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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독서

<미키7>, <미키7: 반물질의 블루스> 에드워드 애슈턴

2024.09.26. ~ 2024.09.27. (2)
2024.11.16. ~ 2024.11.20. (5)

미키7

애드워드 애슈턴 저
배지혜 역
황금가지 출판
2022년 07월 22일 출간

 

미키7: 반물질의 블루스

애드워드 애슈턴 저
진서희 역
황금가지 출판
2023년 11월 17일 출간


복제인간으로 끊임없이 되살아나는 한 사내를 주인공으로, 정체성에 대한 철학적 질문과 계급간의 모순을 파고든 SF 장편소설. "『미키7』은 모험 소설을 가장한 세련된 철학적 풍자다. 경박하고 우울한 유머와 교묘한 전제로 독자를 유인한 뒤 견딜 수 없는 진실을 억압하는 인간의 재능에 대한 파괴적인 통찰로 허를 찌른다." -《뉴욕 저널 오브 북스》 "끝내주는 설정은 물론 사회적 비평, 우울한 유머, 그리고 깜짝 놀랄 공포가 골고루 버무려져 있어서 「기생충」 의 봉준호 감독이 영화화하기에 딱이다." -《더 필름 스테이지》 - 봉준호 감독의 차기 영화의 원작으로 주목받은 에드워드 애슈턴의 SF 장편소설 『미키7』이 황금가지에서 출간되었다. 죽더라도 끊임없이 전임자의 기억을 갖고 복제인간으로 되살아나게 되는 미키의 일곱 번째 삶을 소재로 SF의 재미와 철학적 주제를 잘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은 작품이다.

전편에서 풀어내지 못한 이야기를 매듭짓는 완결편.
『미키7』은 미키가 복제인간의 임무를 맡게 된 과정, 우주 디아스포라에 끊임없이 실패하면서도 계속 우주로 뻗어나가려는 인류의 모습과 그에 얽힌 비운의 역사, 그리고 척박한 얼음 행성 니플하임에 죽음을 각오하고 정착지를 만든 개척단의 위태로운 상황과 비밀스러운 니플하임의 지적 생명체 크리퍼의 모습 등 소설 속 세계관이 짧지만 흥미롭게 선보였다. 후속작인 『미키7 - 반물질의 블루스』에서는 본격적으로 니플하임 개척단과 토종 생명체간의 갈등과 교섭이 무대 위에 오른다. 미키의 이번 임무는, 전작에서 사령관 마샬의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몰래 숨겨두었던 반물질 폭탄을 되찾아와야 하는 일이다. 이 과정에서 여자친구인 나샤와 절친 베르토, 그리고 보안요원인 캣 등 특수 임무자들이 미키와 함께 목숨을 건 여정에 뛰어든다. 전작에서 베일에 가려진 크리퍼의 정체와 니플하임의 신비한 생태계가 미지의 땅으로 여정을 떠난 이들에게 서서히 드러난다.


지금껏 죽어 본 중에 가장 멍청한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 같다.

“망할, 난 미키8이구나, 그렇지?” 그가 말했다.

“너무 불공평하잖아? 내 삶은 고작 20분 전에 시작됐어. 넌 적어도 몇 달은 살았잖아? 네가 가는 게 맞지.”

하지만 지금 내가 죽고 나면, 재생 탱크에서 나올 또 다른 나는 없을 것이다. 다른 나는 이미 이곳에 있고, 외모는 똑같을지 모르지만, 에잇은 확실히 나를 잇는 존재가 아니다.
솔직히 에잇은 나를 별로 좋아하는 것 같지도 않다.

“하나…….”
“둘…….”
“셋…….”
“가위, 바위, 보!”
보를 말하기 전까지 나는 바위를 내려고 했다. 하지만 동시에 그가 나라는 사실이 생각났고, 그렇다면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 같았다. 그러면 보자기를 내야겠지? 에잇이 이 생각도 하고 있을까? 내가 보자기를 낼 거라 생각하고 가위를 낼 수도 있다. 그럼 바위를 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결정을 바꾸기에는 늦은 마지막 순간이 왔고 내 손은 아직 주먹을 쥐고 있었다.
나는 우리 둘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쫙 펴진 손이 보인다.
“미안하게 됐다, 형제야.” 그가 말했다.
그래, 미안하게 됐지.
눈물 나게 고맙다, 이 개자식아.

“백업은 필요 없단 거지. 신체마다 영혼이 하나 있다고 믿어. 신체가 죽으면 영혼도 죽는 거야.” 듀건이 말했다.
“맞아. 그들한테 바이오 프린팅된 신체에 백업된 인격을 심어 만든 존재는 영혼 없는 괴물일 뿐이지.”

“맞아요. 테세우스는 나무로 만든 배를 타고 전 세계를 항해했어요. 그동안 배 여기저기가 망가지고 뜯어져 배를 고쳐야 했어요. 몇 년이 지나 집으로 돌아왔을 때 원래 선체를 구성했던 목재는 모두 교체되고 없었어요. 이 경우에 테세우스의 배는 출발할 때와 같은 배일까요? 아닐까요?”
“멍청한 질문이네요. 당연히 같은 배죠.”
“좋아요. 만약 배가 폭풍을 만나 산산조각이 나서 다시 항해를 시작하기 전에 완전히 새로운 배를 지어야 하면요? 그래도 여전히 같은 배인가요?”
“아니요. 그건 완전히 다른 경우죠. 배 전체를 다시 지었다면 테세우스 2호가 되겠죠. 후속작인 셈이니까.”

일단 나는 죽기 전까지 얼마나 버틸 수 있느냐 또는 업로드를 할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문제보다는 죽는 문제에 더 관심이 있었고, 아무도 내 의사를 묻지 않았으면서 으레 내가 이 임무를 맡으리라고 가정하는 것도 불만스러웠다.
하지만 사실은 그녀 말이 맞았다. 나는 이 일을 해야만 했다. 젬마는 필드 생성기가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해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자세히 이야기했고, 망가진 부분을 교체하지 않으면 이 우주선이 얼마나 큰 위험에 처하는지도 잘 알고 있었다.

“축하해요. 오늘부로 공식적으로 미키1이 되었어요.”

일단 나는 죽기 전까지 얼마나 버틸 수 있느냐 또는 업로드를 할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문제보다는 죽는 문제에 더 관심이 있었고, 아무도 내 의사를 묻지 않았으면서 으레 내가 이 임무를 맡으리라고 가정하는 것도 불만스러웠다.
하지만 사실은 그녀 말이 맞았다. 나는 이 일을 해야만 했다. 젬마는 필드 생성기가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해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자세히 이야기했고, 망가진 부분을 교체하지 않으면 이 우주선이 얼마나 큰 위험에 처하는지도 잘 알고 있었다.

나샤가 입을 열었다. “그런데, 죽는 건 어떤 기분이야?”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태어나는 거랑 같은데, 순서가 반대야.”
“와, 멋진 답변이었어. 너, 좀비치고는 꽤 귀엽네.” 그녀가 미소 지었다.
“고마워. 수분 크림을 많이 바른 덕분이야.”

에잇이 사라진 뒤 나는 침대로 기어올라 태블릿을 들었다. 에잇도 애셔 월드에 관해 읽고 있었다. 에잇이 나와 같은 주제에 관심을 둔다는 사실에 5초 동안 놀랐다가, 그나 나나 다르지 않으니, 그러지 않는 게 오히려 더 놀랄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나와 에잇 사이에는 지난 6주라는 차이가 있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 6주가 어마어마한 차이를 만든 것 같았다.

초창기부터 자원이 충분했고 여러 가지 측면에서 볼 때 골트의 환경은 꽤 괜찮은 편이어서 사람들은 대부분 정착에 성공했다. 어려움을 겪은 사람도 있었지만, 이웃에게서 어떤 도움을 받지는 못했다. 도와주세요, 죽어 가고 있어요라는 요청에 대한 ‘철저한 자유’를 바탕으로 한 대답은 그러게 짐을 꼼꼼히 챙기지 그러셨어요였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그래, 본론으로 들어가자. 네가 두 명인 거 알아. 너는 나와 오늘 아침 식사를 같이한 미키야. 어젯밤에 내 침대에서 잔 미키. 손을 다쳤고 오늘이 쉬는 날인 미키. 몇 시간 전에 내가 복도에서 마주친 다른 미키는 손이 멀쩡하고 종일 토마토를 돌봤어. 어떻게 된 일인지,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지만, 너희는 중복됐어.”

“넌 네가 불멸이라고 생각해?”

에잇이 투덜거렸다. “왜 이래, 세븐? 이미 엉큼한 사람 취급을 받고 있잖아? 뒷감당이고 뭐고 우리가 조만간 시체 구덩이에 던져지지 않을 거라고 장담 못 하잖아. 살아 있는 동안 좀 즐기자.”
그다음 두 시간은 정말 묘했다. 자세히 말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히 해 두자면, 후회는 없다.

“넌 네가 불멸이라고 생각해?”

에잇이 투덜거렸다. “왜 이래, 세븐? 이미 엉큼한 사람 취급을 받고 있잖아? 뒷감당이고 뭐고 우리가 조만간 시체 구덩이에 던져지지 않을 거라고 장담 못 하잖아. 살아 있는 동안 좀 즐기자.”
그다음 두 시간은 정말 묘했다. 자세히 말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히 해 두자면, 후회는 없다.

거의 마지막쯤에는 벽이 말을 걸기 시작했다. 나샤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이전 버전들은 모두 지옥에서 나를 기다린다고, 기생충에게 끊임없이 먹히고 또 먹힐 뿐 절대 죽지 않을 거라고 떠들어 댔다.
하지만 그건 거짓말이었다. 기생충들은 결국 나를 죽였다.

여러분은 내가 이 모든 일을 겪었으니 이제는 마샬이 내게 어떤 임무를 주든 두렵지 않을 거라 생각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대체 무슨 빌어먹을 이유인지는 몰라도, 나는 언제나 두렵다.

[Mickey8]: 네가 본질이야?

[Mickey8]: 우리가 네 부속물을 파괴했다. 네가 본질이야?


봉준호 감독이 미키7을 영화화한다는 소식을 들을 때에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이후에 SNS에 반복적으로 뜨는 미키7의 이야기에 어쩐지 스포를 당해서는 안될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빠르게 책을 대여하게 됐다. 알라딘에서 저렴한 값에 미키7 세트를 대여하고 있어서 대여로 빌렸다. 안타까운 점은 대여로 빌린 탓에 하이라이트 해놓았던 <미키7: 반물질의 블루스>의 문장들을 모두 잃었다는 것...(안돼...........) 그런데 사실 미키7은 오히려 앤디 위어의 <마션>이나 <프로젝트 헤일메리>보다 훨씬 재미있었는데, <미키7: 반물질의 블루스>는 별로 재미가 없었다. <미키7>은 <마션>같은 느낌이었고, <미키7: 반물질의 블루스>는 <프로젝트 헤일메리> 같은 느낌이었달까. 등장하는 소재들이 말이다. 나는 <프로젝트 헤일메리>도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미키7: 반물질의 블루스>도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일부의 인류가 고향인 행성을 떠나 수많은 배아를 싣고 우주로 향해 간다는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로운 것 같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생명경시(ㅋㅋ)를 해버리는 미키7이라는 존재가 너무 흥미로웠다. 기독교에서는 이런 소설을 읽으면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하기도... 나는 너무 흥미로웠던게 미키의 재생산이었다. 익스펜더블인 미키는 위험 임무에 투입되기 위해 그의 기억이 선체 내에 저장되고, 그가 죽으면 그의 몸을 생산한 후 기억을 내려받아 미키2, 미키3, 미키4,...가 생겨난다. 미키 1은 원래의 미키 그 본인이지만, 미키1이 위험임무에서 사망하고 미키2가 탄생했다. 미키2가 위험임무에서 사망한 후에는 미키3가 태어났고, 결국 이 소설의 주인공인 미키7까지 오게 된 것이다. 단백질이 워낙 귀중한 상황이니만큼 미키를 하나 새로 태어나게 하는 것에는 엄청 큰 물질자원이 소모되는데, 미키7이 죽었다고 판단된 탓에 미키8이 탄생했으나, 미키7이 살아서 돌아온 것이다!

이런 원작소설 <미키7>을 배경으로 봉준호 감독은 <미키17>을 제작했다. 미키17이라니... 미키를 몇 번을 더 죽인거야!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영화 팬들은 장난을 치곤 했다. 그런 모습을 보며 <미키7>에 대한 궁금증을 더 크게 가졌던 것 같다. 앗차 스포를 당해버렸어! 이러면서 말이다.

그들이 정착한 생성에서 만난 외계인들과 벌어지는 이야기가 정말 재미있었는데, 혹여나 이 책을 사람들이라면 미키7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모르고 읽기를 권하고싶다. 물론 이 리뷰를 혹시 읽게 되어 여기까지 봤다면... 스포란 스포는 다 밟았을지 모르지만......

이 책을 봉준호 감독이 선택했다는 것을 아는 상태에서 읽기 시작했는데, 책을 읽는 내내 배지혜 번역가의 번역 덕인지 봉준호 감독의 시나리오를 읽는 기분이었다. 봉준호 감독이 좋아할만했다 싶은 장면들이 많았는데, 세븐과 에잇이 가위바위보를 하는 장면이라던가, ... 이런게 다 봉준호 감독의 시나리오같았음. ㅋㅋㅋ 봉준호 감독이 원작으로 읽었을지도 모르지만, 만약 원서가 아닌 번역서로 읽었다면, 배지혜 번역가 덕분이기도 하지 않을까?(너무 최근(2022)번역이라 아니겠지만...)

사실 나는 미키같은 인물이 진짜 이단아라는 느낌이 든다. 앤디 위어의 <마션>이나 <프로젝트 헤일메리>를 보면 앤디 위어가 그려내는 백인남성인 와트니와 그레이스의 경우에는 앤디 위어에 의해 그들이 이단아인 것 처럼 보이려고 하지만, 그들은 그냥 찐따인척하려는 쿨남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부잣집에서 태어나 좋은 학교를 다니고 인맥도 튼튼하고 심지어 잘생기기까지 한 주인공이 "하, 난 진정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어! 에라이 그러던가 말던가! 엉덩이를 차줄테다!"라고 하는건 전혀 이단아로 보이지 않는다. ㅋㅋㅋ. 반면, 빈곤층으로 태어나 자신의 무쓸모를 한탄하며 결국 익스펜더블로 살아가게 된 미키야말로 진정한 우주 이단아로 느껴졌다. 게다가 사실 (번역 탓일지도 모르지만)(난 배지혜 번역가님의 번역이 진짜 기가막혔다고 생각하기에...) 말투나 행동들이 미키가 더 미친놈같기도 하지 않은가. 7번정도 죽었어서 그랬던걸지도 모른다. 7번이나 죽은 미친놈을 어떻게 이기겠는가....

원래 SF를 좋아하기는 하는데 항상 이런 우주 장편 영화는 크게 흥미가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진짜 재미있게 읽어서 미키7는 종이책으로 소장하고싶다는 생각이 들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