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14. ~ 2023.12.14 (1)
성은이 냥극하옵니다
백승화 저
안전가옥 출판
2023년 11월 30일 출간
소설/시/희곡 > 역사소설
조선의 왕 숙종은 어느 날 고양이 한 마리와 마주친다. 왕은 그 고양이를 어여삐 여겨 곁에 두었고, 고양이 또한 왕을 잘 따랐다. 여러 문헌을 통해 전해지는 이 ‘냥줍’을 애묘인인 작가와 안전가옥의 스토리 PD가 유쾌한 퓨전 사극이자 추리 활극으로 재구성했다.
《성은이 냥극하옵니다》는 글로 쓰였음에도 영상이 보이는 듯한 감각적인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영화진흥위원회 기획개발지원사업 선정작이자 영화감독이기도 한 백승화 작가가 발표하는 첫 경장편 소설이다.
백승화 작가는 연출작 〈걷기왕〉, 〈오목소녀〉 등에서 소박하지만 특별한 능력자들의 성장담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 낸 바 있는데, 《성은이 냥극하옵니다》 또한 밝고 환한 온기가 느껴지는 이야기다. 신분·연령·성별·신체 등의 문제 때문에 남들보다 다소 불리한 입장에 선 사람들이 대립과 대화를 거쳐 조금씩 시야를 넓히고 세상을 바꾸어 나가는 과정을 유머러스한 필치로 담아냈다.
변 대감은 소위 임금 덕후라 할 만 큼 임금의 것이라면 뭐든 모으곤 했는데, 그중에서 도 이 낙서는 궁중의 제사를 주관하는 봉상시(奉常寺)의 관리가 된 변빈이, 임금이 시간을 때우려 끄 적인 낙서를 직접 주워 온 것이었다. 낙서의 내용은 ‘睡睡睡 (졸려졸려졸려)'였다
무엇보다 상이 빈을 싫어하는 가장 큰 이 유는, 다름 아니라 적서 차별이 행해질 때마다 빈 이 미안하다며 하는 말 때문이었다.
"나만 양반이라 미안해."
차라리 욕이 나았다.
"그, 그럴 리 있겠소. 아까도 말했지만 우리는 지 나다가 고양이가 예뻐서 그저•.."
"암요. 우리는 그저, 예예."
"그럼 묘집사이신가요?”
"그게 뭐요?"
"고양이를 아끼는 이를 부르는 별칭입니다."
"아, 그럼 뭐 그런가 보오. 묘집사. 응."
당황한 묘마마가 물었다.
"그럼 사라진 유기아들을 찾아 달라는 청도, 못 들으셨나요?"
"엥? 하다 하다 이젠 유기아들도 찾아다니는구만!
포졸들의 비웃음 속에서 묘마마는 변상벽이 언제 부터 거짓부렁을 했을지 짐작해 보려 했지만, 도통 알기가 어려웠다. 속없는 포졸들이 덤으로 나온 전 을 마구 집어 먹으려 하자, 묘마마가 도로 낚아채 자 리를 떴다.
"변가... 이 똥물에 빠져 벼락 맞을 놈!"
"귀가 왜 이리 간지럽지..."
"그럼 묘마마 자네도 약속하시오. 여의치 않게 되 면, 난 신경 쓰지 말고 바로 산을 내려가기로"
"… 저, 순덕입니다."
"응?"
"임순덕이 제 이름이란 말입니다." 어른들의 갑작스런 통성명에, 가운데 끼어 있던 말년이가 괜히 눈치를 봤다.
"저는 박말년..."
"부탁하오."
말년이의 머리를 다독인 변상벽이 벌떡 일어나더 니, 주위의 이목을 끌며 요란하게 달리기 시작했다.
안전가옥에서 신간이 나왔다는 소식은 알고 있었고, <위그드라실의 여신들>을 워낙 재미있게 읽은 상태였기 때문에 신간도 관심을 갖고 있었다. <성은이 냥극하옵니다>보다 일주일 앞서 <자네 이름은 산초가 좋겠다>가 나왔으나, 그 책은 내 취향이 아닐 것 같아 우선 미루고 친구에게 추천만 해두었다. <성은이 냥극하옵니다>는 책 표지와 제목이 귀여워서 내용은 모르는 상태로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저번주에 영등포 교보문고를 갔다가 신간 진열대에 올려져있는 것을 보고 구매했다. 첫페이지가 너무 귀여웠는데, 당당하게 뱀을 막아 선 노란 새끼고양이를 주운 임금의 이야기이기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임금이 노란 털빛의 새끼 고양이를 주워 안았다. 품속의 고양이가 고개를 젖혀 올려다보았다. “애옹.” 내내 근엄하기만 하던 임금의 시선이 사랑에 빠진 반짝이는 눈빛으로 변했다. “금손! 너는 이제부터 금손이다.” 이른바 냥줍을 하게 된 것이었다. 이 장면 하나만 보고 책을 냉큼 집어 들었다. 귀여운 책이라 생각했다.
책을 열어보니 생각했던 내용은 아니었다. 책 정보를 하나도 찾아보지 않고 산 탓이다. 영화도 이렇게 포스터도 안보고 제목만 보고 갔다가 예상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나는 그런걸 좋아하니까 상관없다(ㅋㅋ). 나는 임금님이 고양이랑 궁생활을 하면서 좌충우돌 요란법석 스토리가 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임금님이 예뻐하던 치즈냥이 금손이가 사라져서 그걸 주인공들이 찾아다닌다는 이야기였다. 주기적으로 나오는 퓨전사극의 느낌이었다. 영화 <해적>이나 <조선 명탐정>, <임금님의 사건수첩> 같은 영화의 느낌이었다. 읽는 내내 "되게 영화같다. 남주는 강동원이나 도경수가 하면 어울릴 것 같다." 이런 생각을 했는데, 마지막의 작가의 말을 보니까 영화 시나리오로 쓰다가 엎어지게 된 내용이라고 한다. 영화로 나왔다면 좋았을텐데, 이런저런 상황이 있었겠지 싶어 아쉬웠다.책을 읽는 중 가장 흥미롭고 재미있고 웃겼던 부분은 아래의 장면이었다. "변상백이 쪼깐이에게 수신호를 보낸다. 팔과 손목을 꺾어 '망할 망(亡)'자를 만든 것이었다." 이 부분은 처음에 의아했으나, 이게 넥스트 레벨이라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영화로 만들어졌으면 정말 다들 빵터졌을 장면. 에스파의 넥스트 레벨 안무는 거의 전국민이 다 따라했던 동작이기 때문에 영화에서 나온다고 해도 남녀노소 못알아들을 사람이 거의 없었을테니 말이다.
주인공 변상백도 재미있는 인물이었는데, 서얼로 태어나 망나니로 살았지만, 팔자 한 번 펴보자는 생각에 임금님이 잃어버린 고양이를 찾아다니다가 묘마마를 만나고 좋은 일도 여럿 하여 관직도 얻고 정신 차리고 살아간다는 식이었다. 사실 영화로 보자면 좀 나이브한 설정이 아닌가 싶기는 하다. 이런 캐릭터가 너무나도 많으니 말이다.
그렇지 않아도 영화같다고 생각하며 보고 있었는데, 작가의 말에서도 시나리오였다고 하니 혼자 가상캐스팅 열심히 하며 놀았다. 변상백 역에는 강동원이나 도경수가 어울릴 것 같은데, 내가 배우를 잘 모르니 유명한 배우들이 먼저 떠오르는걸지도... 강동원이 이미지로는 어울리지만 캐릭터대로 보자면 도경수가 더 어울리는 것 같다ㅋㅋ 묘마마 역할로는 그냥 바로 안은진 배우가 떠올랐다. 그리고 변상백의 형으로 나오는 변빈 역할에는 임주환 배우가 어울릴 것 같았다.
책 얘기는 별로 없이 혼자 가상캐스팅이나 하고 있다.ㅋㅋ 영화덕후라서 그래요 이해해주세요 ㅠ_ㅠ... 드라마나 한국영화 잘 안보고 가끔 사극영화 나오면 그런거만 챙겨봐서 그런지 한국배우들을 잘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아쉬웠다.
시나리오였다는 점 때문인지, 소설을 읽는 내내 영화 장면처럼 눈 앞에 장면이 보이고, 이야기의 흐름도 영화처럼 흘러가서 쉽고 재미있게 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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