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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독서

<세계사를 바꾼 10가지 약> 사토 겐타로

2024.03.17. ~ 2024.03.17. (1)

세계사를 바꾼 10가지 약

사토겐타로 저
서수지 역
사람과나무사이 출판
2018년 05월 10일 출간

국내도서 > 역사 > 세계사/과학기술사


인류 역사는 ‘질병과 약의 투쟁 역사’다!
역사의 결정적 장면에 만약 ‘그 약’이 없었다면…?!

“역사에 만약은 없다”라는 말이 있다. 과연 그럴까? 역사를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보고, 한발 더 나아가 ‘그때 만약 이랬더라면?’ 하는 식으로 상상의 나래를 펴는 것도 좋다고 본다. 인간의 상상력에서 비롯된 ‘만약’은 역사를 훼손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좀 더 풍성하고 흥미진진하게 만들어주는 활력소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인류 역사의 결정적 장면에 호기심을 품고 ‘만약’을 대입해보자.

▣ 만약 위대한 항해가이자 탐험가인 바스쿠 다 가마와 마젤란이 비타민C를 알았다면?
그들은 대다수 선원을 괴혈병으로 잃지 않고 전 세계를 누비고 다니며 더 많은 신천지를 발견했을지 모른다. 만약 그랬다면 그들의 고국인 포르투갈과 스페인은 향신료 무역에서 막대한 부를 얻어 세계를 제패했을 가능성이 크다. 또 만약 그랬다면 영국은 ‘대영제국’이라는 화려한 이름으로 역사의 무대에 등장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며, 오늘날 우리가 보는 세계지도는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이다.

▣ 만약 말라리아에 걸려 사경을 헤매던 강희제의 주치의 손에 ‘예수회의 가루’ 퀴닌이 전해지지 않았다면?
중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군주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강희대제는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만약 그랬다면 옹정제, 건륭제의 명군으로 이어지며 청나라의 전성기를 이루지도 못했을 것이며, 아시아는 물론이고 더 나아가 전 세계 판도도 달라졌을 것이다.

▣ 만약 에를리히 연구팀이 매독 치료제 개발을 위한 605번째 화합물 실험에서 실패한 뒤 좌절하여 연구를 중단했다면?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갔을 뿐 아니라 한때 인류를 치명적 위기에 빠뜨렸던 가장 무서운 질병 중 하나인 매독은 지금까지도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을지 모른다. 또한 ‘수은 요법’이라는 황당한 치료로 이중삼중의 고통을 겪었던 중세인들처럼 현대인들은 여전히 끔찍한 고통을 겪고 있지 않을까.

『세계사를 바꾼 10가지 약』은 인류 역사를 ‘질병’이라는 창과 ‘약’이라는 방패의 투쟁 역사로 파악한다. 이 책은 많은 국가와 사회를 치명적 위기에 빠뜨렸던 10가지 질병과 결정적 고비마다 인류를 무서운 질병의 위협에서 구한 10가지 약에 관한 흥미진진하고도 유익한 이야기로 빼곡하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는 BC 4000년 경부터 3000년경 기간 동안 점토판에 550종이나 되는 의약품 목 록을 빼곡히 기록해 놓았다. 그 의약품 내용을 꼼꼼히 살펴보다 보 면 누구나 자기 눈을 의심하게 될 정도다. 소통과 말똥, 썩은 고기 와 기름, 불에 태운 양털, 돼지의 귀지 등 오늘날의 상식으로는 약은커녕 쓰레기로밖에 여겨지지 않는 온갖 더러운 물질들이 버젓이 기록되어 있다.
왜 그런 '쓰레기 약' 목록이 기록으로 남았을까? 이는 당대를 산 사람들의 생각, 즉 신념 및 종교관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들은 질병이란 악마가 몸속에 침투하여 만들어내는 나쁜 현상이라고 믿었다. 그러므로 몸속 악마를 쫓아내려면 악취를 풍기는 동물의 똥 이나 오줌, 썩은 고기, 심지어 돼지의 귀지 같은 악마가 싫어하는 더러운 물질을 사용해야 한다고 믿었다.
이 점에서는 고도의 문명을 이룩했던 고대 이집트도 예외는 아니다. 고대 이집트에도 온갖 종류의 '쓰레기 약'이 존재했다. 실제로 동물의 피나 똥, 빵이나 나무에 핀 곰팡이 등 듣기만 해도 속이 울렁거리는 이상한 물질을 환자의 몸속에 투여했다는 기록이 공식 문헌에 남아 있다.
악마를 쫓아낸다는 퇴마 약품은 외과수술에도 적극적으로 이용 되었다. 그 증거가 고대 이집트와 잉카 유적에 고스란히 남아 있 다. 그 유적지에서 두개골에 구멍이 뚫려 있는 미라가 여러 구 발굴되었다. 고고학자들은 그 구멍이 머리로 들어온 악마를 몰아내 기 위해 외과수술로 구멍을 뚫은 흔적이라고 추정한다. 구멍 주위 뼈에 상처가 아문 흔적이 남아 있는 사실로 미루어 한동안 머리에 구멍이 뚫린 상태로 살았던 게 아닌가 싶다. 

센트죄르지는 이 물질이야말로 자신이 오랫동안 찾아온 괴혈병 원인물질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동물에게 하루 1mg가량의 '헥슬 론산'을 먹이면 괴혈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증명해냈다. 이 연구 성과는 1932년 전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 있는 학 술지인 《네이처(Nature)》에 실렸다.
한데, 센트죄르지 입장에서는 매우 충격적이고도 곤혹스러운 일 이 일어났다. 그로부터 겨우 2주 전에 자신과 치열한 경쟁 관계에 있던 미국의 킹이라는 이름의 연구자가 같은 결과를 《사이언스 (Science)》에 보고했다. 학술적 발견은 하루라도 빨리 발표한 사람 의 몫으로 돌아가 승자가 모든 영광을 독차지한다. 킹에게 영광의 면류관이 쓰이게 된 것이었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센트죄르지 입장에서는 인정하기 어 려운 결과였다. 왜냐하면, 센트죄르지의 피땀 어린 연구 결과를 남 몰래 킹에게 알려준 일종의 산업스파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킹은 그렇게 알게 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서둘러 논문을 완성했고, 괴 혈병 원인물질을 역사상 처음으로 밝혀낸 과학자로 이름을 남기게 된 것이었다. 그렇다면 센트죄르지의 연구 결과를 킹에게 몰래 알 려준 사람은 누구였을까? 센트죄르지의 공동 연구자로, 본래 킹의 제자였던 스비어벨리(. L. Svirbely)가 범인이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퀴닌의 약효가 검증되자, 퀴닌을 함유한 건강 음료를 포함한 다 양한 제품이 개발되었다. 예컨대, 키나 나무 등의 약초에서 추출한 액체에 탄산을 첨가해 마시기 쉬운 형태로 만든 제품이 바로 '토닉 워터'다. 진 토닉이 지닌 씁쓸한 맛이 여기에 녹아 있는 퀴닌에서 나온다(퀴닌이 모든 나라에서 자유롭게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나라마다 국가 정 책에 따라 차이가 큰데, 일본의 경우 퀴닌 성분이 극약으로 지정되어 있다. 그러므 로 일본에서 시판되는 토닉 워터에는 퀴닌이 들어가지 않는다).
진 토닉은 제국주의 국가의 침략 도구로 사용되기도 했다. 영국 의 인도 식민지화의 사례가 여기에 속한다. 영국인은 진 토닉을 침 략의 발판으로 삼아 인도를 식민 지배하는 데 성공했다는 이야기 가 당대에도 공공연히 나돌 정도였다. 영국인들은 평소 진 토닉을 즐겨 마셔 말라리아라는 역병의 마수에서 벗어난 덕분에 인도라는 거대한 나라를 집어삼킬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이렇듯 신대륙에 서 유럽으로, 유럽인의 손에 들려 다시 아시아로 건너온 퀴닌은 지구를 한 바퀴 돌아 서구열강의 제국주의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든 든히 뒷받침한 버팀목 역할을 담당했다.

일시적으로 환자의 의식을 잃게 하여 통각을 사라지게 하는 약 을 찾기 위해 인류는 먼 옛날부터 끊임없이 노력해왔다. 고대 그리 스의 의사 디오스코리데스(Dioscorides, 의대생들이 '히포크라테스 선 서'를 하듯, 약대생들은 '디오스코리데스 선서'를 하며 약사로서의 삶을 다짐한다 고 한다. - 옮긴이)는 맨드레이크(Mandrake. 학명: Atropa mandragora)
뿌리를 와인에 넣고 끓인 약제를 환자에게 마시게 한 다음 다리 절 단 수술을 했다고 한다. 맨드레이크는 뿌리가 사람 모양을 닮은 식물로, 땅에서 뽑으면 비명을 지르고 그 비명을 들은 사람은 광기에 휩싸여 죽는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실제로 맨드레이크 뿌리에는 각종 알칼로이드가 함유되어 있어 환각과 환청을 일으킨다. 사용 량에 따라 약간의 마취 효과를 낼 수 있지만, 자세한 처방 기록은 전해지지 않는다.

도대체 플레밍은 이 기묘한 현상을 어떻게 발견했을까? 플레밍 이 우연히 재채기했을 때 세균을 배양하던 샬레에 콧물이 튀었다.
다음 날 샬레를 살펴보니, '콧물 주위만 세균이 증식하지 않았 다'는 걸 발견했다. 그러나 이 발견이 정말로 그렇듯 극적이었다는 확실한 증거는 없다. 심지어 후세의 전기작가가 창작한 이야기라 는 설까지 있을 정도다. 


책을 다 읽고 가장 처음 한 생각은, 역시 일본인이 쓴 책이라 그런지 일뽕이 심하다는 점이었다. 일본이 실제로 생명공학쪽에서 우수한 결과를 많이 만들어낸 국가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2차대전 당시 일제가 조선인들에게 강행한 여러가지 일들로 인한 악행들로 인해 발생한 것이다보니 좀 역겨웠다.ㅋㅋㅋㅋ 중간에 "우리(일본)는 영국과 미국 등의 뒤를 쫓아가는 현실이라 더 노력해야한다." 이런식으로 말하는데, 어쨌거나 독일과 일본이 화학과 생물학쪽에서 많은 결과를 낸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ㅋㅋㅋㅋㅋㅋ)생각이 들어서 좀 역겨운면이 없지않아 있었던 책...

거기에 추가로, 보통 일본 책들을 번역해서 들여온 국내 도서의 경우에는 번역체가 심해서, 일본번역서를 많이 읽지 않는 나로서는 좀 말투가 불편하다고 느껴지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그런데 이 책은 전혀 그런게 없어서 신기했다. 이 책은 사실 종이책을 구매해놓고 예~전에 읽었었는데 그때는 딱히 몰랐다가... 이번에 보니까 저자가 일본인이기도 하고, 책에 워낙 일본과학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놀랐다. 번역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일본 저자의 책인지 몰랐던 것이다. 이런 부분이 좀 새롭다고 느껴져서 재미있었다.

이 책은 진짜 재미있는 것 같다. 성인들이 어떤 전문적인 분야의 비하인드스토리를 재미있게 알고 넘어갈 수 있도록 조잘조잘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놓은 책이다. 내가 가장 흥미있었던 부분은 장거리 항해 과정에서 발생하는 괴혈병을 비타민C로 해결했다는 이야기와 플레밍이 정말 우연의 우연으로 페니실린을 발견했다는 이야기다. 이 두 이야기는 진짜 흥미로운 것 같다. 괴혈병의 경우 기록이 남아있는 것들을 정리해준 것이라서 이런 역사가 있구나? 하면서 읽었는데, 플레밍의 이야기가 특히 재미있었던 이유는 도대체 플레밍은 이 기묘한 현상을 어떻게 발견했을까? 플레밍 이 우연히 재채기했을 때 세균을 배양하던 샬레에 콧물이 튀었다. 다음 날 샬레를 살펴보니, '콧물 주위만 세균이 증식하지 않았다'는 걸 발견했다. 그러나 이 발견이 정말로 그렇듯 극적이었다는 확실한 증거는 없다. 심지어 후세의 전기작가가 창작한 이야기라는 설까지 있을 정도다. 때문이다. 너무나 우연이 기묘하고 극적이다보니 '후세의 전기작가가 창작한 이야기라는 설'을 말해주는 부분이 특히나 너무 재미있었다. 요즘은 신기할 정도로 로또 번호를 잘 맞추거나,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들에게 "이 사람 회귀한거 아냐?"하는 드립을 치는게 유행인데, 나도 이 부분을 읽으면서 "플레밍 회귀한거 아냐?" 했다.ㅋㅋㅋ 사실 과거의 누군가가 개발한 페니실린을 과거로 회귀한 생명공학자인 플레밍이 자신이 개발한 것 처럼 만들어낸것 아닐까? 싶을 정도로 너무나도 극적이고 신기하다고 느꼈다. 물론 정말 회귀했을 일이 없기 때문에 더 재미있는 것 같다.

비타민C, 퀴닌, 모르핀, 마취제, 소독약, 살바르산, 설파제, 페니실린, 아스피린, 에이즈 치료제까지 총 10가지의 약에 대해 설명을 하는데, 각 약들의 국가별 역사적인 이야기나 분자식, 화학적 설명과 약효가 발생하게 되는 원리, 과학계의 반응이나 당시 시대상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니까 정말 재미있었다. 몇 년 전부터 유행하는 '중요하진 않지만 알고 넘어가면 재미있을 법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 약에 대한 아주 재미있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저자가 일본인이다보니 일본인 과학자들이나 일본의 연구를 위주로 이야기가 되었다. 그러다보니 한국인으로서는 신기하기는 해도 크게 공감가지는 않는 부분이 있었다. 한국인이 쓴 이러한 책도 있을텐데, 나중에 한 번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일본얘기만 많아서 싫었다! 이런건 아니고... 한국인으로서 한국 관련된 사실을 보면 좀 더 좋았을텐데 아쉽다~하는 마음이었다.

 

정말 재미있는 책이어서 나는 사람과나무사이에서 나온 <세계사를 바꾼~>시리즈를 몇 권 더 읽어보기로 했다. 경기도사이버도서관에 이 시리즈가 식물, 물고기, 커피(였나?) 가 있어서 이 책들을 다 읽어보는 중...! 책도 짧아서 짧고 재미있게 읽기도 딱 좋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