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제본 블라인드 서평단으로서 작성한 글입니다.
2025.03.08. ~ 2025.03.10. (3)
우주에 구멍을 내는 것은 슬픔만이 아니다
줄리애나 배곳 저
유소영 역
인플루엔셜 출판
2025년 3월 14일 출간
영미소설 > 영미 장편소설 > SF/과학소설
왜곡된 거울상으로 재현한 흐릿하고 낯선 미래의 이야기
단절과 연결, 파괴와 회복을 동시에 꿈꾸는 오늘의 SF
“우리가 혼돈 속에서도 타오르지 않고
이곳에 머물러 있음을, 확인시켜주는 책.”
_소설가 천선란 강력 추천
★ 미국 문단의 슈퍼스타 줄리애나 배곳 작품집
★ 넷플릭스, 앰블린, 파라마운트, 라이언스게이트 영상화 진행
소설, 시, 에세이 등 다양한 문학 분야를 오가며 성공을 이루고, 다시 하이콘셉트 단편의 영상화 프로젝트에 도전하며 주목받는 미국 문단의 슈퍼스타 줄리애나 배곳의 작품집 《우주에 구멍을 내는 것은 슬픔만이 아니다》가 인플루엔셜에서 출간되었다. 기술에 대한 모두의 접근이 허용되지만 누구나 누릴 수는 없는 불평등의 사회, 혜택을 누리는 사람도 제공하는 사람도 모두 대가를 치러야 하는 혹독한 디스토피아를 다룬 환상적인 이야기 열다섯 편을 담았다.
사랑도 정부에 의해 통제되는 연애 평점 사회, 가스라이팅 전문 인공지능, 영화배우의 DNA를 복제해 태어난 아이, 죽기 전 하루에 10년씩 세포를 젊어지게 만드는 시술 등 기발한 상상과 섬뜩한 일상이 공존하는 강렬한 이야기들. 줄리애나 배곳의 소설은 SF의 외피를 입고 기술과 미래를 이야기하면서, 무엇이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지, 인류의 가장 오랜 질문들에 대답하는 클래식함을 갖추고 있다. 생생한 캐릭터, 흥미진진한 아이디어, 가치관을 뒤흔드는 철학적 메시지가 가득한 배곳의 소설은 유명 제작사들의 러브콜을 독차지했다. 이 책에 실린 열다섯 편의 이야기 중 아홉 편이 넷플릭스, 앰블린, 파라마운트, 라이언스게이트 등과 계약되어 영상화 중이며 다른 작품 역시 꾸준히 논의되고 있다.
우리 중 많은 사람들이 믿게 되었다. 슬픔은 우주에 구멍을 뚫을 수 있다고.
그리고 우리에게는 슬픔이 부족하지 않았다.
두 손을 구멍 양쪽에 올려놓았다. 내가 우리 세계의 가장자리에 매달려있었다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구멍을 찢고 싶었다. 최대한 세게 잡아당겼다. 구멍은 찢어지지 않았다. 나는 팔꿈치를 이용해 구멍 가장자리를 힘껏 눌렀다.
한 조각이 떨어져 나왔다. 우리 세계의 한 조각이. 여기의 한 뭉치가.
눈물의 임종을 연출하고 싶지는 않았다. 사귀던 남자인 마카이에게 계속 말한 것도 바로 그 점이었다. 눈물의 임종은 싫어! 싸구려 용서도, 마지막 순간 한마디로 해결되는 속죄도, 다 싫어!
"내가 좋아지기 시작한다 해도, 언젠가 헤어질 뿐이라는 거야?"
나는 이미 그가 좋아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언젠가 그와 헤어지리라는 것도 이미 알고 있었다.
"용서할게. 날 용서해줄래?" 하지만 누가 무엇을 했는지, 왜 그랬는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나는 그저 그의 작고 따뜻한 뺨을 내 가슴에 대고 안아주었다.
https://x.com/influ_book/status/1895085326806438165
출판사에서 좋은 책을 출판해주는 것 만으로도 감사한데, 서평단을 모집해 책을 미리 맛보게 해주는 것은 너무나도 고맙고 즐거운 일이다. 인플루엔셜에서는 무려 300명의 서평단을 모집했다. 책을 처음 받았을 때 정성스럽게 포장된 모습에 감동했다. 책은 <포털>을 포함하여 랜덤으로 하나씩 글이 포함되는데, 나는 <역노화>가 포함된 붉은 표지의 가제본을 받았다. 가제본이라고는 하지만 표지 재질도 그렇고 디자인이 깔끔해서 가제본같지 않았다.
https://twitter.com/HACHEBE15/status/1898292764946665928
내가 SF를 좋아하는 이유는 SF는 미래를 말하고 있음에도 현재 우리의 삶을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내기 때문이다. 포털은 사실 나에겐 어려웠다. 사람의 슬픔과 우울이 녹아든 미지의 포털들은 숨기려고 해도 숨겨지지 않고, 세상에 드러났다. 이 이야기는 알 수 없는 슬픔과 그 슬픔에 대한 궁금증을 이야기한다. 결국 주인공은 포털을 기대하고, 포털을 마주한다. 우리에게는 슬픔이 부족하지 않았다. 라는 문장이 너무 강렬했다. <포털>의 초입에 적힌 문장인데, 인플루엔셜에서 하이라이트한 문장이나 감상을 공유해달라고 업로드한 사이트(https://padlet.com/influential_book/portals)에 이 문장들이 가득했다.
사실 나는 <포털>보다는 <역노화>를 더 흥미롭게 읽었다. <포털>이 나에게 어렵게 느껴져서인지도 몰랐고, 내 성향상 쉽게 슬픔을 잊고, 타인의 포털을 궁금해하거나 흥미로워하지 않아서인지도 모른다. 나는 공감이 조금 부족한 편이다. <역노화>는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를 떠오르게 했다. 처음에는 "에이, 시시하겠네."라는 생각을 했는데, 죽기 전에 역노화를 신청한 아버지가 죽기 일주일을 남겨둔 상황이라는 설정이 너무나 흥미롭고 마음을 힘들게 했다. 나는 <H마트에서 울다>라는 책을 정말 슬프게 읽은 적이 있다. 내 인생에 그리 아름다운 추억을 남겨주지 않은 어머니의 죽음 이후에 그녀를 그리고 그녀의 죽음을 마주하며 슬퍼하는 이야기다. 그런데 <역노화>는 좀 달랐다. 내 인생에 크게 도움이 되지도 않았고, 오히려 불편하게만 느껴지는 아버지의 죽음 직전에 모든 나이대의 아버지를 직접 마주하며 그의 평생을 보게 된다. 그건 내가 평생을 가도 알 수 없을 부모의 한 부분까지 본 것일테다. 내가 기억하고 평생을 지켜봐온 40대 이후의 부모님의 모습이 아니라, 철없이 호기심에 뛰어나가고, 넘치는 에너지를 표출하고, 사회에 반항하고, 도전적인 삶을 살아온 가장 눈부신 시기의 부모님을 말이다.
<역노화>를 읽는 내내 나는 주인공에게 감정을 공감했다. 내가 연인을 바라보는 방식에 대해서도 이 주인공은 나와 생각이 같았다. 관계성에 크게 의의를 두지 않는 인물이 부모에게는 뭐 그리 얼마나 대단하게 정을 주겠는가. 그래서 나는 <역노화>를 읽으면서 조금 더 몰입하고 감정을 이입하면서 읽었던 것 같다.
가제본으로 책을 살짝 접했지만, 이미 14일에 발매된 <우주에 구멍을 내는 것은 슬픔만이 아니다>는 총 15개의 단편이 수록되어있다. 조만간 책을 구매해서 전체적으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을 복잡하게 한 <역노화>도, 흥미로운 소재의 <포털>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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