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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독서

<숄> 신시아 오직

2023.12.30. ~ 2023.12.31. (2)


The Shawl

신시아 오직 저
오숙은 역
문학과지성사 출판
2023년 11월 22일 출간

국내도서 > 소설 > 영미소설 > 영미소설일반


반복되는 역사, 끝나지 않은 비극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돌아보는 인간 조건의 무게

“「숄」「로사」는 상상할 수 없는 것을 상상하게 해준다.
그것은 홀로코스트의 공포와 그로 인한 채울 수 없는 공허감이다.”
‘오헨리 상’ 최다 수상 작가 신시아 오직의 대표작 『숄』, 국내 초역!

“최근 떠오른 미국 최고의 작가.” _『뉴욕 타임스 북 리뷰』
“눈부시고도 충격적! 페이지마다 슬픔과 진실이 가득하다.” _『시카고 트리뷴』
“단편과 중편이 한데 묶여 매우 가슴 아프고 아름답게 주조된 결과물이 나왔다.” _해럴드 블룸

『안네의 일기』『이것이 인간인가』『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등의 작품들과 더불어 홀로코스트 문학의 필독서이자 중요한 이정표로 자리매김한 신시아 오직의 대표작 『숄』(오숙은 옮김)이 ‘문지 스펙트럼’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의 전쟁이 연일 계속되며 이들 전쟁의 비극적 참상이 지금 이 시각에도 시시각각 우리에게 전해지는 오늘, 홀로코스트라는 역사 속 참혹한 사건을 강렬하게 그려내고 있는 이 책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비극에 닥쳐 인간의 존재 의미, 인간 조건의 무게를 새삼 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깊다.
이 책에 실린 「숄」과 「로사」는 1980년과 1983년 『뉴요커』지에 각각 발표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두 작품 모두 최고의 단편소설에 주어지는 가장 권위 있는 상인 오헨리 상을 수상(1981년과 1984년)했으며, 나중에 한 권으로 묶여 소설집 『숄』로 나오면서 각각의 울림과 무게를 더욱 증폭시켰다. 작가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단편 「숄」은 엽편소설에 가까울 만큼 매우 짧지만 그만큼 더욱 강렬하게 다가온다. 특이하게도 홀로코스트를 다룬 작품임에도 ‘나치’나 ‘수용소’ 같은 단어는 전혀 등장하지 않으며, 그 대신 ‘코트에 꿰매어 단 별’이라든가 ‘아리아인’ 같은 단어에서 이 작품이 강제수용소로 향하는 행렬과 수용소에서의 참혹한 삶과 죽음을 다루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알아차릴 수 있다. 시적인 문체로 간결하게, 그러나 강렬하게 묘파되고 있는 사건은 그 자체로 오래 기억되고 또 널리 회자되어야 할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 뒤이어 이어지는 작품 「로사」는 「숄」의 배경이 된 시대로부터 30여 년이 지난 후를 다루는 일종의 후일담으로, 「숄」이 주는 강렬한 인상 때문에 상대적으로 평범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 비대칭성이 오히려 작품 전체의 완성도를 담보하는 요인이 된다.
「숄」에서 폴란드 출신 유대인 로사 루블린은 강제수용소 경비병이 어린 딸을 살해하는 모습을 지켜본다. 30여 년 후 그녀는 플로리다 마이애미의 한 호텔에서 “미친 여자이자 과거의 쓰레기로 살아가는” 사람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이 두 작품에는 ‘숄’이 있다. 그것은 굶주린 어린아이의 생명을 지탱해주는 숄, 뜻하지 않게 그 아이를 파멸시키는 숄, 나아가 마법처럼 그 아이를 되살리는 숄이다.


로사는 배고픔이 느껴지지 않았다. 몸이 가벼웠다. 그녀 는 걷고 있는 사람 같지 않았고, 정신이 몽롱하거나 최면에 걸렸거나 발작을 일으킨 사람 같았다. 이미 떠다니는 천사가 된 사람, 초롱초롱한 정신으로 모든 것을 보고 있지만 공중에 떠 있어 발이 땅에 닿지 않는 사람 같았다. 마치 가까스로 목숨줄을 붙들고 있는 사람 같았다.

스텔라가 숄을 덮고 웅크린 채 가느다란 뼛속에서 잠들 어 있었다. 로사는 쏠을 잡아채고 점호 구역으로 날아갔다. 실제로 날 수 있었다, 그녀는 공기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로사와 스텔라는 서서히 공기가 되어가고 있었다.

깃털이 난 둥근 머리와 연필 다리와 풍선 같은 배와 구부러진 팔이 울타리에 떨어진 순간, 강철 목소리들이 사납게 으르렁거리면서 로사를 재촉했다. 달려, 달려가, 마그다가 날다가 전기 울타리에 부딪혀 떨어진 곳으로. 물론 로사는 그 목소리들이 시키는대로 하지 않았 다. 그녀는 그냥 서 있었다. 달려갔다가는 그들이 총을 쏠 테니까, 막대기 같은 마그다의 몸을 일으키려 했다가는 그들이 총을 쏠 테니까. 지금 그녀의 뼈 사다리를 타고 올라 오는 늑대의 울부짖음을 토해냈다가는 그들이 총을 쏠 테 니까. 그래서 그녀는 마그다의 숄을 쥐고 입에 쑤셔 넣었다.
꾸역꾸역, 늑대의 울부짖음을 삼키게 될 때까지, 꾸역꾸역, 마그다의 침이 배어든 계피와 아몬드 맛이 느껴질 때까지.
그리고 로사는 그 울부짖음이 마를 때까지 마그다의 숄을 마셨다.

그녀는 지옥에 있는 기분이었다. "소중하고 아름다운 스텔라," 그 녀는 조카에게 편지를 썼다. "내가 스스로를 가둔 이곳은 지옥이야. 한때 나는 최악은 그야말로 최악이니, 그 후로는 최악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지. 하지만 이제 알겠구나. 최 악이 지나갔어도 더 많은 최악이 있다는 것을." 이렇게 쓸 때도 있었다. "스텔라, 나의 천사, 나의 사랑, 악마가 네 안으로 기어들어 네 영혼을 조르고 있는데 너는 그걸 알아차리지도 못하지."
마그다에게는 이렇게 썼다. 너는 암사자로 자라났구나.
너는 황갈색이고, 털북숭이 발가락을 있는 힘껏 펼치지. 너 를 훔치는 사람은 그 자신의 죽음을 훔치는 거야."

"나도 바르샤바 출신인데! 1920년에 떠났지요. 1906년이라오.."
"생일 축하드려요." 로사가 말했다. 그녀는 세탁기에서 빨래를 꺼내기 시작했다. 옷들은 뒤엉킨 뱀들처럼 서로 영 켜 있었다.
"내가 거들지요." 노인이 말했다. 그는 신문을 내려놓고 엉킨 빨래 푸는걸 도왔다. "생각해보세요. 바르샤바에서온 두 사람이 플로리다의 마이애미에서 만나다니. 1910년이 나는 플로리다의 마이애미는 꿈도 못 꾸었다오."
"저의 바르샤바는 아저씨의 바르샤바와 달라요."로사가 말했다.
"택의 플로리다 마이애미만큼은 나의 플로리다 마이애미 와 같아요." 반짝이는 틀니가 두 줄을 길게 드러내며 그녀 를 향해 웃었다. 

"아니, 아니에요. 사람은 가끔 혼자 있을 필요가 있죠."
"너무 많이 혼자 있다는 건, 너무 생각이 많다는 거요." 퍼스키가 말했다.
"삶이 없는 사람은," 로사가 대답했다. "자기가 살 수 있 는 데서 사는 거죠. 가진 게 생각뿐이라면, 생각 속에서 사 는 거고요." 로사가 대꾸했다.
"댁의 삶이 없다고?"
"도둑들이 빼앗아갔어요."

로사는 큰 소리로 말했다. 도둑들이 그걸 빼앗아갔어." 그리고 말했다. "그런데 너, 스텔라, 너한테는 삶이 있니?"

마그다, 내 말을 믿어주렴. 네 아빠와 나는 지극히 평범하게 살았어. 내가 "평범"하다는 건 점잖고 다정하고 교양 있다는 뜻이야. 괜찮은 평판을 가진 믿을 만 한 사람들이란 얘기지. 네 아빠 이름은 안드제이란다. 네 아빠나 엄마나 괜찮은 집안 출신이야. 네 아빠는 외할머니와 가장 친했던 친구의 아들이었지. 그분은 개종한 유대인이셨고, 비유대인과 결혼하셨어. 너는 원하면 유대인이 될 수도, 비유대인이 될 수도 있어. 그 문제는 너한테 달려 있단다. 너에게는 선택이라는 유산이 있고, 선택은 유일하게 진정한 자유라고들 하잖니. 네 아빠와 나는 약혼한 사이였지. 아마도 우리는 결혼했 겠지. 스텔라가 하는 비난은 모두 그 애의 배설물일 뿐 이야. 네 아버지는 독일인이 아니야. 나는 어느 독일인 에게 한 번 이상 강제로 당하기는 했지만, 그때는 몸이 아파서 임신할 수 있는 상태도 아니었어. 스텔라는 원 래 천성이 외설적이어서 네 아빠가 더러운 무장 친위대 라는 생각을 자연스레 떠올린 거야! 스텔라는 내내 나 와 함께 있었으니, 내가 아는 건 전부 스텔라도 알고 있어.

철학자들이 말하지, 어머니란 의식의 근원, 양심의 근원, 총 재의 근원이라고, 나는 너에게 일말의 거짓도 없단다.
다만 몇 가지 속임수를 썼다는 건 부인하지 않으마. 꼭 필요했던 몇 가지는 말이야. 진실을 알 자격이 없는 사 람에게는 진실을 말하지 마라. 나는 스텔라에게 그 애가 듣기 좋아하는 말을 한단다. 내 아이가 죽었다고. 세상을 떴다고. 그 애는 항상 그 말을 듣고 싶어해. 항상 너를 질투했으니까. 무정한 애 같으니. 심지어 지금도 내가 너를 잃었다고 믿고 있어. 뉴욕의 그 애 집에서 돌 던지면 닿을 거리에 네가 있는데도! 그 애가 무슨 생각을 하든 내버려 두자꾸나. 마음이 비뚤어진 애니까, 가여운 스텔라. 내 마음속에 있는 네 존재의 힘이 내 기쁨 을 먹어 치우는구나. 노란 꽃송이를! 태양의 잔을!

"저기요, 여기 해변에 철조망이 있어요."
"저희 손님이십니까?"
"다른 곳에서 왔어요."
"그렇다면 그건 부인이 상관할 바가 아니잖습니까?"
"여기 철조망이 있다고요."
"덕분에 하층민들이 못 들어오죠."
"미국에서는 울타리 위에 철조망이 있으면 안 돼요." 지배인이 진지한 표시를 하던 손을 멈추었다."나가주시겠습니까?" 그가 말했다. 그냥 나가주시죠."
"무고한 사람들을 철조망 뒤에 가두는 건 나치뿐이에요." 로사가 말했다.
붉은 가발이 떨어졌다."제 이름은 핑켈스테인( 이디시어로 '반짝이는 돌'이라는 뜻을 가진 유대계 성씨)입니다."
"그럼 더 잘 알고 계시겠네요!"
"어서요, 댁한테 뭐가 좋을지 안다면 여기서 나가주세요.”

"제 조카 스텔라가 그러더군요." 로사가 천천히 입을 열 었다. "미국에서는 고양이 목숨이 아홉 개래요. 하지만 우리, 우리 같은 사람들의 목숨은 고양이 목숨보다 적어서 세 개가 있대요. 그 이전의 삶, 진행 중인 삶, 그 이후의 삶요."


읽는 내내 마음이 안좋았다. 그럼에도 너무나 시적으로 아름다운 단어들이 섞여 쓰여진 문장들이 로사, 스텔라, 마그다가 놓여진 상황과 대비되어 현실 자체가 더 암흑적이고 좌절스럽게 느껴졌다. 이 책은 '숄'과 '로사'라는 총 100페이지 정도 밖에 되지 않는 단편을 수록하고 있다. 사실 처음 '숄'을 읽을 때, 내용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아서 두세 번 다시 읽기도 했다. 옛날옛날의 희곡을 읽는 느낌이었다. 번역이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노래하는 것 같고, 단어사용이 아름답다고 느껴졌다. 그래서 이해하기가 조금 힘들었던 것 같다.

나는 이 책을 문학과 지성사 서평단으로 받게되어 읽게 되었다. 최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학살 등의 팔레스타인 학살 등의 전쟁범죄로 인해 이러한 이야기들이 더 각광을 받는 것 같다. 누군가에게 벌어졌던, 과거를 기반으로 삼아 나아가지 못하고 또다시 죄를 저지르고 피해자를 만들고 역사를 잊어버린다는 것은 슬픈 일인 것 같다. 나는 역사를 아주 자세히는 모르는 편이지만 커다란 뿌리와 줄기가 되는 이야기들은 잘 안다. 이 책의 띠지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숄>, <로사>는 상상할 수 없는 것을 상상하게 해준다. 그것은 홀로코스트의 공포와 그로 인한 채울 수 없는 공허감이다.". <숄>을 읽으면서 혐오와 분노, 편견과 차별이 인간, 사회, 국가, 인류를 어떤 방식으로 무너뜨릴 수 있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작가의 말을 읽고 나서도 <숄>에서 '숄'이 의미하는 것, 로사의 잃어버린 '속옷'의 의미, '퍼스키'라는 존재, 미국인으로서의 새로운 삶을 사는 '스텔라', 마그다에게 보내는 '편지' 등의 정확한 비유를 알기 어려웠다. 신시아 오직이라는 인물이 쓴 글이 어렵고 이해하기 힘들다는 뜻이라기 보다는, 내가 이것을 감정적으로는 동일한 기분을 느끼지만 그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정확히 이 사람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이야기다. 이스라엘은 현재 팔레스타인의 사람들을 무작위로 끌고가 가족들을 분리시키고, 총살시키거나 쉽게 살해한다. 가장 충격적인 이야기는 팔레스타인 사망자들의 신체에 일부 장기들이 적출되었으며 그것이 이스라엘 측의 의료용 장기로 이용된다는 이야기였다. 이런 이야기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무분별한 인체실험과 뿌리가 같다고 생각이 들었다. 한 명의 피해자로서, 생존자로서, 간신히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는 신시아 오직 같은 사람이 있음에도, 이런 소설을 읽고 끊임없이 과거를 반성하며 반복되지 않기 위해 감정을 공유하려는 나같은 사람이 있음에도 여전히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는 점이 슬펐다.

 

책에서 강조하는 것들은 쉽게 눈에 들어왔다. 위에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숄', '속옷', '퍼스키', '스텔라', '편지' 등이다. 나는 이것들이 상징하는 바를 정확히 완벽하게 1+1은 2다! 라는 값이 나올 것처럼 이해하고싶은 욕망이 있는데.... 이건 독후감을 좀 검색하다보면 천재독자님이 정리를 해주신게 있지 않을까 싶다(ㅋㅋㅋ). 습..로사는 마그다에게 끊임없이 말한다. 우리 집안은 꽤 좋은 집안이고, 너의 아버지는 안드제이야. 이렇게 몇 십 년 동안 끊임없이 스스로를 세뇌하듯 되뇌는 것은 로사 본인도 혹시 마그다가 독일군에 의한 아이일까 하는 두려움이 있었던게 아닐까 싶다. 스스로를 안심시키고 영원히 답을 알 수 없을 진실을 자신이 원하는 의미로 덮어버리려고... 로사는 끊임없이 자신은 화학자가 될 수 있는 사람이었다고 말하거나, 꽤 좋은 집안이었다는 이야기도 반복적으로 한다. 나치가 로사를 망친 것이다. 나치라는 거대한 사회가 한 민족을, 국가를, 사회를, 가정을, 인간을 파괴하였다. 그리고 사랑하던 것, 사랑하는 것, 사랑해야 하는 것들을 모두 잃은 로사는 이제는 사라진 것들로 인해 파괴된 것들을 지키기 위해 힘쓴다. 그런게 <숄>의 두번째 이야기인 '로사' 에서 나타난 '숄'과 '마그다를 향한 편지'가 상징하는 것이 이런 것이 아닐까 싶었다. 자신이 가질 수 있었던 모든 가능성을 타자에 의해서 잃게 된 사람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끊임없이 뒤를 돌아보며 후회하고 원망하고 갈망하며 지쳐한다.반면 로사와 동일한 일을 겪은, 하지만 로사보다는 많이 어렸던 로사의 조카 스텔라는 상황이 다르다. 스텔라는 미국인처럼 산다. 과거의 일을 모두 땅 속에 덮어버리고 나아가려고 하는 것이다. 아마 많이 어렸으니 나치에 의해 잃었던 것이 로사에 비해 적기 때문일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내가 함부로 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스텔라와 로사가 서로만을 혈연으로 의지하고 있음에도 서로를 증오하고 원망하고 사랑하고 붙잡는 것은 그들이 서로를 싫어하기 때문이 아니다. 그들이 여전히 나치에 의해, 나치로 인한 현재 그들의 상황에 의해 고통받기 때문인 것이다. 그래서 로사는 끊임없이 '로사'에서 스텔라를 원망한다. 이렇게 둘이 정반대의 길을 걷는 것 조차도 소설이 아닌 현실이라는 느낌이 들었다.그럼 결국 '숄'은 그저 희망이었을 뿐이었을까? 숄은 너무나 판타지적인 요소로 느껴질 정도여서 어쩌면 마그다가 이미 죽어있었던게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도 들었다. 하지만 결국 마그다는 엄마를 찾으며 울었고, 그러다가 죽었다. 이런 것들을 생각하면 나는 숄이 뜻하는 바를 정확히 대조되는 해석으로서 이야기하기 어렵다고 느낀다. 하지만 확실히 느낀건 로사에게 '숄'은 희망이었다. 한국이었다면 동아줄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것이 누군가를 살아갈 수 있게 하고, 버틸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전체적으로 정말 시처럼 아름다운 형태로 쓰여진 슬픈 이야기였다. 일반 소설이라면 '주인공이 너무 신경질적이다'라는 해석이 나올 수도 있었겠지만, 홀로코스트 생존자(라고 말하면 로사는 싫어하겠지만)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독자로서 나는 이 인물이 지금까지 살아온 것, 살아가는 것,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것들이 어떻기에 이렇게 날카롭고 허공에 원망을 쏟아내며 좌절하고 사랑했던 것들을 붙잡고 싶어 울부짖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홀로코스트 생존자 혹은 피해와 관련된 영화는 많이 봤지만, 이렇게 짧고 강렬한 소설로 읽는 것은 처음이어서 감회가 새로웠다. 좋은 기회를 주신 문학과 지성사에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