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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독서

<해리포터 시리즈> 조앤. K. 롤링

2023.08.20. ~ 2023.08.21. (2)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2023.08.22. ~ 2023.08.22. (1)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
2023.08.23. ~ 2023.08.24. (2)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2023.08.26. ~ 2023.08.30. (5)                   해리 포터와 불의 잔

2023.08.31. ~ 2023.09.06. (7)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2023.09.06. ~ 2023.09.08. (3)                해리 포터와 혼혈왕자

2023.09.08. ~ 2023.09.10. (3)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해리 포터와 불의 잔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해리 포터와 혼혈왕자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조앤 K. 롤링 저
강동혁 옮김
문학수첩/Pottermore
2020년 03월 25일 출간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해외소설


책소개

이번에 선보이는 『해리 포터』 시리즈에는 J.K. 롤링이 작품 속에 이룩해놓은 문학적 성취가 완벽하게 구현되어 있다. 복선과 반전을 선사하는 문학적 장치들을 보다 정교하고 세련되게 다듬었으며, 인물들 사이의 관계나 그들의 숨겨진 비밀 그리고 성격이 도드라지는 말투의 미세한 뉘앙스까지 점검했다. 『해리 포터』의 세계에 처음 발을 들여놓는 독자는 물론, 그동안 『해리 포터』의 세계를 즐겨 찾아왔던 독자 모두에게 완성도 높은 만족과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해리 포터 시리즈를 처음 접했던건 초등학생 때였다. 1995년 첫 출간되었고, 국내에는 1997년 첫쇄가 나왔다고 하는데 나는 조금 늦게 읽었다. 나는 책보다는 영화로 먼저 해리 포터를 접했고, 그 이후에 책으로 해리 포터를 접하게 되었다. 해리 포터는 그 당시 모든 내 또래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다. 어쩌면 나도 호그와트의 입학 편지를 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 마법 세계가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상상을 하게 했다. 친구들은 모두 함께 마법 주문을 외우거나 그리핀도르니 슬리데린이니 하며 기숙사를 고르기도 했다.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해리 포터, 살아남은 그 아이를 위하여!"

 

"그래, 네가 해리구나!" 거인이 말했다. 해리는 사납고 거칠고 그림자가 진 거인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딱정벌레 같은 눈 주위가 미소로 주름지는 것이 보였다. "지난번에 봤을 때 아기였는데." 거인이 말했다. "넌 아빠를 많이 닮았어. 눈은 엄마랑 똑같지만."

 

"내 말은, 우리 세상에 대해서 말이다. 너의 세상이기도 하고. 내 세상이기도 하고. 너희 부모님의 세상 말이야."

 

"해리...... 너는 마법사야."

 

<해리 포터 시리즈>는 해리 포터라는 살아남은 소년이 마법사로서 살아가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이 이야기는 주인공인 "해리 포터"가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개척하며 용감하게 싸우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해리는 혼자가 아니다. 해리는 친구인 론 위즐리와 헤르미온느 그레인저와 함께한다. 종종 해리의 기숙사인 그리핀도르의 친구들이 함께 하기도 하고, 호그와트 친구들인 래번클로나 후플푸프의 친구들이 해리와 함께 하기도 한다. 설정상 슬리데린에는 해리를 돕는 친구는 없지만 드레이코 말포이의 경우에는 해리의 성장에 다양한 방식으로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해리 포터가 친구들과 기숙 학교에서 살아가며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우리는 책으로 읽는다. 이 이야기가 청소년 도서이기 때문일까? 나는 청소년 도서들이 친구와의 우정 혹은 넌 혼자가 아니야!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한다.

일본 만화 <에반게리온>의 경우 선천적으로 높은 에반게리온 싱크로율을 보여주는 이카리 신지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운명을 부정하고 거부하며, 세상의 불행보다 자신의 고통을 우선시한다. 친구를 외면하고, 자신이 짊어져야 하는 일(에반게리온 파일럿)을 거부한다. 심지어 신지는 작품 초반에 거대한 인조인간 에반게리온에 갑작스럽게 탑승하여 조종하게 된다. 그리고 그 조종은 실패한다. 결국 싱크로율이 신지보다 낮고,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아야나미 레이라는 다른 에반게리온 파일럿이 그 일을 대신한다. 신지는 그것을 보고도 겁을 먹는다.

에반게리온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작품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닐까? (나는 에반게리온 짱짱팬) 해리 포터 시리즈는 해리가 친구를 사귀는 이야기, 자신을 이해하게 되는 이야기, 사춘기를 겪으며 친구와 싸우고, 친구를 이해하고, 우정과 사랑을 알고, 함께 하고,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다룬다. 볼드모트라는 절대악과 싸운다는 이야기이고, 누군가가 죽고, 다치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전쟁이 발생하고, 싸우고, 두려움에 떨고, 분열하기도 하지만 해리 포터는 전체적으로 희망을 말한다. 아마 해리 포터가 청소년 도서이기 때문일 것이다. 총 7권, 약 270만 자의 이 소설은 7년이라는 긴 시간에 걸쳐 신비롭고 놀라운 마법 세계를 보여주지만, 동시에 함께 힘을 합치고 앞으로 나아가며, 분열하지 않고, 서로를 존중하고 사랑하고 용서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해리 포터는 마법사의 돌에서 트롤과 싸워 친구를 지켜내고, 못된 교수님을 적이라고 생각하기도 하며, 거대하고 위협적인 마법 생물을 잠재우고, 마법 식물이나 마법사 체스, 마법약 시험 등을 함께 풀어낸다. 해리는 혼자라면 해내지 못했을 일들을 친구들과 힘을 합쳐 풀어내고 답을 찾아낸다. 그것이 정답이 아닐지라도 해리는 친구들과 함께 최선의 답을 내놓으려 노력한다. 이것이 단순히 친구와 함께한다! 라고 느껴지지 않았다. 내가 청소년이고 초등학교 1학년이거나 11살이었을 때는 다르게 느꼈을까? 어른인 내가 해리를 다시 보니 해리는 친구들과 함께 힘을 합쳐 문제를 해결하고 있었다. 이것이 "넌 항상 완벽해야 해!"가 아닌, "네가 완벽할 수는 없어, 하지만 부족한 부분들을 친구들과 함께 채워나가." 라고 한다고 느껴졌다. 

해리는 영웅이라고 불리기는 했지만, 자신이 원했기에 영웅이 된 것은 아니었다. 또래인 론, 헤르미온느, 네빌과 같은 아이들은 해리가 영웅으로서 갖는 어떠한 한계선을 넘지 못한다. 이런 부분들이 해리를 주인공으로 만들고, 조연들이 주인공인 해리 포터의 영역을 침범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겠지만... 하지만 해리는 주인공이자 영웅이라는 그 종점까지 혼자 걷지 않는다. 해리는 친구들과 함께 나아가고, 친구들의 도움을 받거나, 친구들을 직접 끌고 나아간다. 해리가 혼자가 아니라 친구들과 함께 길을 나서 결말까지 도달한다는 점이 너무너무 좋았다.

마법사의 돌에서 해리가 혼자였다면 해내지 못했을 일들(악마의 덫, 마법사 체스, 머글의 논리 문제가 얽힌 마법약 시험)들을 친구들과 함께 풀어내며 마지막 방에 도달한다. 이런 것들은 해리가 단순히 주인공이기 때문에 해리가 먼치킨인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 같이 느껴졌다. 해리는 정말 평범한 아이일 뿐이고, 어쩌다 보니 살아남았고, 살다보니 영웅이 되어 있었다. 해리는 가족을 잃고 싶어서 잃은 것이 아니고, 평범하게 살고 싶지 않아서 영웅이 된 것도 아니었다. 주인공인 해리 포터가 모든 마법에 능숙하며, 실패를 모르고, 마음이 단단하여 확고한 성격이라면, 독자들은 해리 포터를 동경했을 것이다. 하지만 해리 포터는 평범한 11살짜리 어린 아이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해리 포터라는 주인공을 응원하고 사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점은 위기의 시대를 살아가는 주인공들을 바라보는 독자들이 그리핀도르라는 용기와 정의를 상징하는 기숙사를 사랑하게 하는 것과도 연관이 있다고 생각한다.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

"해리 포터는 도비한테 화를 내면 안 돼요. 도비는 다 잘되게 하려고 그런 거예요..."

 

비밀의 방이 열렸다.
후계자들의 적들이여, 경계하라.

 

"내 뼈가 다시 생기기 전에 사라지는게 좋을거야, 도비. 아니면 내가 네 목을 조를지도 몰라." 도비는 힘없이 미소 지었다. "도비는 죽여 버리겠다는 협박에 익숙해요. 도비는 집에 서도 하루에 다섯 번은 그런 위협을 받는답니다."

 

"아, 해리 포터가 알아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도비는 누더기 베갯잇 위로 더 많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괴로워했다. "해리 포터가 우리에게 비천한 노예로 살고 있는 마법 세계의 쓰레기들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말이에요! 도비는 이름을 말해서는 안 되는 그 사람의 힘이 절정에 달했을 때를 기억해요! 우리 집요정들은 벌레 취급을 당했어요! 물론, 도비는 지금도 그런 취급을 당하지만요." 도비는 베갯잇에 얼굴을 닦으며 그렇게 인정했다. "하지만 당신이 이름을 말해서는 안 되는 그 사람에게 승리를 거둔 뒤로 우리 종족의 삶은 대부분 나아졌어요. 해리 포터는 살아남았고 어둠의 왕은 힘이 약해졌죠. 새로운 새벽이 밝았고, 해리 포터는 어두운 나날이 결코 끝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우리에게 희망의 등불처럼 빛났어요... 그런데 지금 호그와트에서 끔찍한 일들이 일어나려고 해요. 어쩌면 이미 일어나고 있는지도 몰라요. 그래서 도비는 해리 포터가 여기에 머물도록 내버려 둘 수 없어요. 역사가 되풀이되려는 마당에, 비밀의 방이 다시 한 번 열린 마당에..."

 

"해리 포터가 친구들을 위해 목숨을 걸다니!" 도비가 슬픔에 도취된 것처럼 신음을 내뱉었다. "너무나 고귀해! 너무나 용맹해! 하지만 해리 포터는 스스로를 지켜야 해요, 그래야 해요, 해리 포터는 결코..."

 

"교수님." 해리가 헐떡거리며 말했다. "교수님의 새가... 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요. 그냥 불이 붙어서..." 놀랍게도 덤블도어는 미소를 머금었다. "그럴 때가 됐지." 덤블도어가 말했다. "며칠 동안 끔찍한 몰골을 하고 있기에 이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해 주고 있었단다."

 

 

마법사의 돌이 독자들에게 신비로운 마법 세계로 초대하는 내용이라면, 비밀의 방은 본격적으로 해리가 어떤 위험 속에 놓여있는지를 알게 하는 전초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 세계 속에서 가장 사랑받는 해리 포터라는 인물은 도비라는 인물에게 과격하게 보호받는다. 해리는 그 보호가 불만스럽고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만, 해리 포터를 향한 도비의 애정과 순수한 열정은 어찌 보면 과하다 싶으면서도 이야기를 모두 알게 된 이후에는 그럴만 했다는 생각도 들게 한다. 비밀의 방을 읽으면서 인용했던 내용을 보면, 도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었다. 도비는 해리포터 세계관에서 가장 유명한 마법 생명체이자 동시에 해리포터 시리즈 팬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마법 생명체일 것이다. 집요정인 도비는 하천민 노예나 다름없다. 도비는 마치 옛날 미국이 흑인을 노예로 부려먹었던 시절을 떠올리게도 하고, 일제강점기때 일본이 조선인들을 학살하거나 노예취급했던 시절을 떠올리게도 한다. 도비는 그만큼 상징적인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도비는 마법세계에서 가장 밑바닥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종족이 가진 거대한 틀을 깨고 마법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해리 포터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한다. 어쩌면 그의 주인이 말포이이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도비의 해리 포터는 어두운 나날이 결코 끝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우리에게 희망의 등불처럼 빛났어요 라는 말을 보면, 도비는 정보를 알게되자마자 해리를 구하기 위해 앞뒤가리지 않고 달려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해리를 도왔던 수많은 인물 중에 누가 더 안타깝고, 가여운지 단언할 수는 없다. 하지만 도비라는 인물은 가장 아래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마법사를 바라보았고, 욕심 없이 오로지 사랑과 존경만으로 해리를 보호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이 시리즈가 말하는 '사랑하고, 협동하고, 나아가라'를 주인공인 골든트리오 외에 가장 잘 설명하는 인물이라고도 생각한다.

헤드위그나 시리우스, 프레드와 같은 인물은 해리와 직접적인 관계성을 갖고 얽힌 인연이다. 하지만 도비는 달랐다. 해리에게 도비는 자신을 도와주려고 하는 고마운 집요정이었을 것이고, 해리가 가족이나 친구를 떠올린다면 과연 도비를 떠올렸을까? 나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도비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을 떠올리라고 한다면 아마 해리를 떠올리지 않았을까? 그러니까, 어쩌면 오직 한방향으로만 흘러갈지 모르는 팬으로서 혹은 반려동물이 주인을 사랑하는 것과 같은 애정으로 도비는 자신이 직접 해리 포터와 자신의 인연을 묶었다. 해리는 도비에게 감사하게 되었고, 도비를 친구로서 받아들였다. 도비가 제 주인인 루시우스 말포이에게 양말을 전해받게 함으로써 도비는 자유를 얻고, 진정으로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자유를 얻는 것)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도비는 그 사건을 계기로 해리에게 제 인생을 모두 쓰게 되었다.... 도비..

 

비밀의 방은 해리 포터가 볼드모트의 호크룩스의 존재를 알게 되고, 톰 리들이라는 볼드모트가 되기 이전의 훌륭했던 학생을 만나게 된다는 매우 상징적인 이야기이다. 해리가 친구들에게 연락을 받지 못하고, 누군가를 마법으로 위협하거나, 법을 어겼음에 경고를 받는 등 '잘못된 행동'을 하게 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결국 해리는 진실을 알게되고 터져나오던 분노를 식힌다. 교장실에 들어가서 불타 사라지는 퍽스를 처음 봤을 때, 자신의 행동이 아님을 설득하려고 하고, 오해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톰 리들은 자신의 이득만을 취하려고 했던 훌륭하고 똑똑한 반장이자 잘생긴 슬리데린 학생이기도 했다. 해리가 잘못을 이해하고, 반성하고, 사과하고, 오해를 푸는 행동들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해주는 에피소드라고 생각했다.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해리가 '그 사람'을 가로막은 날 블랙은 모든 걸 잃었어. 그 일을 곱씹으며 아즈카반에서 혼자 12년이란 세월을 보냈고...

 

"영웅처럼 굴려는 건 아니지만, 솔직히 시리우스 블랙이 볼드모트보다 악독할 리 없잖아요. 안그런가요?" 위즐리씨는 볼드모트의 이름을 듣고 움찔했지만 그것을 문제 삼지는 않았다.

 

"나는 못된 짓을 꾸미고 있음을 엄숙히 맹세합니다."

 

블랙에 관한 진실을 말해 주지 않았따며 그가 해그리드를 책망하기 시작할 거라고 예상한 것 같았다. 하지만 해리는 이토록 비참하고 겁에 질려 보이는 해그리드에게 차마 그런 말을 할 수는 없었다. "들어 보세요, 해그리드." 해리가 말했다. "포기하면 안 돼요. 헤르미온느 말이 맞아요. 아저씨한테는 그저 훌륭한 변론이 필요할 뿐이에요. 우리를 증인으로 부르실 수도 있고요."

 

우드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내가 교수님께 말씀드려 볼게, 해리." 그가 약속했다. "정신 차리시게 해야지... 파이어볼트라니... 진짜 파이어볼트가, 우리 팀에 있는데... 맥고나걸 교수님도 우리만큼이나 그리핀도르가 이기기를 원하셔... 내가 교수님이 제정신을 차리시도록 만들게... 파이어볼트라니..."

 

"내가 가르쳐 주려는 주문은 아주 고급 마법이란다, 해리. 보통 마법사 등급을 훨씬 뛰어넘지. 패트로누스 마법이라고 한다."
"어떤 효과가 있는데요?" 해리가 초조한 목소리로 물었다.

"뭐, 제대로 먹힌다면 패트로누스를 불러내지." 루핀이 말했다. "패트로누스는 어떻게 보면 디멘터와 정반대의 존재야. 너랑 디멘터 사이에서 방패 역할을 하는 수호자란다."

 

"주문을 외워야지. 그 주문은 네가 온 힘을 다해 아주 행복했던 단 하나의 기억에 집중할 때에만 통할 거야." 해리는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리려고 애썼다. 물론, 더즐리네서 겪었던 일 중에는 행복한 기억이 하나도 없었다. 마침내 그는 처음으로 빗자루를 탔던 순간을 골랐다.

 

해리는 열심히 생각한 끝에, 작년 기숙사 챔피언십에서 그리핀도르가 우승했을 때의 그 확실히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리기로 했다. 그는 마법지팡이를 다시 움켜쥐고 교실 한가운데 섰다. "준비 됐니?" 루핀이 상자 뚜껑을 잡고 물었다. "준비됐어요."

 

정말로, 정말로 행복한 기억... 훌륭하고 강력한 패트로누스로 바꿔놓을 수 있는 기억... 그 자신이 마법사이고, 더즐리네를 떠나 호그와트로 가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그게 행복한 기억이 아니라면 과연 무엇이 행복일 수 있을까? 해리는 프리빗가를 떠난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의 느낌에 집중하며 바닥에서 일어나 포장용 상자를 다시 한 번 마주했다. 그가 세 번째로 상자의 뚜껑을 열자 그 안에서 디멘터가 솟구쳐 나왔다. 교실 안은 또다시 싸늘하고 어두워졌다. "엑스펙토 패트로눔!" 해리가 악을 썼다. "엑스펙토 패트로눔! 엑스펙토 패트로눔!"

 

그는 아버지와 아버지의 가장 오랜 친구 세 사람을 생각하고 있었다... 무니, 웜테일, 패드풋, 프롱스... 오늘 밤, 그들 네 사람 모두 교정에 나타났던 걸까? 다들 죽었다고 생각한 웜테일은 오늘 저녁에 다시 나타났다. 아버지가 나타나는 건 아예 불가능한 일일까? 해리가 호수 건너편에서 환영을 본 걸까? 그 형상은 너무 멀어 또렷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해리는 의식을 잃기 전 잠깐 동안 확신을 품었다.

 

마법 지팡이 끝에서 형체 없는 안개구름이 아닌, 눈이 멀 듯 찬란한 은빛 동물이 튀어나왔다. 그는 그것이 무엇인지 보려고 힘겹게 눈을 떴다. 말처럼 생긴 그것은 조용히 그에게서 멀어져 어두운 호수 위를 질주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머리를 숙인 채, 몰려드는 디멘터들에게 돌진하는 모습이 보였다... 어느새 패트로누스는 땅 위의 어두운 형체들 주위를 질주하고 또 질주했다. 디멘터들은 뒤로 넘어지고 흩어지고 어둠 속으로 물어나다가... 사라졌다. 패트로누스는 기슭에서 멈춰 섯다. 커다란 은빛 눈으로 해리를 빤히 바라보면서도 그것은 부드러운 땅에 발자국 하나 남기지 않았다. 그것이 뿔이 난 머리를 천천히 숙였다. 그리고 해리는 깨달았다. "프롱스." 그가 속삭였다. 하지만 떨리는 손끝을 뻗자 그 생명체는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해리, 믿을 수가 없어. 그 디멘터들을 다 몰아낸 패트로누스를 불러낸 게 너였다니! 그건 진짜, 진짜 고급 마법이란 말이야..."
"이번에는 할 수 있을 줄 알았어." 해리가 말했다. "이미 한 거니까. ...말이 되나?"

 

시리우스는 탁 트인 하늘을 향해 벅빅을 돌려세웠다. "다시 만나게 될 거다." 그가 말했다. "넌... 정말 네 아버지의 아들이구나, 해리..."

 

"너는 우리가 사랑했던 사람들이 죽어서 정말로 우리 곁을 떠난다고 생각하니? 엄청난 곤경에 처해 있을 때 그들을 어느 때보다도 선명하게 떠올리는 것 같지 않아? 네 아버지는 네 안에 살아 계신다, 해리. 그리고 네가 아버지를 필요로 할 때 가장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내지. 그게 아니면 네가 어떻게 하필 그 패트로누스를 만들어 낼 수 있었겠니? 어젯밤에는 프롱스가 다시 나타난 거야."

 

발자국 하나 남기지 않았다. 그것이 뿔이 난 머리를 천천히 숙였다. 그리고 해리는 깨달았다. "프롱스." 그가 속삭였다. 하지만 떨리는 손끝을 뻗자 그 생명체는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해리, 믿을 수가 없어. 그 디멘터들을 다 몰아낸 패트로누스를 불러낸 게 너였다니! 그건 진짜, 진짜 고급 마법이란 말이야..."
"이번에는 할 수 있을 줄 알았어." 해리가 말했다. "이미 한 거니까. ...말이 되나?"

 

시리우스는 탁 트인 하늘을 향해 벅빅을 돌려세웠다. "다시 만나게 될 거다." 그가 말했다. "넌... 정말 네 아버지의 아들이구나, 해리..."

 

"너는 우리가 사랑했던 사람들이 죽어서 정말로 우리 곁을 떠난다고 생각하니? 엄청난 곤경에 처해 있을 때 그들을 어느 때보다도 선명하게 떠올리는 것 같지 않아? 네 아버지는 네 안에 살아 계신다, 해리. 그리고 네가 아버지를 필요로 할 때 가장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내지. 그게 아니면 네가 어떻게 하필 그 패트로누스를 만들어 낼 수 있었겠니? 어젯밤에는 프롱스가 다시 나타난 거야."

 

 

아즈카반의 죄수를 시작하기 전부터 하던 생각이 있었다. 아즈카반의 죄수까지는 해리가 진정으로 행복해하며 학기를 마무리했던 마지막 학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해리는 고작 13살이고, 한국에서는 고작 초등학교 6학년 ~ 중학교 1학년인 나이이다. 불의 잔에서는 친구의 죽음을 목격하고, 동시에 볼드모트의 부활을 마주했다. 불사조 기사단에서는 죽음을 먹는 자들과 전투하며, 큰 상해를 입고, 대부를 잃는다. 혼혈왕자에서는 가장 큰 멘토였던 덤블도어를 잃는다. 죽음의 성물에서는 제 본래의 삶을 잃고 죽음의 위협 속에서 친구들과 모험을 한다....

 

해리는 위즐리 가족을 통해 해리가 여태껏 느낄 수 없었던 가족애, 협동심, 연대에 대해 느낄 수 있었을 것 같다. 해리는 늘 혼자였고, 삐뚤어진 듯 보이는 더들리 가족의 애정을 보고 자랐으며, 학대받았으니까. 해리에게 위즐리 가족이 좋은 모티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느낀건, 위즐리씨가 해리에게 시리우스 블랙에 대한 위험을 언급하며 조심하라고 알려줄 때였다. 이정도는 보통의 어른이라면 해줄 수 있는 조언이었다. 해리는 반항심에 날이 서있던 때였는데, 이때 해리는 위즐리씨에게  "영웅처럼 굴려는 건 아니지만, 솔직히 시리우스 블랙이 볼드모트보다 악독할 리 없잖아요. 안그런가요?" 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때의 아서 위즐리의 반응이 나를 놀라게 했다. 위즐리씨는 볼드모트의 이름을 듣고 움찔했지만 그것을 문제 삼지는 않았다. 라는 언급을 통해 이 인물이 얼마나 올곧고 훌륭하며 나약하지 않아 해리가 기댈 수 있는 어른일 수 있음을 확신할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해리는 지금까지 덤블도어 외의 모든 마법사와 마녀들이 '볼드모트' 라는 이름에 두려움에 떠는 것을 봐왔다. 하지만 아서 위즐리는 평생 두려움에 떨었을 그 이름을 해리로부터 직접 들었음에도 겁먹지 않고 이겨내려고 했다.

해리는 볼드모트의 존재를 알게 된 순간부터 타인을 배려하는 순간에는 "그 사람"이라는 표현을 써왔다. 그 외에는 항상 "볼드모트" 라고 했다. 마치 작가가 인물 하나하나를 해리의 탈을 쓰고 시험하는 것 처럼 말이다. 그 중에 덤블도어와 아서 위즐리 정도만이 해리에게 '그 이름을 부르지 마!'라고 반박하지 않은 것 같다. 이렇게 생각하면 아서 위즐리는 정말 대담하며 동시에 정의로운 사람임을 알 수 있다. 말포이가 이 의인이자 선인들인 위즐리를 가난뱅이라고 놀려대지만, 가난하다는 것 외에는 위즐리를 얕볼 수 있는 방법이 없을 것이다. 위즐리 또한 진정한 그리핀도르이며 동시에 무너진 시대 속의 진정한 순수혈통의 선구자가 아닐까?

 

나는 시간여행 소재를 정말 좋아한다. 하지만 시간여행은 다양한 가능성이 있기에 스토리의 방향이 세세하게 나뉜다. 그 중에서 나는 미래의 누군가가 과거로 돌아가서 상황을 바꾼다고 해도, 미래가 바뀌지 않는 것을 좋아한다. 왜냐면 미래의 인물이 이미 과거로 돌아가서 시간을 바꾼 것이, 주인공이 이미 미래에 겪고 있는 일이기 때문에. 이런 설정은 이미 미래가 정해져있다는 해석보다는 내가 선택한 일들이 언제나 내 미래를 만들며, 그것을 후회해봤자 다를 것은 없으니 최선의 선택을 하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불가능이라고 믿었던 것, 나는 안 될 것이라고 믿었던 것이 사실은 이미 내가 해낸 일들이라는 거대한 서사와 가능성의 이야기가 좋다. 내 실수로 인해 일이 크게 틀어지고, 과거로 돌아가 미래를 바꿀 생각으로 이기심에 의해 행동하더라도 결국은 그 모든 일들로 인해 본인의 현재가 되어버린다는 것이.

그래서 아즈카반의 이야기가 좋았다. 해리는 시리우스를 구하기 위해 패트로누스 마법을 쓰지만, 마법은 실패로 돌아간다. 시리우스는 결국 잡히게 된다. 하지만 누군가가 그들을 구해주는데, 해리는 그게 고위마법사나 자기 아버지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자신이라는 생각은 절대 하지 못한다. 죽은 아버지보다는 시간을 거스른 자신이 벌인 일이라는게 더 가능성이 큰데도 말이다.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 그리고 자신이 아닐거라는 확신 때문에 해리는 그렇게 믿는다. 아버지일 것이라고. 그런데 결국 그것은 해리였다. 그러고는 "이번에는 할 수 있을 줄 알았어. 이미 한 거니까. ...말이 되나?" 라고 말한다. 

 

<해리 포터와 불의 잔>

론이 조바심을 내며 말했다. "그 해골이 누굴 해친 것도 아니잖아... 왜들 호들갑이야?"

"말했잖아, '그 사람'의 상징이라고, 론."

 

덤블도어가 길쭉한 손가락을 뻗어 양피지를 잡은건 거의 반사적인 행동인 듯 했다. 그는 양피지를 들고 거기에 적힌 이름을 뚫어지게 들여다보았다. 덤블도어가 손에 들린 양피지를 바라보는 동안 기나긴 침묵이 흘렀다. 대연회장 안의 사람들 모두가 그런 덤블도어를 쳐다보았다. 이윽고 덤블도어가 목소리를 가다듬고 거기에 적힌 이름을 읽었다.

"해리 포터."

 

하지만 다른 누군가는 그런 생각을 했던 것이다. 그 누군가는 해리를 대회에 참가시키고 싶어 했고 그가 참가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왜? 선물을 주려고? 왠지 그건 아닐 것 같았다. 그를 죽이려고 그런 거라면? 무디는 늘 그랬듯이 편집증을 드러낸 것뿐일까? 누군가가 장난으로, 농담처럼 해리의 이름을 불의 잔에 넣는 일이 가능할까? 정말로 그의 죽음을 바라는 사람이 있을까? 그 질문에는 곧바로 답이 떠올랐다. 그렇다, 해리가 죽기를 바라는 사람이 있었다. 해리가 한 살이었을 때부터 줄곧 그의 죽음을 바란 사람... 볼드모트 경.

 

해그리드가 갑자기 한숨을 쉬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다시 그를 내려다보았다. "학교 대표 선수라니... 모든 일이 꼭 너한테만 일어나는 것 같아. 안 그러냐?" 해리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랬다, 모든 일이 그에게만 일어나는 것 같았다... 호수 주변을 산책할 때 헤르미온느가 했던 말도 바로 그런 뜻이었다. 게다가 헤르미온느에 따르면, 그것이 바로 론이 더 이상 해리와 말하지 않으려 드는 이유였다.

 

"왜 나한테 말해 주는 거야?" 그가 물었다. 해리는 기가 막히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세드릭이 두 눈으로 직접 그 용을 봤다면, 이런 바보 같은 질문은 던지지 않았을 것이다. 해리는 아무리 철천지원수라도 아무 준비도 없이 그런 괴물들과 마주하게 놔둘 수 없었다. 뭐, 말포이나 스네이프라면 모르겠지만... "그냥... 그래야 공평하잖아?" 그가 세드릭에게 말했다. "이제 우리 모두가 알고 있어... 같은 출바선에 선 거야. 그치?"

 

"그리고 잊지 마라. 너희끼리 내 얘기를 할 때에는 나를 멍멍이라고 불러. 알았지?"

 

안개를 뚫고 걸어가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그런 위험을 감수할 가치가 있을까? 아니면 왔던 길을 되돌아가야 할까? 해리는 여전히 망설이고 있었다. 그때 어떤 비명 소리가 주위의 정적을 깨뜨렸다. "플뢰르?" 해리가 소리쳤다. 침묵이 이어졌다. 그는 허겁지겁 주위를 둘러보았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플뢰르의 비명은 앞쪽 어딘가에서 들려온 것 같았다. 해리는 심호흡을 한 뒤 마법에 걸린 안개를 뚫고 달려갔다.

 

"동시에 잡는 거야. 어쨌든 호그와트가 우승하는 거잖아. 공동 우승으로 하자." 세드릭은 해리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가 팔짱을 풀었다. "너, 너 진심이야?" "응." 해리가 말했다. "그래... 우린 서로를 도왔잖아. 우리 둘 다 여기까지 왔어. 그냥 둘이 같이 우승하자."

 

세드릭이 팔다리를 뻗고 그의 옆에 쓰러져 있었다. 죽어 있었다. 영원처럼 느껴지는 한순간, 해리는 세드릭의 얼굴을 보았다. 버려진 집의 창문처럼 텅 비고 빛을 잃은 그의 부릅뜬 회색 눈동자를, 살짝 놀란 듯 반쯤 벌어진 그의 입을 바라보았다. 그때, 눈앞에 펼쳐진 관경을 미처 이해하기도 전에, 무감각한 비현실감 말고 뭔가 다른 것을 느끼기도 전에, 누군가가 그를 일으켜 세우는 것이 느껴졌다.

 

분노를 담은 커다란 진홍색 눈, 콧구멍이 있어야 할 자리에 뱀처럼 쭉 찢어진 구멍만 있는 납작한 코, 해골보다 창백한 얼굴…….
볼드모트 경이 부활했다.

 

"선량한 사람들은 조종하기가 아주 쉽지, 포터."

 

"돌아왔어요." 해리가 중얼거렸다. "그자가 돌아왔어요. 볼드모트요."

 

"난 이 돈을 갖고 싶지 않아. 필요도 없어. 하지만 웃음은 필요해. 우리 모두에게 웃음이 필요할지도 몰라. 나는 머잖아 어느 때보다도 우리에게 더 많은 웃음이 필요하게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불의 잔은... 사실 내가 제일 흥미없어했던 학년이었는데, 어른이 되어 읽으니 너무 재미있었다.

가장 재미있었던 부분은 해리와 세드릭이 서로 각자 알아낸 문제에 대한 힌트를 공유하는 장면이다. 해리는 해그리드의 도움으로 첫번째 문제가 용에 대한 것임을 알게 된다. 해리는 멀리 숨어있는 카르카로프를 보게되고, 해그리드와 함께 온 올랭프 막심 또한 보게된다. 이 사실을 모르는 유일한 참가자는 세드릭 디고리였다. 해리는 세드릭에게 첫번째 문제가 용에 대한 미션임을 얘기한다. 그러자 세드릭은 "왜 나한테 말해 주는 거야?" 라고 말한다. 그러자 해리는 황당해하면서 "그냥... 그래야 공평하잖아? 이제 우리 모두가 알고 있어... 같은 출바선에 선 거야. 그치? 라고 말한다. 이런 면이 해리 포터가 얼마나 정직하고 정의로운 사람인지를 보여준다. 이것이 해리가 얼마나 그리핀도르다운지를 설명해주는 것 같다(용기, 대담성, 결단력, 기사도 정신)그리고 두번째 문제에 대한 힌트를 얻기 위해 반장 욕실을 이용하라는 힌트를 주는 세드릭 또한 좋아한다. 세드릭은 "너도 나에게 힌트를 줬었으니까." 라며 해리에게 힌트를 준다. 이런 면이 그가 후플푸프임을 증명하게 한다(헌신, 협동, 인내, 친절, 관용).

 

해리는 4학년 시작 직전에 볼드뫁와 관련된 사건을 꿈에서 보았고, 흉터의 통증도 느꼈으며, 시리우스와 연락이 되지 않아 불안에 떨고 있었고, 볼드모트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그리고 해리의 상황을 자세하고 정확히 알고 있던건 론과 헤르미온느 뿐이라서, 해리는 "날 트라이위저드에 강제로 출전시킨 자는 나를 죽이고 싶어하는 것이고, 아마 그건 볼드모트일거야. 너희만이라도 나를 믿어줘!" 라고 신세 한ㄴ탄을 하려고 했겠으나, 론은 너무나 강력하게 해리에게 반발심을 느끼며 "어떻게 너만 트라이 위저드에 참가할 생각을 할 수 있어? 그렇게 주인공이 되고 싶었어?" 하는 것이 좀 속상했다. 죽음의 성물까지 보면 론이 얼마나 형제들 중간에 끼어 자신의 존재성이나 가족애에 허망함을 느끼는지 알 수 있지만, 4학년 때의 론과 해리는 너무 어렸기 때문에 자신들의 감정을 정리하거나 이해하지 못하고 서로의 감정(내가 더 힘들어!)만을 쏟아내고 싶어했던 것 같다. 나는 읽을 당시에 론에게 실망을 좀 많이 했다. 론은 해리를 가장 가까이서 바라봤고, 직접적으로 볼드모트의 영혼조각이나 호크룩스와 싸운 전적이 있음에도 해리의 상황을 조금도 이해하지 않으려고 했다는 점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골든트리오가 만으로 14살 때의 일이고, 이 나이는 가장 사춘기가 하늘을 찍을 때이다. 그러니 지금 생각해보면 어느정도 이해는 간달까...(이건 내가 읽을 당시의 감상: 론이 이정도로 공감능력이 부족하고 상황을 읽지 못하고... 배려심이 부족했었단걸 깨닫게됨. 물론 나는 모든걸 해리 위주로 읽고 있으니 더 그럴 수도 있지만 말이다........ 어렵구만.. 우정이란 어려운데, 나는 세계적 악당에 의한 매 해마다 경고되는 살인의 공포를 마주한 친구는 없어서.. 론이 좀 무심해보인달까 호그와트 1학년 때는 마법세계가 처음이었으니 신경 안쓰였겠지만, 이마의 흉터부터 자신의 이름.. 존재까지 엄청 신경쓰였겠지. 어려서부터 세상 사람들이 다 자기를 알아본다는 기분. 좋으면서도, 원치 않는 싫은 감정.. 심지어 부모님의 죽음과 자신의 불행에 뿌리를 내린 인지도니까 해리는 그게 좋을리 없고.. 3학년때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와 자료를 많이 얻게되면서 부모님에 대한 애정과 그리움이 더 커졌을텐데, 그 거대해진 감정과 동시에 부모를 잃었고, 부모님을 죽인 살인자가 여전히 죽지 않고 부활해서 자기 목숨을 노린다니)

 

그리고 인어로부터 소중한 사람들을 구출하는 미션에서 해리가 다른 대표선수들이 자기보다 늦게 오자 “소중한 사람” 다 데려가기를 기다리는 장면을 좋아한다. 해리는 결국 끝까지 오지 않는 플뢰르의 친동생까지 챙기는게 너무 훌륭한 영웅상이다. 용감한 시민상이라도 줘야 할 정도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각 학교와 각국 정부에서 미성년자 선수들을 내놓고 친선경기를 하는데, 사망자를 낼 리가 없다. 당연하다. 이건 상식적인 문제이다. 하지만 해리는 가장 먼저 도착했음에도 <한 시간이 지나면 미래는 어두울 뿐. 너무 늦으면 그 존재는 네 곁을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야.>라는 인어의 노래 가사 하나 때문에 모두를 구하려고 했던 것이 좋다. 자기 속을 먼저 채우고, 스스로를 우선시하고, 남들보다 더 챙기며 사는 것이 똑똑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도덕성을 갖고, 남을 도우며 함께 살아가려고 하는 것이 틀리다고 할 수는 없다. 나는 산다면 후자로 살고싶다. 이 장면이 해리라는 인물에게 주어진 성격과 신념 등을 보여주는 매우 좋은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모두를 품고 자신을 희생하며 함께 나가기위해 늦는 이가 있더라도 기다리고 끌고 나아가는 모습. 리더보다는 성직자가 어울리는 모습... 그럼에도 아직 어려서 욕심도 있고, 완전하지 않음에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는 선인, 영웅, 해리 포터

 

해리가 볼드모트에게 맞서 싸울 때, 해리의 곁에는 볼드모트의 희생자들이 곁을 지킨다. "저자한테 잡히면 안 돼, 해리. 마법 지팡이를 놓지 마!" 이 말들은 정말 해리를 버티게끔 하는 말이라서, 해리가 가장 염원하고 필요하며 간절한 말이라서. 해리가 자신의 옆에 누군가가 있어주기를 바라는 그런 감정에 힘을 실어주는 말이라서 슬프고도 마음이 울렁댄다.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해리는 당신 아들이 아닙니다." 시리우스가 단호하게 말했다. "아들이나 마찬가지에요." 위즐리 부인이 목소리를 높였다.

"해리한테 또 누가 있나요?"

"제가 있잖습니까!"

 

"하지만 저는 진실을 말한 거예요!" 해리가 격분해서 말했다. "볼드모트가 돌아왔어요. 교수님도 아시잖아요. 덤블도어 교수님도 아세요. 그자가..."

"제발 좀, 포터!" 맥고나걸 교수가 화를 내며 안경을 바로잡았다.

"이게 정말 진실과 거짓의 문제라고 생각하니? 이건 몸을 사리고 성질을 조절하는 문제야!"

 

"나보다 많이 안다는 것처럼 그렇게 히죽거리지 마. 그 자리에 있었던 건 나란 말이야!" 그가 열을 내며 말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내가 더 잘 알아. 알았어? 나는 어둠의 마법 방어법 실력이 뛰어나서 그런 일을 해낸 게 아니야. 내가 그 모든 일을 겪고도 살아남은 이유는... 적절한 때에 도움을 받거나 아니면 운 좋게 내가 뭘 맞혔기 때문이야. 그나마도 전부 간신히 해냈어. 내가 뭘 하고 있는지 감도 잡지 못했단... 웃지 말라고!"

"너희는 그게 어떤 건지 몰라! 너희는... 너희 중 누구도... 그자와 맞서 본 적 없잖아. 안 그래? 너희는 주문을 잔뜩 외워서 그자한테 쏘면 되는 줄 알지? 수업을 듣거나 뭐 그런 것처럼? 정말로 그런 일이 벌어질 때는 죽음을 막아 줄 게 아무것도 없다는 걸 계속 생각하게 돼. 머리든, 깡이든, 뭐가 됐든... 뭐가 있다고 해봤자 그런 것뿐이야. 살해당하기 일보 직전인데, 고문당하거나 친구들이 죽는 걸 보기 일보 직전인데 제대로 생각할 수 있는 줄 알아? 그런 일에 대처하는 게 어떤 건지 교실에서는 절대 가르쳐 주지 않아. 그런데 너희는 내가 똑똑한 녀석이라 살아남아서 여기 있는 것처럼 굴고 있잖아. 디고리는 멍청했고 뭘 잘못해서 그렇게 됐다는 것처럼. 너흰 이해 못 해. 종이 한 장 차이로 죽는 사람이 나였을 수도 있었어. 볼드모트한테 내가 필요하지 않았다면..."

 

"젊은 애들은 모든 일에 대해서 자기들이 절대적으로 옳다는 지독한 확신을 가지고 있지. 한심하게 입만 살아서는 호그와트 교장이 너한테 자기 계획을 일일이 털어놓지 않는 데는 그럴 법한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안 들던? 부당한 취급을 받고 있다는 생각을 잠깐 멈추고, 덤블도어의 지시를 따랐다가 손해 본 적은 한 번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을 시간이 아예 없었느냐는 말이다. 없겠지. 그래, 젊은 애들이 다 그렇듯 너는 너만이 느끼고 생각한다고 확신하지. 너만이 위험을 알아차린다고, 너만이 어둠의 왕이 계획하고 있는 것들을 알아차릴 만큼 영리하다고..."

 

"전 나약하지 않아요." 해리가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는 분노가 울컥울컥 치밀어 당장에라도 스네이프를 공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다면 증명해 봐라! 너 자신을 다스리란 말이다!" 스네이프가 내뱉었다. "분노를 통제하고, 정신을 가다듬어! 다시 해 본다! 자, 준비! 레질리먼스!"

 

"진짜 이상하지 않아? 초가 죽음을 먹는 자들의 사진을 올려다보며 조용히 말했다. "시리우스 블랙이 탈옥했을 때를 생각해 봐. 그때는 호그스미드 곳곳에서 디멘터들이 블랙을 찾으러 다녔잖아. 그런데 죽음을 먹는 자들이 열 명이나 탈옥한 지금은 어디에서도 디멘터들을 찾아볼 수가 없어..."

 

"다들 훌륭한 일이라고 생각했어..."

"그거 이상하네." 해리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왜냐하면 내가 영웅 노릇 하느라 시간을 낭비했다고 론이 말했던 게 기억나거든... 네가 생각하는 게 그거지? 내가 이번에도 영웅 노릇을 하고 싶어 한다고 생각하는 거 아냐?"

 

해리는 한때 잘생겼던 대부의 쇠약해진 얼굴에 떠오른, 두려움과 놀라움이 뒤섞인 표정을 보았다. 그는 그렇게 낡디낡은 문으로 넘어져 베일 뒤로 사라졌다. 베일은 폭풍에 휩쓸린 것처럼 잠시 펄럭이더니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진심을 담아야지, 포터! 정말로 고통을 주고 싶어 해야 해. 즐겨야 돼. 정의감 넘치는 분노로는 날 오랫동안 고통스럽게 할 수 없단다."

 

'덤블도어 교수님이 우리를 죽이게 해 줘... 끝장내 주세요, 덤블도어 교수님... 이 고통에 비하면 죽음은 아무것도 아니야...' 그리고 시리우스도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그는 돌아오지 않을 걸세." 닉이 되풀이했다. 그는... 계속 나아갈 거야."

 

해리 포터 팬들이 가장 슬퍼하는 에피소드는 죽음의 성물을 제외하고 불사조 기사단이 아닐까 싶다. 해리에게 가족이 되어줄 수 있었던 시리우스 블랙이라는 매력적인 캐릭터가 베일 속으로 사라졌으니까 말이다. 그는 죽은 것도 죽지 않은 것도 확실하지 않아서 팬들은 여러 방식으로 그를 기린다. 해리는 그가 죽었을 것이라 생각하며, 목이 달랑달랑한 닉에게 유령이 되는 방법이나 자신의 대부가 돌아올 가능성을 묻지만, 닉은 "그는 돌아오지 않을 걸세. 그는... 계속 나아갈 거야." 라고 말한다. 해리는 시리우스를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을 최대한 찾으려고 했다. 그 가능성 중 하나가 호그와트의 유령이었는데, 유령은 죽음을 두려워하고 나아가지 못해 멈춰서는 이들이라고 했다. 그들은 죽음 이후의 세계를 두려워하는 것이다. 해리는 시리우스가 그러지 않길 바랐을 것이며, 시리우스가 그럴리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시리우스와 해리의 관계에 대해 의심을 하는 편이다. 시리우스는 해리를 통해 자신이 외인적 요소로 잃게 된 우정이자 자신의 삶을 되찾고자 했다고 생각하고, 해리는 시리우스를 통해 자신이 영원히 가질 수 없었을 가족을 찾고자 했다고 생각한다. 시리우스는 웜테일에 의해 그가 볼드모트 신봉자라고 오해받고 아즈카반에 갇힌다. 시리우스는 슬리데린으로 가득한 순수혈통 집안에서 유일한 그리핀도르가 되어 제임스 포터, 리무스 루핀, 피터 페티그루와 함께 자신의 자아를 형성했을 것이다. 시리우스 블랙이 혐오하는 순수혈통 블랙 가문처럼 되지 않기 위해서 그는 제임스 포터의 친구로 남아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배신자로 낙인이 찍혔고, 자신이 그렇게나 싫어하던 블랙 가문의 저택에 갇혀서 살아야만 했다. 그러니 그는 포터 가문의 해리라는 아이에게, 자신의 절친한 친구였던 제임스 포터의 아들에게 가족으로 인정받는 것이 꽤나 중요한 일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건... 생각보다 시리우스와 해리의 관계성이 많이 설명되지 않았고, 둘이 서로를 의지하여 대화를 나누었으나 가족같은 모습을 보인 적은 오히려 몰리 위즐리보다 적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매우 단순하게 해리 포터는 시리우스 블랙을 통해 그가 영원히 가질수도 알 수도 없었을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와 부성애를 느낄 수 있었을테니 그를 제 아버지라 여겼을 것이다. 그러니까 결국 그들은 사랑으로 연결됨이 아닌 서로 필요성에 의해 연결된 관계라는 것이다. 정작 그들이 원했을 사랑과 우정을 기초로 하여 피어나는 관계가 아닌, 필요성에 의해 피어난 관계이고 그러다보니 애정이 생긴 관계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론, 헤르미온느, 덤블도어, 맥고나걸, 해그리드, 몰리, 아서, 프레드, 조지, 루핀, 시리우스 ... 해리를 아끼는 사람 이름을 대보라고 하면 한참 부족하지만 가장 <가족이라는 강력한 단어>로 연결지을 수 있는 사람들은 저들인 것 같다. 친구, 교수, 가족... 이런 단어들. 핏줄이 이어지지 않어도 가족일 수 있을 것이다. 법적으로 이어진 관계가 아니어도 이유없는 사랑을 줄 수 있으니까. 제임스와 릴리라는 존재가 해리에게는 닿을 수 없는 그리움이자 영원히 갈망할 가족이란 존재고 또한 절대 느낄 수 없는 사랑의 형태인걸 해리도 알고 있겠지. 그래서 더 위즐리 가족에게 애정을 느낄테고, 론와 헤르미온느에게 애정을 느낄테고, 시리우스에게 애정을 느낄테지. 해리는 그것을 억지로라도 붙잡고 있고 싶어할 것 같다. 트라이위저드 시합 이후로 과보호를 받으며, 매번 아무것도 설명해주지 않아서, 후에 결국 위험에 빠지는 자신이 아무 정보도 없이 볼드모트에게 당하게 되는 상황들이 싫어서. 그들을 사랑하고 선망하고 동경하고 염원하지만 영원히 온전히 자신이 가질 수 없는 형태라는걸 알기 때문에 더 그런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 ... 살기위해 정보를 원하고, 동시에 혼자 남겨지는 기분이 싫어서 더 날세우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해리에게 시리우스라는 존재가 얼마나 커다랗고 소중했는지도 물론 이해가 된다. 시리우스도 모든걸 잃었고, 제임스의 가족을 지키기위해 최선을 다했고 어쩔 수 없이 아즈카반에 13년을 갇혔음에도 해리 곁을 지키고 있으니까 가진 것 없이 다 잃은 이들의 동맹인 느낌임. 둘은 친구의 아들-아버지의 친구 라는 그 지칭 하나 때문에, 더 강력한 사이가 된 것 같음. 종이와 종이를 붙이기위해 제임스 포터라는 본드를 칠한 느낌으로...

 

불사조 기사단에서 론 위즐리가 그리핀도르의 퀴디치 팀에 합류하게 되는데, 이 부분을 나는 매우 좋아한다. 5학년이 시작된 직후에 론이 숨기고 싶어 하던 것과 해리가 숨기고 싶어하던 것이 있었다. 론은 자신이 퀴디치팀에 합류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진 것을 숨기고자 했고, 해리는 엄브리지가 깜지를 시키는 방식에 대해서 숨기고자 했다. 하지만 결국 둘은 그 사실을 알게되고 서로의 편이 되어준다. 진실하게 말이다. 결국 론이 그리핀도르 퀴디치팀의 파수꾼으로 합격하게 되는데, 이 시기에 헤르미온느는 S.P.E.W.를 개설하여 운영하고 있었다. 이 부분은 또 조금 슬프다. 해리는 자신의 학생시절을 볼드모트를 물리치는데 모두 써야 했는데, 만약 볼드모트가 아니었다면, 해리도 퀴디치 팀에 들어가거나, 원하는 사회운동을 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해리도 반장이 될 수 있었을 것이고, 퀴디치 주장으로서 마음껏 시간을 즐겼을 것이고, 연애를 하고, 친구들과 어울리고 지냈을 것이다.

 

불사조 기사단에서 초와 해리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유독 초에게 스트레스를 많이 느꼈다. 세드릭을 잃었다는 공통점을 가진 아이들이었다. 물론 초는 세드릭에 대한 감정이 더 크기 때문에 해리에게 위로를 받고 싶었을 것이고, 그를 위로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 해리였을 것이다. 하지만 해리는 달랐다. 해리는 자신의 눈 앞에서 세드릭 디고리를 잃었다. 그의 죽음을 직접 마주했고, 자신이 막을 수도 없을 정도로 쉽게 잃었고, 어쩌면 그게 자신이었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도 싸여있었다. 그래서 초에 대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불사조 기사단은 마법 정부의 양면성이나 실제 정부에서 거대한 사건들을 숨기거나, 외면하거나, 왜곡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해리가 덤블도어의 군대를 만들고, 덜로리스 엄브리지에게 반항하며, 프레드와 조지가 자퇴하는 등의 상황들은 많은 생각이 들게 한다.

 

 

<해리 포터와 혼혈왕자>

"힘들어요." 마침내 해리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다시는 시리우스에게서 편지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기가요." 눈시울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해리는 눈을 깜빡였다. 그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어리석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관심을 가져 주는 사람, 호그와트가 아닌 곳에 부모님 같은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은 대부의 존재를 알게 된 후 가장 좋은 일이었다.

 

"하지만 더즐리네 있는 동안..." 해리가 높아진 목소리로 그의 말을 끊었다. "저는 마음을 닫거나 그냥 무너져선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시리우스는 그런 걸 바라지 않을 거예요. 안 그런가요? 그리고 아무튼 인생은 너무 짧으니까요... 본즈 장관님을 보세요. 에멀린 밴스도 그렇고요... 다음 번은 제 차례일 수도 있잖아요? 정말로 그렇다면..." 그는 마법 지팡이 불빛을 받아 빛나고 있는 덤블도어의 푸른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맹렬하게 말했다. "저는 반드시 죽음을 먹는 자들을 최대한 많이 데려갈 거예요. 할 수만 있다면 볼드모트까지요."

 

"사람들은 네가 우리보다 멋진 친구들을 사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봐." 루나가 솔직한 말로 또 한번 사람을 당황시키는 재주를 선보였다. "너도 멋져." 해리가 딱 잘라 말했다. "저 애들 중에서 마법 정부에 간 사람은 아무도 없잖아. 나랑 같이 싸운 사람도 없고."

 

이 책의 주인은 혼혈 왕자다.

 

그의 차가워진 손등에서 덜로리스 엄브리지가 억지로 새겨 넣게 했던 상처가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거짓말을 하지 않겠습니다.'

"제가 모두에게 볼드모트가 돌아왔다는 사실을 알리려고 애쓸 때 총리님이 달려와 저를 지켜 주셨던 기억은 나지 않네요. 작년에는 정부가 저와 굳이 친구가 되려고 앴즤 않더라고요."

 

"다 괜찮아질 거예요, 교수님." 해리는 끊임없이 되뇌었다. 희미하게나마 들려오던 덤블도어의 목소리가 아예 들리지 않아 걱정스러웠다. "거의 다 왔어요... 제가 순간이동을 하면 우리 둘 다 돌아갈 수 있어요... 걱정 마세요..."

"나는 걱정하지 않는다, 해리." 덤블도어가 말했다. 얼음장 같은 물 속에 있으면서도 그의 목소리는 좀 더 강해져 있었다.

"너와 함께 있으니까."

 

스네이프는 잠시 덤블도어를 응시했다. 그의 거친 얼굴 주름에는 혐오와 증오가 새겨져 있었다. "세베루스... 부탁하네..." 스네이프는 마법 지팡이를 들어 덤블도어를 곧장 겨누었다. "아바다 케다브라!" 스네이프의 마법 지팡이 끝에서 녹색 광선 한 줄기가 튀어나가 덤블도어의 가슴을 정통으로 맞혔다. 공포로 가득한 해리의 비명은 조금도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았다. 그는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고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는 상태로, 덤블도어가 공중으로 날아가는 모습을 지켜보고만 있어야 했다. 찰나의 순간 덤블도어는 번뜩이는 해골 아래에 가만히 매달려 있는 것처럼 보이더니, 곧 거대한 헝겊 인형처럼 성벽 너머 보이지 않는 곳으로 천천히 추락했다.

 

"전에 네가 그랬지?" 헤르미온느가 조용히 말했다. "우리가 원한다면 아직 돌아갈 시간은 있다고 말이야. 우린 그 시간을 지났어. 안 그래?"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는 너오 함께할 거야." 론이 말했다.

 

언젠가는 반드시 오고야 말 볼드모트와의 마지막 만남에도 불구하고 해리는 론, 헤르미온느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찬란하고 평화로운 날이 마지막으로 하루 남아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라고 말한다. 해리는 시리우스를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을 최대한 찾으려고 했다. 그 가능성 중 하나가 호그와트의 유령이었는데, 유령은 죽음을 두려워하고 나아가지 못해 멈춰서는 이들이라고 했다. 그들은 죽음 이후의 세계를 두려워하는 것이다. 해리는 시리우스가 그러지 않길 바랐을 것이며, 시리우스가 그럴리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불사조 기사단은 마법 정부의 양면성이나 실제 정부에서 거대한 사건들을 숨기거나, 외면하거나, 왜곡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해리가 덤블도어의 군대를 만들고, 돌로레스 엄브릿지에게 반항하며, 프레드와 조지가 자퇴하는 등의 상황들은 많은 생각이 들게 한다.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덤블도어를 꽤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이 추도문을 읽고 나자 그에 대해 별로 아는게 없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해리는 덤블도어의 어린 시절이나 청년기를 상상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덤블도어가 마치 해리가 아는 기품 있는 은발 노인의 모습으로 세상에 짠 나타나기라도 한 것처럼.

 

"난 네가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더들리의 입술이 움직이는 것을 못 봤다면 해리는 그가 그런 말을 했다는 사실을 믿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더들리의 입술은 실제로 움직였고, 해리는 잠시 그를 바라본 뒤에야 그 말을 한 사람이 틀림없이 자기 사촌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무엇보다 더들리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던 것이다. 해리도 당황스럽고 놀라웠다. "그... 어... 고마워, 더들리."

 

아주 잠깐 숨을 돌리나 싶었는데 또다시 녹색 빛이 터져 나왔다. 올빼미가 날카로운 소리를 지르며 새장 바닥에 쓰러졌다."안 돼... 안 돼!" 오토바이가 앞으로 붕 날아갔다. 해그리드가 포위망을 돌파하자 죽음을 먹는 자들이 뿔뿔이 흩어지는 광경이 해리의 눈에 언뜻 보였다. "헤드위그... 헤드위그..." 하지만 올빼미는 마치 장난감처럼 꼼짝도 하지 않고 새장 바닥에 애처롭게 누워 있을 뿐이었다. 해리는 이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럴 줄은 전혀 몰랐어." 해리가 말했다. "나한테 디멘터와 싸우는 방법을 가르쳐 준 사람이... 겁쟁이라니."

"그럴 만하니까 한 거야." 해리가 말했다. 조각 난 이미지들이 그의 머릿속에서 정신없이 지나가고 있었다. 베일 너머로 쓰러지던 시리우스, 공중에 내던져져 부서진 덤블도어, 번뜩이던 녹색 빛과 해리를 살려 달라고 애원하는 어머니의 목소리... "부모는" 하고, ㅐ리가 입을 열었다. "자식을 버리면 안 돼. 만에 하나... 만에 하나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해리가 말했다. 그의 굵직한 목소리가 중앙 홀에 위엄 있게 울려 퍼졌다. "감히 말하건대, 너희 대부분보다 더 순수해. 가시오." 그는 머글 태생들을 향해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들은 허둥지둥 벽난로로 들어가 짝을 지어 사라지기 시작했다. 정부 마법사들은 어리둥절하거나 두려워하거나 화난 표정을 지으며 머뭇거릴 뿐이었다.

 

그들은 지금까지 살아남은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해낸 것 없이 텐트 안에 머무르고 있는 10대 세 명일 뿐이었다.

 

볼드모트만 아니었다면 그는 고드릭 골짜기의 집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방학 때마다 그곳에서 지냈을 것이다. 친구들을 집에 초대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심지어 남동생이나 여동생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의 어머니가 그의 열일곱 번째 생일 케이크를 만들어 주었을 것이다. 그가 삶을 빼앗긴 현장을 곧 보게 될 거라는 사실을 알게 된 이 순간만큼 그 빼앗긴 삶이 실감나게 느껴진 적은 없었다.

 

"뭐, 난... 그게... 돌아왔어. 만약에..." 그는 목을 가다듬었다. "그러니까, 아직도 내가 필요하다면 말이야." 잠시 침묵이 흐르는 사이, 론이 떠났다는 사실이 둘 사이에 벽을 만드는 듯했다. 하지만 그는 여기에 있었다. 돌아왔다. 그리고 방금 해리의 목숨을 구해 주었다.

 

"도비, 안 돼, 죽지 마, 죽지 마..." 이리저리 헤매던 집요정의 눈이 그를 찾았다. 도비의 입술이 뭔가 말하려는 듯 떨렸다. "해리... 포터..." 집요정은 가늘게 몸을 떨다가 이내 고요해졌다. 도비의 두 눈은 별빛으로 반짝이고 있었지만 더 이상 그 빛을 보지는 못했다. 그 눈은 이제 큼직한 유리구슬에 지나지 않게 되었다.

 

"덤블도어 교수님은 유령으로 돌아오지 않았을 거야." 해리가 말했다. 지금에 와서 덤블도어에 대해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었지만 그 정도는 분명히 알고 있었다. "계속 나아갔을 거야."

 

"그럼 이제... 피에르토툼 로코모토르!" 맥고나걸 교수가 소리쳤다. 복도에 쭉 서 있던 조각상들과 갑옷들이 일제히 받침대에서 훌쩍 뛰어내렸다. 위층과 아래층에서도 굉음이 울리는 것을 들으니, 성 전체에 있는 조각상들과 갑옷들도 마찬가지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 같았다.

"호그와트가 위협받고 있다!" 맥고나걸 교수가 소리쳤다. "성벽을 지켜 우리를 보호하고, 학교에 대한 너희의 의무를 다해라!"

 

"해리 포터를 내게 넘겨라." 볼드모트의 목소리가 말했다. "그러면 아무런 피해도 없을 것이다. 해리 포터만 넘기면 학교는 건드리지 않을 것이다. 해리 포터를 넘기면 너희는 보상을 받게 될 것이다. 자정까지 시간을 주겠다."

 

세상이 끝짱났다. 그런데 전투는 왜 그치지 않으며, 성은 왜 두려움 속에서 고요해지지 않고, 싸우던 사람들은 왜 단 한명도 무기를 내리지 않는 걸까? 해리의 마음속이 걷잡을 수 없이 빙글빙글 돌면서 곤두박질쳤다. 그는 이 있을 수 없는 일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프레드 위즐리가 죽었을 리 없다. 그의 감각이 전달하는 모든 증거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게 틀림없었다.

 

창백하면서도 고요하고 평화로워 보이는 루핀과 통스가 어두운 마법 천장 아래 잠든 것처럼 누워있었다.

 

"그래, 그자가 자기 영혼을 파괴했다. 네 영혼은 온전하고, 이제완전히 네 것이란다, 해리."

 

"너에게서 기백과 용기가 보인다. 게다가 고귀한 혈통을 갖고 있기도 하지. 너는 매우 가치 있는 죽음을 먹는 자가 될 것이다. 우리에게는 너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 네빌 롱보텀."

"지옥불이 얼어붙으면 함께할게." 네빌이 말했다. "덤블도어의 군대!" 그가 소리치자 사람들 사이에서 응답하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볼드모트의 침묵 마법도 그 함성을 막을 수 없는 듯 했다.

 

네빌은 단 한 번의 날쌔고 매끄러운 동작으로, 자신에게 걸려  있던 전신 묶기 저주에서 풀려났다. 불타는 모자가 그에게서 떨어져 나갔다. 네빌은 모자 깊숙한 곳에서 루비가 박힌 반짝이는 손잡이가 달린 은빛의 뭔가를 꺼냈다.

 

"마지막 기회야." 해리가 말했다. "너한테 남은 마지막 기회... 이 기회를 놓치면 어떻게 되는지 나는 봈어... 사람답게 살아 봐... 노력이라도 해 봐... 조금이라도 후회해 보라고..."

"네놈이 감히...?" 볼드모트가 다시 말했다.

"그래, 감히 말하는 거야." 해리가 말했다. "덤블도어 교수님의 마지막 계획이 틀어졌어도 난 전혀 상관 없거든. 너는 상관있겠지, 리들."

 

그들은 프레드, 통스, 루핀, 콜린 크리비를 비롯해 볼드모트와 싸우다 목숨을 잃은 50명의 시신이 있는 대연회장에서 따로 떨어진 방으로 볼드모트의 시신을 옮겼다. 맥고나걸이 기숙사 식탁을 되돌려 놓았지만 누구도 더는 자기들 기숙사끼리 앉아 있지 않았다. 선생들과 학생들, 유령들, 부모들, 켄타우로스들과 집요정들이 모두 한데 섞여 있었다.

 

해리는 그녀를 바라보면서, 별 생각 없이 손을 내려 이마의 번개 흉터를 만져 보았다.

"나도 알아."

지난 19년 동안 그 흉터가 아팠던 적은 없었다. 모든 것이 잘 됐다.

 

 

 


정말정말 재미있는 장편 판타지 소설이다.

내가 초등학교를 입학할 쯤에 나와서 대학을 졸업할 쯤에 막을 내렸다. 내가 마법사도 아니고, 영국인도 아니지만 나는 해리 포터와 그 세계관에 대해 엄청난 애착을 가지고 있다....

 

이런 책을 나는 다시 읽을 수 있을까?

 

 

 

 

해리포터를 읽으면서 긴 생각들을 정리했던 블루스카이 링크

https://bsky.app/profile/hachebe15.bsky.social/post/3k5jsqabitc2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