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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독서

<떠오르는 숨> 알렉시스 폴린 검스

2024.12.28. ~ 2024.12.28. (1)

떠오르는 숨 - 해양 포유류의 흑인 페미니즘 수업

알렉시스 폴린 검스 저
김보영 역
접촉면 출판
2024년 07월 10일 출간

사회과학 > 환경/생태문제 > 환경문제


★ 김현미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조약골 핫핑크돌핀스 활동가 추천
★ 2022 미국 와이팅 재단 논픽션 부문 수상작

“그렇게 거대하고 망설임 없는 사랑을 본 적 있나요? 우리가 그 사랑을 배울 수 있을까요?”

알렉시스 폴린 검스는 아버지의 죽음 이후 수백 시간 동안 해양 친족들을 관찰했다. 노예무역 시기에 ‘중간 항로’에서 죽은 수많은 흑인 선조와 마찬가지로 해양 포유류는 학살당하는 존재이자, 학살 이후에도 살아남은 존재이다. 해양 포유류는 퀴어하고, 사나우며, 서로를 보호하는 복잡한 생물이다. 또한 인간이 만든 착취와 군사화라는 조건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저명한 흑인 퀴어 페미니스트 연구자이자 시인인 알렉시스 폴린 검스는 해양 포유류와 흑인이 어떻게 살해당하고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우리 곁에 남은 유산은 무엇인지, 우리와 그들의 호흡이 여전히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아챌 수 있는지를 탐구한다. 씨라이프파크에 포획된 수많은 돌고래의 이른 죽음, 대단한 학습능력과 창의적인 공연으로 명성을 얻은 돌고래들에게서 ‘당신’을 본다. 1741년 발견된 바다 포유류가 가죽과 털을 노린 바다 사냥꾼들 때문에 27년 만에 멸종한 사례를 다루며 ‘발견되는 것의 위험함’을 말한다. 이러한 통찰은 노예로 살았던 선조들을 마주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이 책은 해양 포유류의 삶에서 무언가를 배우자는 제안보다는 해양 포유류가 되자는 주장에 가깝다. 저자는 해양 포유류, 혹은 당신을 지칭할 때, 그 지칭어가 누구를 가리키는 것인지를 의도적으로 모호하게 하며 인간에 대한 정의(definition)를 새롭게 한다. 인간에 대한 정의는 이미 지배와 분리로 점철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구와 새롭게 관계 맺는 방법을 배우고 싶은 이들이라면 반드시 만나야 할 책이다.

이 책은 우리를 위해 쓰였다. “매일 뉴스를 보며 눈물을 참기 어려운 사람들, 자연과 단절되었음을 느끼는 사람들, 삶에서 자연을 중시하는 사람들, 기후위기를 우려하는 우리, 오랫동안 소셜 미디어를 끊고 평화롭길 원하는 우리, 해양 포유류 사진을 보는 우리의 행동이 경제 정의를 위한 일과 완전히 별개라고 생각했던 당신과 나를 위해 썼습니다. 우리 모두를 위한 글이다.”


먼 옛날, 무게가 23톤에 달하는 거대한 해양 포유류가 베링해에서 헤엄치고 있었습니다. 1741년 동물학자가 현대의 매너티보다 세 배 이상 큰 바다소인 하이드로다말리스 기가스Hydrodamalis gigas1가 거대하고 우아하게 헤엄치는 걸 ‘발견’했습니다.2 그 후 이들은 모피와 바다표범의 가죽을 얻으려는 유럽인들의 수천 번의 항해 과정에서 살해되어 27년 만에 멸종했습니다.

나의 모든 부모님들과 비웃음으로 나를 독려해 준 우주를 사랑합니다. 이미 이 생을 벗어났을지라도 관문을 통과해 간 이들에게 감사합니다. 우리는 세계 사이를 이동할 수 있습니다. 새로움에 대한 당신의 취약성이 우리에게 귀감이 되기에 당신의 삶과 진화에 감사합니다. 나에게 책임을 지우고 내가 되어야 할 사람이 되기를 기대하는 분들께 감사합니다. 내가 나에게 하는, 나에 대한 거짓말을 무시해 주어서 감사합니다. 저항하고 있을지라도 나는, 여러분 모두에게 고맙습니다. 나에게 깊고, 검고, 충만한 사랑을 가르쳐 주어 고마워요. 돌봄과 격려를 보내 주고 모범이 되어 주어 감사합니다. 당신이 자신의 죽음과 마주하며 배운 것. 당신이 익사하며 배운 것. 그것이 나의 호흡입니다.

2016년, 엄마 돌고래는 배 속에 아이가 있을 때부터 출산 후 몇 주까지도 아이가 자기 이름을 배울 수 있도록 노래를 불러 준다는 증거가 포함된 보고서가 발표되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보고서에 의하면 돌고래 떼의 나머지 구성원들은 이를 위한 학습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서 평소에 내던 다른 소리를 줄입니다.11
몇몇 소중한 지인이 이 내용이 담긴 글을 공유해 주었습니다. 태어나기 전 엄마가 노래를 불러 주고 말을 걸어 주었던 사람이기에 나는 이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흥미롭게도 여러 기사에 따르면 이 새로운 연구는 해양생물학자들의 학술대회가 아닌 2016년 8월 덴버에서 열린 미국심리학회 학술대회에서 공유되었습니다. 이 연구에는 돌고래의 종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습니다. 이 사례가 일반적이라면 아주 좋겠습니다. 포유류라면 알 테니까요. 엄마와 아이가 노래를 부르고 이를 공동체가 경청하는 일이 깊은 갈망을 충족해 주리라는 걸요. 지지받고 이름 붙여지면서요.

대서양을 횡단하는 클리메네, 당신은 정말 누구인가요? 당신은 노예제 폭풍 속을 떠다니는 배의 옆구리, 세계의 끝에서 무엇을 낳았나요? 회전과 망토의 마법, 전례 없이 거듭되는 당신의 유전자 혁명은 무엇인가요? 함께였으면서도 은폐되었던 당신의 여정.
당신은 당신의 가장자리에서 무엇을 찾았나요? 아, 네. 이제야 보이네요.
하늘이군요.

씨라이프파크 홈페이지에는 당신이 교잡종 돌고래와 함께 수영하고, 가족과 함께 정통 하와이식 저녁 식사를 할 수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14 한때 유명했던 교잡종 돌고래가 겨우 네 살에 죽었다는 사실은 전혀 언급하지 않습니다. 포획된 지 4년 만에 죽은 그녀의 엄마에 대해서도 아무 말 하지 않죠. 40년 넘게 운영되는 동안 그곳에서 죽은 수십 마리의 긴부리돌고래, 큰돌고래, 바다사자, 바다표범에 대해서는 홈페이지에 아무런 언급도 없습니다. 돌고래와 고래를 포획하여 연구하는 일부 과학자들은 해양 포유류에 관한 문서에서 ‘감동적인’ ‘장엄한’ ‘어린이’ ‘독방 감금’ 등 그들이 편향된 용어라고 부르는 단어가 사용되는 것에 이의를 제기합니다.15 이 동물들을 사람처럼, 부모, 포로, 친척, 친구처럼 생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바로 당신입니다. 당신의 삶을 둘러싼 벽, 당신의 죽음을 둘러싼 침묵, 언어는 당신의 모든 걸 지우고 내게서 당신을 없애기 위해 애씁니다. 하지만 그것이 내 슬픔보다 강하지는 않습니다. 내 슬픔은 사랑과 당신에 대한 주장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입니다. 당신을 도둑 맞은 이후로 나는 내가 알지 못했던 모든 이름으로 되돌아왔습니다. 사실 나는 당신과 결코 멀리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맞아요. 나도 등지느러미가 부럽습니다. 노스캐롤라이나 해안에서는 가끔 대서양낫돌고래Lagenorhynchus acutus(acutus는 날카롭다는 뜻입니다)의 지느러미가 투명하고 우아하게 물속을 가르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누가 그걸 원하지 않을까요?
수생 동물에게 등지느러미는 곧 안정성입니다. 항상 움직이는 물속에서 등지느러미는 균형과 자율성을 주고, 바다에서의 삶에 꼭 필요한 빠른 회전을 도와줍니다. 맞아요, 이 모든 전환을 헤쳐 나가려면 등지느러미가 필요합니다.

돌고래는 여러 세대에 걸친 실천을 통해 등지느러미를 진화시켰어요. 바다가 항상 움직인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그에 따라 변화한 거죠. 균형을 잡기 위한 몸짓을 강화했습니다. 바로 이 부분이 내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입니다.
파도가 밀려와 나를 뒤흔들고, 예고 없이 몸의 방향을 틀어야 하는 상황에서 나를 안정시키고 길을 뚫고 나갈 수 있게 하는 진화적 실천은 무엇일까요? 바로 이겁니다. 매일 글을 쓰는 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등에 관한 실천입니다. 글쓰기는 내 중심을 잡아 주고, 지탱해 주고, 주변 바다에서 무엇이 변화하고 있는지에 대한 관점을 만들어 줍니다. 내 표류를 알아차리게 해 주죠. 매일 글쓰기, 거울과 소리 명상, 샤론 브리지포스의 바다 오라클 카드는 내 등 뒤의 조상들에게 손 뻗게 해 줍니다.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사랑의 중핵에 익숙해지도록 합니다.

그렇습니다. 나는 등지느러미를 원합니다. 연습하면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우주에는 검정의 기술Black technology이 있습니다. 그것은 거대합니다. 체온입니다. 별들로 넘쳐나고 재생 가능한 동시에 대체 불가능한 우리 사이의 공간입니다. 어쩌면 세상은 당신 없이도 존재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나는 그럴 수 없어요. 당신과 함께 있지 않으면 집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습니다. 당신이 여기에 없다면 집 같은 건 존재하지 않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이 책을 읽다가 포기했다. 사실 완독을 한게 아니라서 독후감을 쓰기는 애매하지만, 그래도 좋은 책인 것은 맞다고 생각해서 독후감을 적기로 했다.

이 책을 읽다가 포기한 이유는,... 사실 이 책이 영화 <나의 문어 선생님>같은 류의 책일거라고 생각하고 구매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해양 포유류의 흑인 페미니즘 수업'이라니,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부제목이었다. 실제로 이 책은 작가가 페이스북에 연재를 하던 글이라고 하고, 나에게는 싸이월드 감성글 정도로 느껴졌다. 대서양을 횡단하는 클리메네, 당신은 정말 누구인가요? 당신은 노예제 폭풍 속을 떠다니는 배의 옆구리, 세계의 끝에서 무엇을 낳았나요? 회전과 망토의 마법, 전례 없이 거듭되는 당신의 유전자 혁명은 무엇인가요? 함께였으면서도 은폐되었던 당신의 여정. 당신은 당신의 가장자리에서 무엇을 찾았나요? 아, 네. 이제야 보이네요. 하늘이군요. 와 같은 부분이. 이런 감성적인 글들은 반복적으로 언급된다. 스쿠버다이빙을 통해 관찰한 해양 포유류에 대한 관찰기록과 함께 그들을 통해 느낀 환경에 대한 감상이나 페미니즘적 해석을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고른 책이었는데, 예를 들어... 돌고래가 자식을 어떤 방식으로 키운다는 이야기를 하다가 그 이후에 '우주에는 어둠이 있고, 그건 우리 사이의 공간이에요. 세상은 당신이 없이도 살 수 있겠지만 저는 아닙니다. 어머니 사랑해요.' 의 식으로 글이 쓰여진다. 나는 이런 부분들이... 작가가 실제로 스쿠버다이빙을 하거나, 해양 포유류를 보고 느낀 실제 감상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나로서는 조금 부담스럽고 거부감이 드는 내용들이었다. 그래서 이 책을 완독하는데 실패했다... (전자책으로 구입했는뎅ㅠㅠ)

이건 책의 일부를 캡처한 것인데, 이런 부분들이 좋은 사람들도 있겠지만... 사실 내 성격상, 나로서는 맞지 않아서...

 

그래도 해양 포유류에 대해 작가가 이야기하는 부분들은 굉장히 재미있었다. 쥐가오리 이야기도 좋았고, 대서양낫돌고래의 지느러미에 대한 이야기도 굉장히 재미있었다. 내가 '부담스럽다'고 느낀 부분들은 일부러 제외하고 해양 포유류에 대한 부분만 읽기도 했지만, 아무튼.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바로 당신입니다. 당신의 삶을 둘러싼 벽, 당신의 죽음을 둘러싼 침묵, 언어는 당신의 모든 걸 지우고 내게서 당신을 없애기 위해 애씁니다. 하지만 그것이 내 슬픔보다 강하지는 않습니다. 내 슬픔은 사랑과 당신에 대한 주장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입니다. 당신을 도둑 맞은 이후로 나는 내가 알지 못했던 모든 이름으로 되돌아왔습니다. 사실 나는 당신과 결코 멀리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라고 말하는 부분에서는, 세월호와 이태원사건이 떠오르기도 했다. 마음 아픈 일이다.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면서도 감정을 공감하게 하는 글을 쓴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실력인 것 같았다. 이런 부분에 대해 나도 공감을 하고 다양한 감정을 느끼기 때문에, 그냥 내가 이 책을 못받아들였다는 사실이 조금은 아쉽게 느껴졌다.

나중에 책을 이어서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서, 이렇게 독후감을 적어보았다. 후에 내가 이 책을 완독하게 되면, 지금의 내 독후감이 어떻게 느껴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