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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독서

<기억 속의 유괴> 오야마 세이이치로

2023.12.23. ~ 2023.12.27 (5)

기억 속의 유괴
記憶の中の誘拐

오야마 세이이치로 저
한수진 역
리드비 출판
2023년 11월 27일 출간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장르소설 > 추리/미스터리


본격 미스터리 거장 오야마 세이이치로의 역작 『붉은 박물관』. 그 두 번째 이야기 『기억 속의 유괴』가 국내 출간된다. 예측할 수 없는 전개와 완벽한 논리를 보여 준 『붉은 박물관』은 출간 이후 즉시 드라마로 제작되는 등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고, 후속 작품에 대한 독자들의 기대도 높아졌다. 그 기대가 모여 『붉은 박물관』이 출간되고 칠 년 후인 2022년, 드디어 『기억 속의 유괴』가 출간됐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높은 완성도를 보여 준 『기억 속의 유괴』는 후속 작품을 기대하던 독자들을 만족시키며 열렬한 찬사를 받았다.

『붉은 박물관』과 마찬가지로 『기억 속의 유괴』 또한 독자가 극중 인물과 함께 사건 해결에 참여할 수 있다. 오야마 세이이치로는 사건의 진상이 쉽게 드러나지 않도록 작품을 치밀하게 설계했지만 결코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며, 모든 단서를 독자에게 공정하게 공개한다. 인물의 묘사와 대사, 사에코가 주목하는 부분 그 모두가 사건을 해결하는 단서가 될 수 있다. 이 단서들을 토대로 작품을 읽으면 독자는 어쩌면 사건의 진상에 도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붉은 박물관 시리즈’의 두 주인공 히이로 사에코와 데라다 사토시는 『기억 속의 유괴』에서 전작과 달라진 모습을 보여 준다. ‘붉은 박물관’을 벗어나지 않던 사에코는 박물관 밖으로 나오고, 수사1과에서 쫓겨난 후 불만에 차 있던 사토시는 사에코의 능력을 인정하고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두 사람은 신뢰가 쌓이고, 서로의 부족한 능력을 채워 주면서 『붉은 박물관』 때보다 완벽해진 팀플레이를 펼친다. 두 인물의 달라진 모습과 완성된 팀플레이를 보는 것은 전작과 다른 『기억 속의 유괴』만의 재미가 될 것이다.


기름통 다섯 개를 비워 가면서 그 집 주위에 등유를 꼼꼼하게 누웠다. 단. 유일하게 현관 부근에는 뿌리지 않았다. 집에 사는
사람들이 도망칠 수 있도록.
기름을 다 뿌린 뒤, 성냥을 그어서 휙 던졌다.
물이 나더니 순식간에 번지기 시작했다. 자동차로 뛰어 돌아 가, 근처에 있는 공중전화까지 차를 몰고 가서 그 집에 전화를 했다.
열 번이 넘게 벨이 울리고 나서 졸린 듯한 남자의 목소리가
"여보세요?" 하고 응답했다. 파티용 헬륨 가스로 변조한 목소리 로 "불났다. 도망쳐."라는 말만 하고, 상대의 반응을 기다리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이윽고 어둠 속에서 그 집이 있는 방향이 어렴풋이 붉은색으 로 변해 가기 시작했다. 지금쯤 틀림없이 불길이 집 전체를 휩싸 고 있을 것이다. 집에 사는 사람이 무사히 도망치기를 바랐다.

"아, 네. 슬슬 기억이 나네요. 편의점에 물건을 사러 가서 정말 다행이었죠. 제가 범인이 아니란 사실이 증명됐으니까요."
"아뇨, 당신이 범인입니다."
지금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던 히이로 사에코가 갑자기 목소리 를 냈다.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낮은 목소리였다.
".....내가 범인이라고요?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한테는 알리바이가 있어요."


<붉은 박물관> 시리즈의 두번째 책인 <기억 속의 유괴>를 읽었다. <붉은 박물관>을 읽고 바로 읽으려고 했는데, 독서모임 책도 읽어야 하고, 읽고 싶은 책이 있어서 미루다가 이제야 읽어버림...

사실 추리물이라 ... <붉은 박물관> 후기 때처럼 뭐라고 말을 못 쓰겠다. 오야마 세이이치로 작가의 글은 어쨌든 한국인들이 좋아할만한 김치싸대기의 맛이 난다고 해야할까... <아내의 유혹>! <스카이 캐슬>! <팬트하우스>! 같은 드라마들이 떠오른다. 추리와 관련해서도 예상하기 쉽지 않은 방식으로 이야기를 해석해나가기 때문에 흥미로운 소설이었다.

이야기 중에 가장 충격적이었던 이야기는 '황혼의 옥상에서' 였다. 일본 작품들을 보면 자주 나오는 내용이, 졸업을 하는 동아리 선배에게 마지막으로 고백을 하는 것이다. 이 장면은 일본에 살아본 적도 없는 나에게도 좀 감동적인 학창시절의 '낭만' 이라서(ㅋㅋㅋ) 올~ 하면서 보다가 이마를 치고 벽을 부수면서 읽었다. 이런 매력적이고 반전있고 재미있고 신박한 내용을 쓰는 것이 이 작가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심지어 엔딩이나 독자가 읽으면서 예측한 인물들을 완벽하게 벗어나고, 벗어나면서도 말도 안되는 추리가 아닌 이해가 가능할 범위 내의 추리를 하는 것이 신기하다고 느껴졌다. '연화'의 경우에도 재미있게 읽었는데, 앞 이야기가 너무 파격적이어서 머릿속에 잘 남아있지 않는 것 같다...

가장 충격적인 이야기는 책 제목이자 마지막 이야기인 '기억 속의 유괴'이다. 나는 이 이야기의 마지막 정리가 너무 믿어지지 않아서 두 번이나 다시 읽었다...! 진짜 재미있었다. 리디비 인스타그램에서 업로드한 릴스를 보고 이 책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되었었는데, 그 때 봤던게 '기억 속의 유괴'의 내용이었다. 스토리를 읽고 정말 파격적이라고 느끼면서 책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런데 릴스를 본 이후에 책을 읽으면서 생각해보니, "이거 스포 아냐!" 하면서 리디비 릴스에 배신감을(ㅋㅋ) 느꼈는데....................................... 에휴 이건 직접 읽은 사람들이랑 얘기해야한다! <기억 속의 유괴>나 시리즈의 첫 책인 <붉은 박물관>의 스토리 스타일을 알고 싶다면 위에 링크를 걸어놓은 링크를 보는 것을 추천한다.

 

나는 미스터리나 추리에는 크게 흥미를 느끼지 못하던 사람이었는데, 이 책 덕분에 재미를 붙일 수 있게 되었다. 정말 재미있는 책이었다. 3편이 일본에서 발매되었다는 이야기를 언뜻 봤던 것 같은데, 국내에는 언제 나올지....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