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21. ~ 2023.11.29. (9)
2023.11.30. ~ 2023.11.30. (1)
프랑켄슈타인
Frankenstein; or, The Modern Prometheus
메리 셸리 저
박아람 역
휴머니스트 출판
2022년 02월 07일 출간
참고도서:
프랑켄슈타인
마리 셸리 저
버니 라이트슨(그림)
임종기 역
문예출판사 출판
2023년 01월 30일 출간
국내도서 > 고전 > 서양고전문학 > 서양근대문학
여성에 대한 낡은 클리셰 대신 갖은 증오로 중무장한 섬뜩한 괴물을 탄생시키면서 세상을 놀라게 한 메리 셸리의 대표작이자 가장 독창적이고 완전한 공포소설. 생명의 원천과 인체의 구조에 천착했던 과학자 ‘프랑켄슈타인’은 시체에 생명을 불어넣는 방법을 알아내면서 거대하고 흉측한 괴물을 창조해낸다. 스스로도 통제할 수 없는 능력을 지니게 된 괴물은 자신을 책임지지 않고 냉소하는 창조자에 대한 증오에 휩싸여 끔찍한 복수를 감행한다.
무분별한 과학의 발전에 경종을 울린 최초의 과학소설이자 연민할 수밖에 없는 괴물과 부정할 수밖에 없는 인간존재의 대치라는 벗어나기 어려운 딜레마 속으로 독자를 끌어들이는 강렬한 작품이다. 아울러 출간 후 20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수많은 장르에서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재탄생되며 그 위대함을 스스로 증명해내고 있는 불멸의 고전으로 손꼽힌다.
이만 줄일게요, 소중한 마거릿 누님. 하늘이 누님에게 축복을 듬뿍 내려주기를, 그리고 나를 보호하시어 누님의 깊은 사랑과 호의에 끝없이 보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겨울은 지독하게 추웠지만 곧 봄이 올 테니까요.
가엾은 소녀는 수호신처럼 찾아온 아버지를 믿고 의지했어요. 아버지는 친구를 땅에 묻고 카롤린을 제네바로 데려와 한 친척에게 맡겼습니다. 그로부터 2년 뒤에 카롤린은 아버지의 아내가 됐지요.
내 운명을 좌지우지한 범인은 바로 자연과학입니다. 이쯤에서 내가 자연과학에 빠지게 된 몇 가지 계기를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네요. 내가 열세 살 때 가족이 함께 토농 근처의 온천으로 여행을 갔는데, 험악한 날씨 탓에 온종일 숙소에 틀어박혀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우연히 코르넬리우스 아그리파의 저작 한 권을 발견했어요. 무심코 책을 펼친 나는 그가 입증하려는 이론과 그가 주장하는 여러 가지 놀라운 사실에 열광하게 됐지요. 새로운 빛이 머릿속을 비추는 느낌이었습니다. 나는 기뻐하며 껑충껑충 아버지에게 달려가 내가 무엇을 발견했는지 떠들어댔어요. 스승들이 엉뚱한 지식에 탐닉하는 제자를 충분히 말릴 수 있는데도 이런 기회를 무심코 놓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아십니까? 아버지는 내가 들고 있는 책을 흘끗 보고는 이렇게 말씀하셨지요. “아! 코르넬리우스 아그리파! 빅토르, 이런 데 시간을 낭비하지 마라. 이건 한심한 쓰레기란다.”
그때 아버지가 그렇게 흘려버리지 않고 좀 더 세심하게 설명해주었더라면 어떻게 됐을까요? 아그리파의 이론은 완전히 파기됐으며 고대 과학보다 훨씬 더 설득력 있는 현대 과학 체계가 도입됐다고, 현대 과학은 허황한 고대 과학보다 더 실질적이고 실용적이라고 차근차근 설명해주었더라면? 그랬다면 나는 아그리파 따위는 제쳐놓고 현대의 새로운 발견으로 정립된 합리적인 화학 이론으로 한껏 달아오른 상상력을 해소했을 테지요. 그랬더라면 나를 파멸로 이끈 숙명적인 충동을 유도한 생각도 애초에 하지 않았을 테고요. 하지만 아버지는 그 책을 흘끗 보고 말았지요. 그 모습에 나는 아버지가 책의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그 책을 계속 탐독한 겁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나는 아그리파의 저작을 모두 구한 뒤 파라셀수스와 알베르투스 마그누스의 책도 구했습니다. 그들의 터무니없는 이론을 읽고 공부하면서 희열을 느꼈지요. 아무도 모르는 보석을 발견한 기분이었어요. 이 은밀한 지식의 보고를 아버지에게도 알려드리고 싶었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던 아그리파를 특별한 이유 없이 비난한 일이 걸려서 그만두기로 했습니다. 엘리자베트에게 비밀을 지키겠다는 다짐을 받고 내가 발견한 것을 털어놓긴 했지만 그녀는 그 분야에 딱히 관심이 없어서 나 혼자 연구를 이어갔어요.
어머니는 조용히 숨을 거두셨어요. 죽은 얼굴에도 사랑이 넘쳤답니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인연을 돌이킬 수 없이 빼앗긴 심정을 굳이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요? 마음은 공허하고 절망의 표정을 감출 수 없습니다. 매일 마주하던 사람, 자신의 일부와도 같았던 사람이 영원히 사라지다니, 사랑스러운 눈이 빛을 잃고 익숙하고 정겨운 목소리도 영원히 짓밟혀 더는 들을 수 없게 되다니 도무지 믿기지 않지요. 한동안은 이런 생각에 빠져 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불행한 현실이 뼈저리게 와닿으며 슬픔의 쓰라린 고통이 시작됩니다. 하지만 무자비한 죽음의 손에 소중한 사람을 빼앗겨보지 않은 이가 어디 있겠습니까? 누구나 한 번쯤 느껴봤거나 언젠가 느끼게 될 슬픔을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겠지요. 시간이 가면 어느새 애도조차도 지나친 감정의 사치가 되는 때가 옵니다. 불경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입가에 미소가 떠오르는 날이 오게 마련이지요. 어머니는 세상에 없어도 우리에게는 할 일이 남았으니까요. 그래도 세월에 낚이지 않고 남은 가족이 있으니 다행이라 여기며 그들과 함께 삶을 이어가야 하지요.
게다가 현대 자연과학의 쓰임새에도 넌더리가 났어요. 과학의 거장들이 불멸이나 특별한 힘을 탐구하던 시절과는 너무도 달랐으니까요. 그 시절의 이론은 허황하기는 해도 거창한 맛이 있었는데 이제 과학이 완전히 바뀌었더군요. 현대 연구자들의 주요 목표는 기껏해야 내가 처음 과학에 흥미를 갖도록 해준 원대한 포부를 부정하는 것인 듯했지요. 한없이 웅장했던 이상을 시시한 현실과 맞바꾸게 생긴 겁니다.
그는 내가 그동안 어떤 공부를 했는지 귀 기울여 들어주었고, 코르넬리우스 아그리파와 파라셀수스의 이름을 듣고 빙긋 웃긴 했지만 크렘페 교수처럼 경악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들의 끈질긴 열정이 발판이 되어 오늘날의 과학자들이 지금처럼 지식을 얻을 수 있었던 거라네. 새로이 밝혀진 사실들도 어느 정도는 그들이 빛을 드리운 덕이었고, 우리는 그 사실들을 적절한 이름으로 분류하는 좀 더 쉬운 과업을 맡게 됐지. 천재들의 노고는 방향이 잘못됐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인류에게 확실한 이익을 안겨주게 마련이야.” 나는 오만이나 가식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그의 의견을 경청한 뒤, 그날 강연을 듣고 현대 화학자들에게 품었던 편견을 떨쳐냈다고 덧붙였습니다.
삶과 죽음은 그저 관념적인 경계로 보였습니다. 내가 그 경계를 부수고 우리의 어두운 세계에 눈부신 광명을 비춰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지요.
온전한 인간이라면 늘 차분하고 평온하게 마음을 다스리며 한때의 열정이나 지나가는 욕망에 휩쓸리지 말아야 합니다. 지식을 향한 열정도 예외는 아니지요. 연구에 빠져 소중한 이들을 소홀히 하고, 무엇도 방해할 수 없는 단순하고 소소한 즐거움마저 누릴 수 없다면 정상적인 연구라고 할 수 없습니다. 인간이 추구해서는 안 되는 지식이라는 뜻이지요. 이런 규칙이 철저하게 지켜졌다면, 즉 사랑하는 가족의 평화를 깨뜨리는 일은 무엇도 허락되지 않았다면 그리스는 속국이 되지 않았을 테고 카이사르는 조국을 구했을 것이며 아메리카 대륙도 그렇게 성급하게 발견되지 않았을 겁니다. 그랬더라면 멕시코와 페루의 제국들이 무너지지도 않았겠지요.
무한한 공을 들여 힘겹게 만들어낸 그 흉물은 또 어떻게 묘사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팔다리의 비율이 적절했고 이목구비도 아름다운 것으로 골라 넣었습니다. 아름답다니! 아, 세상에! 노란 피부 속에 근육과 핏줄이 비쳤고 검은 머리칼은 매끈하게 흘러내렸으며 이는 진주처럼 희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화려한 특징들이 희끄무레한 눈두덩과 역시 희끄무레하고 흐리멍덩한 눈, 쪼글쪼글한 얼굴, 일직선의 거무스름한 입술과 대비돼 더 오싹하게 느껴지더군요.
창문의 덧문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어슴푸레한 노란 달빛에 그 흉물, 내가 만든 그 끔찍한 괴물이 보이는 겁니다. 그는 내 침대의 커튼을 들추고 나에게 눈을 고정하고 있었어요. 그걸 눈이라고 할 수 있다면 말입니다. 그러고는 입을 벌리더니 히죽 웃으면서 뺨을 일그러뜨리며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로 웅얼거리더군요.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에게는 들리지 않았습니다. 그가 나를 붙잡으려는 듯 한 손을 뻗는 순간, 나는 얼른 방에서 나와 후다닥 계단을 내려갔습니다. 숙소의 안뜰에 숨어 밤새도록 안절부절못하며 귀를 쫑긋 세우고 서성거렸지요. 아주 작은 소리에도 내가 한심하게 생명을 부여한 악마 같은 송장이 다가오는 게 아닐까 싶어 두려움에 떨었습니다. 아! 그 섬뜩한 얼굴을 누가 견딜 수 있을까요. 송장이 살아나서 움직인다고 해도 그렇게 오싹하지는 않을 겁니다. 완성하기 전에 바라볼 때에도 추한 몰골이었지만 근육과 관절을 움직이자 단테조차도 상상하지 못할 흉물이 됐더군요
훌륭한 친구! 너는 진심으로 나를 아껴주고 내 기분을 너와 똑같이 끌어올리려 노력했지. 이기적인 목표를 좇느라 옹졸하고 편협해진 나는 네 다정한 태도와 애정으로 다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어. 그 친구 덕분에 나는 모두가 서로를 사랑하며 슬픔도 근심도 없었던 몇 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었답니다. 다시 행복해지자 자연은 더없는 기쁨을 안겨주었지요. 평화로운 하늘과 파릇파릇한 들판을 보며 황홀한 기분에 젖었습니다. 비할 데 없이 아름다운 계절이었어요. 산울타리에는 봄꽃이 만개했고 여름 꽃도 벌써 봉오리를 맺었어요. 지난해에 아무리 떨쳐내려 노력해도 무겁게 마음을 짓누르던 생각은 어느새 까맣게 잊었습니다.
그때 인근의 어둑한 나무숲 뒤에서 살금살금 움직이는 형체가 보였습니다. 나는 걸음을 멈추고 찬찬히 살펴보았어요. 헛것을 본 게 아니었습니다. 마침 번개의 섬광이 그쪽을 비추며 형체를 적나라하게 드러냈어요. 인간이라기엔 너무도 흉하고 괴이하며 몸집도 거대한 형체를 보는 순간 직감했습니다. 그 흉물, 내가 생명을 부여한 더러운 악마라는 것을. 놈이 왜 여기 있지? 혹시 그가 내 동생을 살해했을까(아찔한 가능성에 몸서리가 나더군요)?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이 어쩐지 사실일 거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이가 덜덜 떨려 나무에 몸을 기댔습니다. 검은 형체는 순식간에 나를 지나 어둠 속으로 사라지더군요. 인간의 탈을 쓴 자라면 그렇게 예쁜 아이를 죽일 리 없었지요. 놈이 살인자였어요! 나는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생각하는 순간 부인할 수 없는 사실로 각인됐지요. 악마를 쫓아갈까 고민했지만 부질없는 짓이었어요. 한 번 더 번개가 번쩍하더니 놈의 형상이 드러났거든요. 플랭팔레의 남쪽 경계를 이루는 몽살레브의 깎아지른 듯한 암벽에 매달려 있는 겁니다. 그러더니 어느 틈에 정상까지 올라가 사라져버렸어요. ...천둥은 그쳤지만 여전히 비가 내렸고 주위는 칠흑 같은 어둠에 휩싸였지요. 그때까지 어떻게든 잊으려 했던 일을 머릿속으로 되짚어보았습니다. 창조물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과 내 손으로 만든 존재가 살아서 내 잠자리에 나타났던 일, 그리고 사라진 일까지. 그가 생명을 갖게 된 지 2년이 다 되어가는데 과연 이 살인이 처음이었을까? 아! 나는 살육과 참극을 즐기는 타락한 괴물을 세상에 풀어놓은 겁니다. 내 동생도 죽이지 않았습니까?
소설 <프랑켄슈타인>은 내용을 잘 모르고 대충 1931년에 개봉한 영화 <프랑켄슈타인>으로 알고 있었다. 영화도 본 것은 아니고 이미지 화면들을 아는 것이다 보니 정확한 스토리는 몰랐다. 대략적인 스토리와 인물들의 이름을 알게 된 것은 2019년 발매된 모바일 게임 <프랑켄슈타인 - 방탈출 어드벤처> 덕분이었다. 프랑켄슈타인은 그 '괴물'의 이름이 아니에요! 라는 말을 언젠가 본 적 있는 것 같았지만, 제대로 인지한 것이 2019년, 저 게임을 처음 했을 때였다(ㅋㅋ).워낙 유명하기도 하고, 그저 나에게는 늑대인간, 뱀파이어, 미이라, 지킬 앤 하이드 등과 같은 류로만 생각되었다. 나는 워낙 책을 안 읽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소설로 읽을 생각도 딱히 하지 않았던 것이다. 영화를 보면 된다고 생각했었던 듯... 그러다가 이번에 고전문학을 쭉~ 읽으면서 프랑켄슈타인을 읽게 되었다. 최근 고전문학을 골라 읽으면서 출판사마다 번역차이가 있어 그런 번역 느낌을 골라 읽는 것에 재미를 붙였던 탓도 있다. 내 취향은 김선형 번역가의 번역인 문학동네 출판서였지만, 최근 민음사의 <파리대왕>을 힘들게 읽어서 그런지 쉽게 읽히는 번역을 읽고 싶었다. <폭풍의 언덕>에서 워낙 쉽고 재미있게 읽었기에 이번에도 박아람 번역가의 책으로 골라 읽기로 했다. 마침 밀리의 서재에도 책이 있었다.나는 <프랑켄슈타인>의 내용을 전혀 몰랐기 때문에, 초반에 로버트가 마거릿에게 편지를 쓰는 내용이 매우 의아하고 혼란스러웠다. 책을 잘못 고를 줄 알았다(ㅋㅋㅋ진짜임). 이야기는 탐험가인 로버트가 극지방을 여행하는 중 누님인 마거릿에게 편지를 쓰는 액자식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극지방을 여행하던 중 우연히 만나게 된 빅터 프랑켄슈타인을 구조하고, 그를 돌보고 그의 이야기를 전해 듣는다. 그의 이야기가 보통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모든 이야기를 받아 적어 누님에게 전하게 되는데, 그러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어 현재의 상황까지 거슬러 올라오게 된다. 그러면서 마지막에는 빅터 프랑켄슈타인이 죽고, 로버트는 빅터의 창조물을 마주하고 그것이 떠나가는 것을 바라보고 이야기는 마무리 된다. 이렇게 액자식 구성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은 무척 흥미롭다. 나는 이런 스타일을 특히나 좋아하는 듯 싶다.
게다가 이런 액자식 구성인 경우 화자가 겨울은 지독하게 추웠지만 곧 봄이 올 테니까요. 라고 말을 하면 결론적으로 해피엔딩으로 끝나게 되는게 보통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결론적으로 이 이야기의 결말이 빅터에게 있어서는 그렇지 않았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봄을 희망하게 해놓고는 이야기는 겨울에 끝나버린다.
이야기는 빅터의 이야기, 괴물의 이야기, 빅터와 괴물의 이야기로 이루어진다. 총 3부로 이루어진 이 책은 두께가 꽤 된다. 출판사마다 차이가 있는데, 내가 읽은 휴머니스트의 책은 344p, 내가 일러스트를 참고하기 위해 추가로 빌려 본 문예출판사의 책은 480p이다. 한 부 당 100p씩만 해도 꽤나 긴 이야기인데, 1부에서는 빅터가 어려서부터 학업을 마치고 괴물을 창조하는 때의 이야기를, 2부에서는 괴물이 세상에서 도망다니며 익히고, 배우고, 자아를 형성하기까지의 이야기를, 3부에서는 빅터와 괴물이 대립하면서 발생하는 현재의 이야기를 다룬다.
<프랑켄슈타인>은 tvN에서 김상욱 교수의 강연형태로 소개된 적이 있는데... 난 보지 않았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떤 책이나 유명도서의 경우엔 이런 영상은 하나씩은 있는 듯... 문학관련 교수님이 아니구 물리학과 교수님의 '생명공학에 관련된 SF 소설 강연'을 굳이... 들어야겠단 생각은 별로 들지 않았음. 교수님두 참 고생이 많으시다 과학 분야 교수님이신 탓에 온갖 과학 이야기는 다 하셔야함...
이 소설은 1818년 소설이고, 그렇다보니 그 시대상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21세기 여자인 나에게는 좀 버거운 <사촌과의 결혼>같은 이야기가 나오고, 빅터는 어머니와 사촌인 엘리자베스에게 위로받으며 그들을 다정이라 여기고 위안삼기도 한다. 이런 부분은 좀 안타깝다 여겨지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나 싶어 그냥 넘어갔다. 게다가 난 최근 <폭풍의 언덕>을 읽고 강해졌다고.
엘리자베스라는 캐릭터는 좀 안타까운데, 내게는 <프랑켄슈타인 - 방탈출 어드벤처>라는 게임의 캐릭터로 뿌리박혀있기 때문이다. 게임 내에서 엘리자베스는 빅터와 연결되지는 않고, 각색이 많이 되어서 연인을 잃고 빅터에 의해 연인이 크리처가 되어버린 피해자이다. 연인이 화가이고 계급이 낮다보니 귀족 신분인 엘리자베스는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어필하고, 이야기를 옳은 방향으로 끌고 가기 위해 노력하는 신여성스러운 모습이 많이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 소설에서 엘리자베스는 자신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음에 우울해하고, 자신의 의견(모리츠는 무죄)이 옳다는 사실을 알고는 이를 해결해낼 방법이 없음에 슬퍼하지만 그럼에도 상황을 해결해내려는 노력같은 것은 하지 않는다. 1818년이니까 어쩔 수 없겠다곤 생각하지만... 내가 "어쩔 수 없겠지..."라고 생각하게되는 이 상황이 좀 화가난다. 어쨌거나 엘리자베스는 좀 아쉬운 캐릭터였다. 결말까지도... 빅터가 좌절하고 절망하고 그를 각성하게 만드는 요소로밖에 쓰이지 않은 것 같아 아쉬웠다.
책소개에서 안내된 바와 같이, "여성에 대한 낡은 클리셰 대신 갖은 증오로 중무장한 섬뜩한 괴물을 탄생시키면서..."에 대해서는 나는 크게 느끼지 못했다. 이런 부분은 전문가들이 정리하고 분석해놓은 글들을 읽으면 너무 재미있을 것 같은데 아직 논문이나 관련 도서까지 찾아보지는 못했다... 그래도 나는 읽으면서 인간과 신의 윤리와 생명가치, 삶의 방향성 등에 대한 논쟁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것 나름 재미있게 읽었다. 빅터는 괴물을 만들어냈음에도 그것이 사랑스럽다거나 훌륭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흉측한 괴물이라고 말하고 끔찍하다고 말한다. 크리처에 의해 사람이 죽임을 당하거나, 자신이 사랑하는 것들을 잃게 될까봐 두려움에 떤다. 괴물도 자신을 창조한 창조자 빅터를 사랑하지 않는다. 그를 사랑하려고 하지만,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창조자를 원망하고 협박하고 결국은 그가 사랑하는 모든 것을 빼앗으려 한다. 성경이 여러번 인용되기도 하였고, 그런데 나는 종교가 없고 아직 성경을 제대로 공부해보질 못해서(ㅋㅋ) 읽는 내내 이런 생각이 들었다. 신은 세상을 만들었고, 인간을 만들었다. 당연히 신은 인간을 사랑하시겠지만, 인간의 입장으로 본다면 최초의 인간인 아담과 이브는 대형사고를 쳤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의심한다. 신은 자신이 만든 끔찍한 창조물에 대해 좌절이나 후회를 하진 않을까? 그런 의문이 들어서 이런 소설을 썼을지도 모른다! 하는 생각 말이다. 그렇게 보면 좀 재미있는게, 괴물은 끊임없이 신의 사랑을 갈구하면서도 파괴한다. 마치 인간처럼... 빅터는 신이 아닌 인간이기에 자신의 창조물을 사랑하고 거두지 못한 것일지도 모른다.
최초의 SF물이라는 명성에 맞게 불완전하며 불가능한 과학의 영역을 다수 언급하고, 그것이 전혀 허술하거나 중요하지 않게 넘어가지도 않아서 재미있었다. 사람들간의 관계, 인간의 감정 또한 표현이 좋았다. 괴물이 헛간에 숨어 지내며 평범한 가정을 동경하는 부분에서 묘사되는 다양한 감정들에 의해 나는 괴물에게 공감하기도 했다. 2부를 통해서는 그저 괴물이란 존재가 누군가에게 위협이라는 것 외에도, 현대사회에서 사회가 '비정상'으로 분류해버린 다양한 인간의 형태, 사랑의 형태, 군집의 형태들을 대변하여 이야기하는 방식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1세기에 읽는 내내 정말 흥미롭다 느낀 작품이었고, 현대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계속해서 각색되고 이용된다는 점에서 그만큼 이 소설이 훌륭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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