰 박물관을 여러번 방문하기도 했었다. 모마 미술관에 별이 빛나는 밤이 있다니 기회가 된다면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고흐의 작품 외에 내 마음을 동하게 한 작품이 있었다. 마크 로스코의 No. 5/No. 22 였다. 나는 이러한 그림들에 항상 감흥을 느끼지 못하곤 했다. 이런 작품들을 보면 사람들이 하는 말은 항상 같다. "요즘은 이것도 미술이라고 하나봐? 나도 그리겠다." 마크 로스코는 사람들이 자신의 작품을 보고 감정을 느끼기를 원했다고 한다. 그래서 한참 이 그림을 바라보고 있으면 몸 속에서 끓어오르는 감정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사람 하나보다 커다란 크기의 이 그림을 실제로 보게 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싶었다. 나는 내 손바닥보다 작게 인쇄된 이 그림을 보고도 위장에서부터 끓는 기분이 느껴져서 감정이 터져올랐었기 때문이다.
책에서 소개된 문구 중, 마크 로스코는 "내 인생에서 두려운 한 가지는, 어느 날 검정이 빨강을 삼킬 거라는 점이다." 라고 말했다고 한다. 영어로 찾아보니 "The only thing I fear in life is that one day the black will swallow the red."라고 한다. 색으로 감정을 표현한 마크 로스코에게 빨간색과 검정색이 어떤 의미일지는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듯 했다.
그 외에도 책의 마지막에는 이중섭 특별전에 대한 소개도 담고 있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내용이 모두 흥미로웠다.
나중에 모마 박물관에 가게 된다면, 가기 전에 이 책을 다시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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